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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asha Sep 01. 2022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고


언어는 존재를 정의한다.

우리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언어와 인식의 틀을 통해 알게된다. 일정한 기준에 따라 분류하고 체계화, 정형화하면서 우리는 세계를 인식하고 장악하고 활용해나간다. 하지만 우리가 정의한 틀이 실제에 맞지 않음을 깨닫는 시점이 생기고, 알던 세계에 균열이 일어나고 혼돈을 맞닥뜨리게 된다.


이 책은 혼돈과 싸우는 불굴의 인간의지를 가진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일대기를 추적해간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1851~1931) 은 스탠퍼드 총장을 지낸  생물분류학자이다.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태어난해 1851년 다윈의 종의 기원이 나왔으며 그가 활동하던 시점엔 다윈의 사상은 거대한 광풍이 되어 있었다. <종의기원>은 모든 생명이 하나의 시원에서 진화해왔으며, 모든 종들이 그 본성상 변경할수 없는 확고한 범주는 아니라는 아이디어였다. 하나의 종으로 여겨온 생물들 사이에도 다양성이 존재하고, 종들 사이에는 넘을수 없는 확실한 경계선은 없다는 것이었다.

19세기 중반에 자연계에 질서를 부여하는 일은 이미 유행에 뒤쳐진 일이 되어버린 뒤였다. 이미 1700년대 근대 분류학 칼 폰린네가  <자연의 체계>를 완성하여 생명의 상호연관성에 대한 청사진을 상당히 마무리한 후였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물고기를 분류하고 이름을 붙이는 일에 평생을 걸었고, 그러한 열정은 대지진으로 그가 평생수집해온 물고기표본들이 다 무위로 돌아갔을때도 꺽이지 않았다. 저자가 데이비드스타조던에 흥미를 느꼈던 것도 이 지점이었다.


저자는 자신의 혼돈의 경험들을 소환한다.

모든 세계는 혼돈이고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허무주의 대신 생을 선명한 현재형으로 살아가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 동성과 사랑에 빠지게되는  이해할수 없는 경험들, 그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생의 흔적을 추적해가며, 극도의 혼돈에서 불굴의 의지로 나아가게 했던 힘은 무엇이었는가 질문한다.


저자는 조던의 에세이 <절망의 철학>이라는 책에서 그 단초를 발견한다.

그는 인생의 허무에 대해서 알았지만, 진화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와 전망을 갖고있었던 것 같다. 허망함을 곱씹는데 시간을 허비하기에 인생이 경이롭다는 것이었다. 그는 '살아남는 것은 사람이고,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도 사람이다'라고 하며, 카프카가 말한 사람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파괴되지 않는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긍정성은 일종의 자기기만이기도 했다.

20세기 의학전문가들 지그문트 프로이드, 매슬로 같은 심리학자들은 자기기만을 정신적 결함이자 치료로 교정해야한다고 보았는데, 20세기에 임상학자들은 다른 증거들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정확한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병적인 우울증에 걸리고, 자신의 현실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더 나은 삶과 복원력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효과들을 발견하면서, 기만을 긍정적 착각이라는 표현으로 바꾸게된다.

그러나 자기기만이 과도할 경우 공동체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긍정적 착각은 견제하지 않고 내버려둘 경우 착각을 방해하는 무엇이든 공격할수 있는 사악한 힘으로 변질될수 있다고 했는데,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긍정성 내지는 자기기만의 이면에도 이런 폭력성이 발견된다.


데이비드 스타조던은 혼돈이 올때면 더욱 강한 힘으로 반격하는 특유의 방식으로 대응했다. 첫 결혼에서 아내와 자녀의 죽음, 친한 친구의 죽음이라는 혼돈에도 더욱 공격적으로 물고기포획과 분류를 해나갔고, 그의 분류에 대한 집착은 더 나아가서 자신의 세계를 위협하는 사람- 심지어 아내라고 하더라도 서슴지 않고 처치해버리는 폭력성으로 나타났다.


그의 사상은 종에 사다리 계층구조를 전제했고,우생학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다윈의 사상과 갈라서는 지점이기도 했다. 저자는 사다리는 없으며, 생물의 지위를 매기는 하나의 방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다윈의 아이디어를 변주해가며, 그물망의 가능성으로 인생을 이해하고 모든 것이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될수 있는 가능성에서 무의미와 허무에서 벗어날수 있는 단초를 찾고 있다.


어느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되지 않는 입체감이 마치 뫼비우스의 띄와 같이 생각을 무한대로 확장하게 하는 책이었다. 인간은 세계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할  없다. 그러나 그것이 세계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인간노력을 무의미하거나 허무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혼돈을 무한한 탐구와 만남의 가능성으로 전유하며 생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불태울수 있는 연료로 바꿀  있는 것도 인간의 진실이다. 한편으론 인간 미래에 대한 장미빛 전망, 진화의 추구가 결국 모든것을 통제하고 틀에 끼워맞추려고 하는 자기중심성과 폭력성으로 귀결되는  또한 인간의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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