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계절학기 첫날의 이야기다. 다큐멘터리 한 편과 엄기호쌤의 "단속사회"의 내용을 바탕으로 "공적 발화를 머뭇거리는 한국 사회"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학생들 모두에게 자유롭게 발언권을 부여하였고, 그러자마자 약 대여섯 명의 발언이 서로의 꼬리를 잡아 가며 나왔다. 그런데 왜 발화자는 모두 남학생들뿐일까? 수업의 구성원은 4(여):6(남)이었는데. 잠시 발언들을 거두고 "여학생들의 경우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발화가 제한되는 은연한 사회적 분위기를 느낀 적은 없는지"를 물었고 여학생들에게 일단 먼저 발언권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때서야 여학생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강의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을 하였다.
최근에 권김현영쌤의 "말하기의 의미에 대하여"라는 글을 읽었다. 그 중 몇 문장을 가져와 본다.
“여자들이 진실을 말하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 걸까”
“겨우 자기 입을 열어 말하기 시작한 여자들은 외면당하거나 또다른 모욕을 견뎌내야 했다.”
“여자가 공중 앞에서 직접 말하는 것은 금기시되었고, 당사자의 말이 공표되지 못하는 현실은 추문만을 더욱 퍼트릴 뿐이었다.”
“이처럼 여성의 말하기, 특히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일은 오랜 시간동안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생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말하기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가 아니라, 대체 말할 자유를 부정하고 말의 진위를 의심하는 권위를 승인하는 이런 ‘의미’에 대한 질문이 왜 이 시대에도 존속하고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다시 강조하건대, 말하기의 의미는 말한다는 것 그 자체에 있다.”
- 2016. 07.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