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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로 Oct 27. 2017

보내지 못한 편지

불현듯 당신의 젊은 날이 궁금했습니다.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전 당신은 어떤 꿈을 꾸었는지, 어떤 사랑에 설레었는지

어머니라는 이름에 갇혀 그 시절 꿈을, 그때의 사랑을 바람에 흩날리는 모래처럼 흘려버린 것은 아닌지


당신의 꿈이, 사랑이 어머니라는 이름 뒤에 가리어져, 
세월 속에 묻혀 사라지고 있는듯하여 마음이 아려옵니다.


사진 속 당신은 여전히 여느 여자 아이들처럼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멈추지 않는 시곗바늘 탓인지, 감당하기 버거운 삶의 무게 때문인지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당신의 젊은 날들의 빈자리를 채워가고 있는듯하여 마음이 아려옵니다.


어머니라는 이름이 당연하게만 느껴졌던 당신에게서
여자라는 이름이, 청춘이라는 시간이, 젊음이라는 단어가 드리워지는 것은
당신이 그때를 그리워하고 아쉬워하는 탓은 아닌지 괜스레 마음이 쓰입니다.


당신이 주는 사랑을 당연하게만 여긴 것은 아닌지,
갚을 수 없는 사랑이라 모른 척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그저 미안한 마음만 가슴 깊이 묻어둡니다.


당신의 사랑이 너무 익숙해져 언젠가부터 당연하게만 여겼던 것은 아닌지

당신에게 받은 사랑이 너무 커 갚을 수 없음을 알기에 모른척하려고만 했던 것은 아닌지

당신에게도 어머니라는 이름이 처음이었을 텐데, 감당하기 힘겨운 짐이 었을 텐데

그런 당신께 늘 어린아이처럼 투덜대기만 했던 것 같아 후회스러운 마음만 밀려듭니다. 


이제는 온전히 당신의 삶을 살아가라고, 당신의 잊힌 꿈을 펼쳐보라고 
그런 무책임한 말 밖에 건네지 못하는 나라서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조차 모르는 나라서

그저 미안한 마음, 안쓰러운 마음만 가슴 깊이 묻어둡니다.


당신을 통해 사랑을 배웠고, 당신의 간절한 기도로 
오늘의 삶을 넉넉히 견뎌내고 있다고
그렇게 보내지 못한 편지를 혼자 되뇌어 봅니다.


오늘도 그렇게 어머니라는 이름의 무게를 묵묵히 감당하고 있는 당신께
미안한 마음, 부족한 사랑을 담아 전하지 못하는 편지를 남겨봅니다.


당신을 통해 사랑을 배웠고, 당신의 간절한 기도 덕분에 오늘의 삶을 넉넉히 견뎌낼 수 있다고

당신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고, 갚을 수 없는 사랑을 가슴 깊이 간직하겠다고

그렇게 보내지 못한 편지를 혼자 되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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