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창섭 Feb 08. 2022

사람의 말을 이어가는 일


2014년 그날 이후, 우린 마음을 마음 안에만 담아두기가 너무 힘들어서 그날을 기억하고 연대하고 약속하는 마음을 이런저런 사물들에 담곤 했습니다. 저마다의 가방에 달린 노란 리본이 가장 먼저 떠오르겠지요. 많은 이들이 그 리본을 찾았기에, 노란 리본은 금세 동이 났습니다. 그래서 이곳저곳에서 서로의 손을 모아 노란 리본을 만들고 있었지요. 저도 어떤 곳에서 몇 번 참여하여, 없는 손재주를 거들었었는데요. 그곳에 온 사람들의 마음은 봉사라는 이름보다는 약속이라는 이름이나 사죄라는 이름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우산도 주문제작되어 개인과 단체에 판매되기도 했지요. 단우산과 장우산 두 종류로 제작되었는데요. 저는 단우산 5개, 장우산 10개를 구매하여 친구, 가족에게 몇 개 나눠 주기도 하고, 제가 사용하기도 하고, 그리고 잃어버리기도 했습니다. 2019년말 304낭독회에서는 앞으로의 행사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벼룩시장과 경매 행사를 진행했었는데요. 그때 제게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단우산을 경매에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쓰고 다니던 마지막 장우산은 2020년 여름, 바람이 심한 날에, 마침내 녹슨 살들이 다 부러져서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15개나 샀던 우산은 7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제가 아는 사람의 손에 가거나 혹은 모르는 사람의 손에 가거나 혹은 망가져서 쓰레기통에 가게 되어 제 손에는 하나도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제 그때만큼이나 그 일을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때만큼 슬퍼하지도, 그때만큼 아파하지도 않겠죠. 그리고 때론 그때만큼 그러지 않는다는 것이 죄책감으로 변질되어 오히려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그 남아 있는 애도의 마음과 죄책감이 이 사회를 조금이라도 바꾸고자 하는 연대의 마음과 약속의 다짐을 이끌어 내는 촉매가 되겠지요. 


제가 몇 개 만들었던 노란 리본이 누군가의 가방에 달려 있을 테고, 제가 잃어버린 노란 우산이 누군가의 비오는 날을 지키듯, 희미해졌다고 생각되는 어떤 마음들은 여전히 서로를 잇고 있을 겁니다. 여전히 우리가 지켜봐야 하고, 여전히 우리가 바꾸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그리고 여전히 304낭독회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눈물과 분노의 목소리에서 연대와 약속의 목소리로 이어지며 여전히 우리가 해야 할 말들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떠난이와 떠난이를 잇고, 떠난이와 남은이를 이을 때 남은이와 남은이 역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매달 상기하고 있습니다. 


304낭독회는 매달 마지막주 토요일 오후 4시 16분 진행되고 있습니다. 잠시 희미해졌던 마음을 뚜렷하게 마주하고 싶을 때 함께하시는 것은 어떠실지요. 이번달 일흔일곱 번째 진행될 304낭독회는 삼백사 번째가 될 때까지 서로를 이어나갈 것입니다.


당신이 간직하고 있는 4월 16일에 대한 기억, 그날 이후의 안부를 들려주세요. 아래 해시태그를 달고 세월호에 관한 사람의 말을 전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함께하고픈 이름을 불러 릴레이를 이어가 주세요.



2021.01.27.


작가의 이전글 혼자 하는 화해 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