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진이 Jan 29. 2022

여의도 행진

서울 표류기 22.1.29

 여의도역에서 사람들이 출근하는 발자국 소리를 들은  일이 있는가. 정장을 입고 어딘가 기울어진 느낌이 드는 직장인들이 빼곡히 줄을 서서 계단을 오른다. 사람들의 구두 발자국 소리가 “좡좡좡웅장하게 울린다. 어떤 오케스트라보다 장엄한 소리다.  장엄하고도 엄숙한 구두들의 행진에  발자국도 소리를 보태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여의도는   직장이었다. 거대한 빌딩 라인이  어느 방향으로도 뻗어있었고 도로와 인도도 지방의 다른 거리에 비해 2 이상 넓었다. 넓고 높고  여의도에서 입사 초기 나는 외로웠다. 회사는 나를 신경 쓰지 않았고 나는 점심을 혼자서 먹었다. 김밥   사서 길에서 먹었다. 행여나 길을 잃을까 회사에서 멀리가지 못했지만 회색도시를 구경하며 쓸쓸했다.

 자취방은 흑석동이었는데 여의도에서 택시를 타면 10~15분이면 가는 가까운 거리다. 어는 날 택시를 탔는데 택시기사가 원효대교와 한남대교를 건너 흑석동으로 들어왔다. 하나도 건너지 않아도 되는 다리를 2개나 건넜다. 여자 택시 기사였는데 본인이 길을 몰라서 그랬는지 내가 사투리를 써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은 여의도에서 일하지 않지만 여전히 그 회색도시엔 검은 정작 입은 직장인들이 행진하고 있겠지. 그 장엄하고 숙연한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등포역 노숙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