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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일기 쓰는 아빠 Aug 06. 2020

말대답하는 아들

윤리 교육하는 아빠가 되었다. 인공지능 시대니까.

명칭이나 특성 외에 사물을 많이 알면 알수록,
사람들에게 많이 알리면 알릴수록,
정신의 저장고가 점점 커진다.
그 결과, 생각을 하도록 자극받는다.

- 칼 비테, 칼 비테 교육법 p.105


선율이의 영혼이 섬세하게 성장하고 있다.


질문과 궁금증의 한계나 제한을 두지 않으니까 언제나 대화에 끊임이 없다.


나는 이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선율이 와 골목길이나 공원 산책 도중에 만나는 특이한 사물이나 상황을 주제를 담아 즉흥적으로 교훈적인 이야기를 지어서 들려준다. 그러면 종종 등장인물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선율이 가 개입하거나 흐름을 역전시키기도 해서 큰 웃음을 선사한다. 등장인물들은 서로 대립하거나 화합하기도 하고, 때로는 하나님과 예수님을 등장시키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활달하던 선율이 가 짐짓 숙연한 몸짓과 말투를 사용해서 또 다른 웃음을 선사하곤 한다.


선율이는 세상의 사물을 그냥 바라보지 않는다. 어른이 아는 것 못지않게 정확하게 인식하는 편이다. 특히 남다른 사물에 대단한 열정을 갖고 있다. 그 사물과 연관 지어서 호기심을 이른 아침잠에서 깨어난 아이가 기지개를 펴듯 넓고 시원하게 뻗친다. 사물과 사물 간에 연결되는 성격이나, 물리적인 작동 원리를 터득할 때 가장 크게 기뻐한다. 그 사물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히지 않겠다. 독자 중에 혹시라도 오해하는 경우가 생길 것을 우려해서다. 어쨌든 선율이 와 나는 지금 시기에 도달해야 할 성장 지점에 다가서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최근에 강아지와 멍멍이라는 두 개의 단어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두 단어의 차이점과 쓰임새를 질문하더니 갑자기 의자에서 내려와서 달려오더니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나는 아빠의 똥강아지야


라고 말하면서 나를 웃게 만들었다. 강아지 중에서도 똥강아지를 선택한 이유가 뭘까? 정확한 출처는 알 수 없었지만 선율이 가 선택한 표현에는 애정과 애교가 가득 담겨있었다는 점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이 생겼다. 선율이가 표현을 잘하는 단계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중인데, 오늘 아침 데이케어 선생님의 말씀에 선율이 가 말을 참 잘한다면서 이런 말을 덧붙였다.


심지어 말대답도 해요.


선생님의 애정 어린 표현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생선 가시 같았다. 풍미 가득한 살코기처럼 유익한 선생님의 말씀 대부분이 기억에서 증발하는 것 같았다. 선량하고 공손한 말씨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온종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한 마디였다. 무슨 말대답을 했는지 내용을 여쭈어 보았더라면 더 나았을까.


그런데, 말대답은 하면 안 되는 걸까?


내가 나 자신을 평균에 속하는 인간상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듯, 내 아들도 분명 그럴 거라 가정해보고 생각해 보았다. 내 어릴 적 기억을 되짚어 보기도 하고, 청년 시절 잠시 근무한 방과 후 학원에서 만난 여러 어린아이들의 행동에 대응했던 나 자신을 돌이켜 생각해 보았다. 역시 말대답은 안 좋은 것이었다.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단, 타인을 괴롭게 할 경우에만 그렇다. 진심으로 애정 어린 말대답이 존재한다면 그건 얼마든지 환영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나저나 선율이는 어떤 말대답을 했을지, 궁금하다.


서울에서, 지하철 바닥에 크레용으로 낙서하는 아이를 마냥 지켜보고 있는 부모를 실제로 본 적이 있다. 모르긴 해도 그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싶음 마음이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넘겼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아이의 윤리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중이다.


아이는 자신의 말에 책임감을 절감해야 한다. 선율이는 자기 스스로도 어느 정도 말을 잘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종종 사람들을 놀라게 할 심산으로 어른이 쓸 만한 문장으로 생각을 표현하기도 한다.


또 만나요. 보고 싶을 거예요.

그래서 나는 선율이 가 자신의 말에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양육하는 것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선율이의 풍부한 표현력에 감탄이나 칭찬을 할 때면 나는 조용한 장소에 가서 그 상황에 대한 고찰을 더해서 상황 설명을 해준다.


그건 선율이 가 말을 잘해서가 아니라, 선율이 가 무척 사랑스러운 사람이기 때문에 그분들이 즐겁다는 감정을 표현한 것에 불과해. 그러니까 선율이는 이제부터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듣지 않으면 그 사람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일 텐데, 그러면 안 되겠지? 그건 예수님도 기뻐하지 않으실 거야.


우리 부부와 함께 있을 때에도 선율이 가 종종 이런 말을 해서 아내의 심정을 상하게 한다.


나는 엄마랑 안 놀 거야.


엄마의 뜻을 거스르는 경우에 자주 쓰는 수법이다. 그러면 내 아내는 더욱 강경하게 대하곤 한다. 결국 엄마의 승리로 끝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선율이 에게 그 상황에 대해 설명한다.


선율이는 말에 책임을 져야 해. 봐봐, 엄마가 지금 마음 상해서 서운해하고 있잖아. 이제 알았으면 어서 가서 엄마에게 사과하렴. 엄마 방금 한 말은 진심이 아니었어요. 미안해요.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섬세하고 정확한 방향을 향해, 아들의 정신과 영혼 그리고 육체를 고루 성장하도록 돕고 있다. 그 중에서도 윤리를 교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윤리 교육이 가능해지려면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그분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정신과 영혼의 성장을 세심하게 다뤄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모든 존재가 서로 가까워지는 시대다. 심지어 범죄의 기회까지도 가까워진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안면인식딥러닝을 조합한 딥 페이크 Deepfake기술이 검은경제의 기둥이 될 것이다. 특정인의 목소리나 얼굴을 실제와 같은 형태로 구현하는 이 기술은 미래의 우리 자녀들 중 누군가에 의해 고도로 지능화된 범죄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윤리적 가치관이 조롱받는 시대다. 유아기에 윤리 교육과 신앙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 일지라도 윤리적 가치관을 홀대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하물며 윤리교육이나 신앙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나는 선율이 에게 질문이나 궁금증에 한계나 제한을 두지 않았다. 그런 이유 때문에 나 스스로는 수없이 반복되는 질문에 대해 깊은 인내심을 길러야 했지만, 그 과정 가운데서 선율이는 윤리를 학습하고 신앙과 존중하는 마음을 함양한다. 선율이 가 말을 실수한 탓에 상대방이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더러 있기는 했지만, 그 대부분은 선율이 가 자신의 고집스러운 생각이 결국 좋은 뜻과 애정 어린 의도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끝나곤 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자신이 가진 특징적인 능력으로 자만하거나 우쭐해하지 않도록 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나는 아이가 자만심 가득하고 고집스러운 어린이로 자라는 것을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인공지능 기술로 혁신을 이끌어 갈 4차 산업 시대에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기 위해.


블랙타운, 시드니, 호주 뉴사우스 웨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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