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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창섭 Feb 08. 2022

혼자 하는 화해 5

난 원래 명절에 가족과 보내지 않아서 예년과 같았던 명절이 이제 다 끝났다. 부모님께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매우 중요했던 한 사람이 빠진 명절이었다. 


누나는 좀 개밉상인 사람이었다. 그러나 명절 때는 달랐다. 친가와 외가를 휩쓸며 분위기 메이커를 하던 사람이었다. 타고난 간 능력을 발휘하며 양가의 술상 분위기를 주도하던 사람이었다. 결혼한 후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들은 바에 의하면 마찬가지였다. 누나 기준 친정과 시가를 오가며 분위기를 만들던 사람이었다. 설을 설로, 추석을 추석으로 만들던 사람이었다. 이젠 없다.


그렇다면 이번 추석은 추석이 아니었을까. 그런 걸 내 맘대로 정의할 수야 없다. 다만 부모님께는 추석이 다른 추석이었을 것이다. 중요한 사람이 없는 추석. 없음이 생긴 추석. 꽉 찬 보름달을 보며 덜 찬 부분을 찾는 추석. 미안하지만 나는 그 빈 곳을 채우진 못한다.


그래도 불효자는 매일 전화를 한다. 나는 누나가 하던 저것들을 하진 못한다. 나는 나고, 누나는 누나이니까...  이제 나는 불효자와 효자 둘 다 맡아야 한다. 귀찮다. 도망가고 싶다. 하지만 이제 누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나에게는 명절이 아니었던 연휴가 마지막날이 되어서야 명절로 끝난다. 친구들이 잠깐 놀러왔던 시간 외에 집엔 나 혼자였고, 집밖으로 전혀 나가지 않았고,  마지막날인 지금에서야 혼자 추석을 보내며, 추석이었구나, 그냥 연휴가 아니라 명절이었구나, 슬프구나, 슬픈 사람들이 있겠구나... 하며 혼자 라면에 소주를 마신다.

 

난 원래 명절에 가족과 보내지 않아서 예년과 같았던 명절이었다. 아니다. 예년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하지만 난 좀 울어선 안 되고 매일처럼 TV를 보았다. 채널을 자꾸 돌린다. 좀 지겹다고 생각했는데 TV가, 매일이 매번 새롭다. 어쩔 수 없이 설에는 부모님과 함께 있어야겠다.



2020.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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