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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로 Dec 28. 2017

혼자 떠나는 여행

혼자 여행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현실 속에서 발버둥 치고 있는 나를

잠시라도 현실 밖으로 끄집어내고 싶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현실 속에서 방황하고 있는 나에게
작은 여유를 선물하고 싶을 때 혼자 여행을 떠나본다.


현실 속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문제를 바라보면 의외로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다양한 경험을 쌓고 새로운 것들을 접함으로써 문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 생길 수도 있다는

그런 교과서 같은 이유들을 굳이 덧붙이지 않더라도


현실 속에서 방황하고 있는 나에게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허락하고 싶을 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도망치고 싶거나 잠시 숨어 있을 피난처가 필요할 때

여행이라는 이름을 빌려 아무런 계획 없이 가방을 둘러매고 정처 없이 떠나본다.


한잔의 술과 같은, 한 모금의 담배연기 같은 순간의 위로일지라도
여행이 주는 막연한 희망과 설렘은 이유 없는 편안함을 안겨준다.


그렇게 현실 속 내가 아닌 넓은 세상 속 작은 방랑자가 되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 보면

현실 속에서 느꼈던 삶의 무게가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여겨질지도

시작할 수 없을 것 같던 막막한 일들도 다시 한번 부딪혀볼 용기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을 품은 채로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본다.


어쩌면 그것이 현실의 고통을 잊으려 마시는 한잔의 술과 같은

온갖 시름을 꾹꾹 눌러 담아 깊이 들이마신 한 모금의 담배 연기 같은

한 순간의 작은 위안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여행을 떠날 때 느껴지는 이유 없는 설렘, 여행에서 마주하는 새로움이 주는 막역한 떨림,

여행의 끝에서 지금과 다른 나를 마주할 것만 같은 근거 없는 희망은

오늘의 버거운 일상을 잠시 잊고 내일의 꽃을 새롭게 피워보고 싶은 용기를 선물해준다.


여행에서 마주한 낯선 풍경이 따스한 위로를 건네줄지도
높은 산맥의 웅장함이 이유 없는 용기를 불어넣어줄지도 모르니까
 

다시 마주할 현실의 벽은 너무도 높다는 것을 잘 알지만

달리고 또 달려도 닿을 수 없는 곳이 있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지만

다시 현실 속에 놓인 나는 길 위에 널브러진 잡초처럼

밟히고 으스러지는 처량한 하루를 또다시 마주할 것을 너무도 잘 알지만


여행에서 만난 낯선 이들이, 처음 걷는 골목길이, 새롭게 마주한 풍경들이

별일 아니라고, 넌 혼자가 아니라고 따스한 위로를 건네줄지도 모르기에


여행길에 올려다본 드넓은 하늘이, 끝을 알 수 없는 바다가, 웅장함을 자랑하는 높은 산맥들이
잘 해낼 수 있다고, 다시 한번 해보자고 어깨를 두드려줄지도 모르기에

혼자 떠나는 여행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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