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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진이 Jan 31. 2022

500만원으로 방 구하기

서울 표류기 22.1.31

 친구 소개로 중앙대 근처 흑석동에서 자취를 시작했다. 부산 아미동 같이 흑석동 뒤편은 아주 가파른 산동네다. 서울의 달동네 같은 느낌이다. 나중에  사실이지만 그렇게 좁고 가파른 지역은 서울에 드물다. 택시기사들에게 여러번 거절  공포의 언덕길이다.


 처음  구할  비가 내렸고 어머니와  캐리어 가방 하나 들고  언덕길을 오르는데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가난하다고 생각하고   없었는데 가난하다고 생각했다. 어머니는 화장실에서   바구니와 접이식 식탁, 참기름 같은 조미료  병을 사주고 내려가셨다. 보증금 500 원에  25  반지하방에서 진정한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밤에 반지방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창문으로 지나가는 고양이눈이 마주친다. 나는 한참  고양이를 보고 고양이도 한동안 나를 물끄러미 보다 사라졌다. 고양이는 자주 들렀다.


 옆집 가족은 아버지는 막노동을 하고 딸은 중학교 농구 선수였다. 아주머니는 아무도 없는 낮이면 술을 마셨다. 그리고 자주 취했다. 여름날 에어컨 설치기사랑 보조기사가 왔었는데 보조기사는 파키스탄 사람이었다. 보조기사는 한국말을 잘했다. 에어컨 설치를 위해 타공을 하는데  소리가  때마다 아주머니가 고함을 질러댔다. 파키스탄 보조기사가 나에게 물었다. “이거 무슨 소리야?” 내가 옆집 아주머니가 소리 지르는 거라고 설명해주자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살아?   살아.”라고 말했다. 어떤 날은 아주  쥐가 열린  사이로 들어왔다. 너무 놀래서 소리 지르니 옆집 아주머니가 오셔서 쥐를 쫓아내 주셨다. 그땐  고마웠다.

 

  6년을 반지방에서 살았다. 돈을  모으고 대출을 받았다. 빚을  빛이  드는 집으로 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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