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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상플러스 Mar 15. 2021

무의도 해변을 걷다

  무의도는 인천 중구 용유도에서 남쪽으로 1.5㎞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섬이다. 섬의 형태가 장군복을 입고 춤을 추는 것 같아 ‘무의도(舞衣島)’라 이름 붙여졌다.


   서울에서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말에는 평소보다 많은 여행객들이 섬을 찾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섬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잠진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던 곳이다. 승선 시간은 15분 정도밖에 안 됐지만 배가 아니면 갈 수 없는 섬이었다. 그러던 것이 2019년 5월 무의 대교가 개통되면서 다리를 통해 섬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섬에 다리가 놓이고 10년이 지나면 더 이상 섬이 아니다.’는 강제윤 선생님의 말이 기억나면서 10년 후에는 섬 하나가 또 없어지겠구나, 라는 생각에 좀 서글픈 감상에 빠졌다.


  총 네 번의 무의도 방문 중 다리를 통해 섬으로 들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섬의 여기저기는 길을 넓히고 주차장을 만드느라 공사 중인 곳이 많았다(때문에 하루 통행 차량을 900대로 제한하고 있다). 숙박시설이나 음식점들도 몇 년 새 많이 생겼다. '관광자원을 개발하는 것도 좋지만 지나친 자연 훼손을 하는 건 아닌가, 섬사람 특유의 순수함이 사라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며 광명 선착장에 도착했다.


  오늘은 실미도와 소무의도를 걷기로 했다. 무의도에서 실미도 가는 거리보다 소무의도를 가는 거리가 먼 데도 불구하고 소무의도를 먼저 다녀오기로 한 건 실미도 물때가 안 맞았기 때문이다.


   ‘소무의도(小舞衣島)’는 무의도 본도와 인도교로 연결된 작은 섬이다. 대무의도의 북쪽 광명 선착장과 소무의도 남방파제 끝과 연결된 인도교는 차량 통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걸어가야 한다. 잠진도와 무의도를 오가는 배가 아직 운행되고 있는지 큰 배 한 척이 지나는 게 보였다.


  다리를 건너면 소무의도 포구에 도착하는데 ‘무의바다 누리길’ 안내판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누리 길을 다 돌아보는 데 1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천천히 걸어도 두 시간이면 넉넉할 만큼 평탄한 이 길은 걷는 내내 푸른 바다를 볼 수 있다. 몇 년 전 이 길에서 사진을 찍어 카카오톡 배경화면으로 쓴 적이 있었다. 친구가 그 사진을 보고 "여행 다녀왔구나?"라고 물었다. "아니, 우리 동네."라고 답하자 좋은 동네에 산다며 부러워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오늘은 누리길 중간에 마을을 지나는 30-40분 코스를 택했다. 안내판 옆에는 지그재그로 된 가파른 나무 계단이 있다. 20분 정도 오르면 도착하는 산 정상 정자에는 나무 의자가 붙박이로 설치되어 있어 잠시 쉬면서 땀을 식힐 수 있다. 정자에는 경치를 볼 수 있는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먼저 번 왔을 때는 못 봤던 것이다.


  정자를 지나면서부터는 길이 편해졌다. 모래와 몽돌이 깔린 몽여해변에 있는 소라 모양의 독특한 외관을 한 ‘섬 이야기 박물관’으로 갔다. 총 3층으로 된 박물관의 1층만 잠시 들어갔다 나왔는데 안내 책자나 리플릿은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웠다.


   이곳의 갈매기들이 바다에서 먹이를 낚아채는 모습을 봤다. '그래, 그래야지. 갈매기라면. 배를 따라다니며 새우깡을 구걸할 게 아니라.' 속으로 말하며 녀석들의 사진을 찍었다.


  누리 길을 걷다가 마을로 접어들었다. 마을 담벼락에는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송월동 동화마을에 그려진 벽화들이 인위적이고 외국적인 느낌이라면 소무의도에 그려진 벽화와 수필들은 주민들의 삶과 마을 풍경을 자연스럽게 담아내서 훨씬 정감이 느껴졌다.

  특히 우물가에 새겨진 글귀가 발길을 머물게 한다. 이 작업은 인천지역의 작가들과 주민들이 함께 진행한 공공예술 프로젝트로 ‘섬집을 존중하다’의 작품이라고 한다. ‘그 맛이 다 어디로 갔나?'로 시작하는 글이다. 우물 옆에 사시는 주민께서, 옛날에는 이 우물물을 먹고살았다, 고 하며 우물의 뚜껑을 열어 안을 볼 수 있게 친절을 베풀어 주셨다.


  마을 골목에서 노인 회장이라는 유 병제 어르신도 만났다. "요즘 관광객이 많아져 생활이 불편해진 건 없으세요?" 물음에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괜찮아."라고 하셨다. 연세 드신 어르신 마음이 다치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 회관 벽에는 황토색 바탕에 밭을 돌보는 노인 한 분이 그려져 있다. 아마도 노인 회장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골목길은 좁고 언덕져 있지만 낮은 지붕들과 잘 어울려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골목 끝으로 나오니 포구였다. 포구 앞쪽에 있는 평상에서 여행 드로잉 작가 리모 님의 드로잉 강의와 실습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에 나를 비롯한 몇몇은 이순향 작가님을 따라 여행 사진 찍는 법 강의를 듣고 실습을 했다.

  강의를 듣기 전 찍은 포구의 사진과 들은 후의 사진은 확실히 차이가 났다. 사진을 배워보는 것도 드로잉을 배워보는 것도 여행 기록을 남기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소무의도를 나와 실미도로 갔다. 실미도(實尾島)는 영화 '실미도' 촬영지로 유명해져 실미도 유원지가 조성되어 있다.

  주말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놀러 와 캠핑을 하거나 물 빠진 갯벌에서 조개잡이를 하고 있었다. 미리 물때를 확인해서 간조 때를 맞춰 갔기 때문에 모세의 기적처럼 열린 바닷길을 통해 실미도로 들어갔다.


  흙으로 덮어 길을 넓혀 놓아서 징검다리처럼 건너던 바윗돌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해무가 빠르게 나에게 다가왔던 몇 년 전 실미도의 풍광이 떠올랐다(정말 경이로웠다). 그때보다 나무들은 더 굵고 커져 있었다. 관광객은 더 많아졌다.

 

  낙조까지 볼 수 있으면 더 좋을 텐데라는 아쉬움은 다음 기회에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지며 짧은 여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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