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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로 Feb 05. 2018

지렁이의 기도

가끔은 그분에게 올리는 간절한 기도가 무의미하다 여겨질 때가 있다.

그분의 뜻은 높고 깊어 나의 짧은 생각보다 그분의 계획하심 대로 결론지어지는 것이 합당하기에

나의 간구는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석은 이의 칭얼거림일 뿐이라 느껴질 때가 있다.


이미 답이 정해진 길처럼, 굳게 닫힌 문 앞에서 외치는 소리처럼
 나의 간절한 기도가 무의미하다 여겨질 때가 있다.


나 같은 작은 이의 기도가 그분의 큰 뜻을 돌릴리 만무하다 여겨질 때가 있다.

이미 답이 정해진 길처럼 나의 기도는 그저 나만의 간절함일 뿐이라 여겨질 때가 있다.

그분을 향해 올리는 간절한 기도가, 눈물의 호소가

그저 푸념으로, 넋두리로 여겨지는 것 같아 허탈함에 힘없이 돌아설 때가 있다.


그분의 크신 계획 앞에 나의 기도는 어쩌면 철부지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울부짖음을, 눈물의 기도를 가벼이 여기지 않으시는 그분을 느낄 때

나의 간절함에 귀 기울이고 때로는 마음을 돌려 나의 기도에 응답하시는 그분을 만날 때

나를 향한 그분의 사랑과 인자하심에 가슴이 뜨거워질 때가 있다.


나의 간절한 기도에, 눈물의 호소에
큰 뜻을 돌려 응답하기를 주저하지 않으시는 그분을 본다.


잔치가 깨어지지 않길 원했던 마리아의 간절한 부탁에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았다 말하시면서도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사 그녀의 간청에 응답하시는 그분을 뵐 때


귀신 들린 딸을 고쳐달라는 수로보니게 여인의 눈물 어린 호소에

빵을 아이에게 던져주기 전 개에게 던지는 것은 옳지 않다며 냉정하게 돌아서던 그분에게

성 아래 개는 아이가 떨어트린 부스러기라도 얻어먹고 산다며

간절하게 매달리는 그녀를 가엽게 여기사 뜻을 돌려 어린 딸을 고치시는 그분을 뵐 때


나의 간절한 기도를, 눈물의 호소를 가벼히 여기지 않으시고 그분의 뜻을 돌려

내 기도에 응답하기를 주저하지 않으시는 그분을 바라보게 한다.


그분의 사랑에, 그분의 긍휼함에 기대어 본다.
혹시 나를 불쌍히 여기사 나의 기도에 응답하실지도 모르니까


다윗이 아들의 목숨을 살려달라며 식음을 전폐하고 그분께 간구의 기도를 올리며

혹시 그분께서 나를 불쌍히 여기사 아들을 살려주실 줄 누가 알겠냐 외쳤던 믿음으로

오늘도 그분의 사랑에 기대어 스쳐가는 옷자락을 부여잡고 간절한 호소를 올려본다.


그 기도의 끝이 내 뜻과 다를지라도, 그분이 결국 그 길을 허락하시지 않을 지라도

나의 간절함을 들으시고, 그 울부짖음을 가벼이 여기지 않으시는 그분의 위로로 난 평안할 수 있기에

다윗의 간절한 기도가 비록 아들을 살리지 못했으나 그분의 위로로 평안함을 얻었던 것처럼

오늘도 그분께 나의 소망을, 나의 간구를, 눈물의 기도를 올려본다.


간구하는 이에게 주시길 원하시는 그분의 선하심에 의탁하여
오늘도 간절한 기도를 올려본다.


나의 기도를 이루시길 원하는 그분의 사랑에 붙들려,

그분에 전하는 따뜻한 위로와 평안에 기대어

간구하는 이에게 주시리라 말씀하신 그 말에 의탁하여


오늘도 나의 간절한 기도를 그분께 올려본다.

그분이 나의 간절한 기도에 응답하시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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