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표류기 22.1.29
여의도역에서 사람들이 출근하는 발자국 소리를 들은 본 일이 있는가. 정장을 입고 어딘가 기울어진 느낌이 드는 직장인들이 빼곡히 줄을 서서 계단을 오른다. 사람들의 구두 발자국 소리가 “좡좡좡” 웅장하게 울린다. 어떤 오케스트라보다 장엄한 소리다. 이 장엄하고도 엄숙한 구두들의 행진에 내 발자국도 소리를 보태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여의도는 내 첫 직장이었다. 거대한 빌딩 라인이 길 어느 방향으로도 뻗어있었고 도로와 인도도 지방의 다른 거리에 비해 2배 이상 넓었다. 넓고 높고 이 여의도에서 입사 초기 나는 외로웠다. 회사는 나를 신경 쓰지 않았고 나는 점심을 혼자서 먹었다. 김밥 한 줄 사서 길에서 먹었다. 행여나 길을 잃을까 회사에서 멀리가지 못했지만 회색도시를 구경하며 쓸쓸했다.
자취방은 흑석동이었는데 여의도에서 택시를 타면 10~15분이면 가는 가까운 거리다. 어는 날 택시를 탔는데 택시기사가 원효대교와 한남대교를 건너 흑석동으로 들어왔다. 하나도 건너지 않아도 되는 다리를 2개나 건넜다. 여자 택시 기사였는데 본인이 길을 몰라서 그랬는지 내가 사투리를 써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은 여의도에서 일하지 않지만 여전히 그 회색도시엔 검은 정작 입은 직장인들이 행진하고 있겠지. 그 장엄하고 숙연한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