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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cilk Jun 05. 2017

여행의 작은 기쁨들을 이야기하다

이우일, 『좋은 여행』

2009.07.10



내가 원했던 여행은 낯선 곳에서 일상처럼 음악을 듣고, 커피 한잔을 마시고, 또 책을 읽는 그런 사소한 것이었다. 혼자 하는 여행 중에 듣는 음악들은, 그것이 이전에 수백 번이고 들었던 익숙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 속에 스며든 여행의 기억들로 인해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그래서 내게는 정동진의 일출을, 영국의 한적한 공원을, 파리 퐁피두센터의 달콤한 브라우니를 떠오르게 하는 음악들이 있다. 이런 음악들은 온전히 나만이 느낄 수 있는 나만의 음악이 된다.
 
『좋은 여행』은 이러한 여행의 작은 기쁨들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홋카이도를 혼자 여행하는 내내 직접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친구에게 보내면서 나는 결코 외롭지 않았다. 수천 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보다, 10장 남짓의 필름밖에 넣을 수 없는 폴라로이드를 가방에 넣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수백 번 셔터를 눌러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을 가슴으로 온전히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여행이 될지 나쁜 여행이 될지는 떠나는 이의 마음에 달려 있다. 저자인 만화가 이우일은 특유의 담담한 그림과 솔직한 글로, 읽는 이들이 여행의 소소한 기쁨들을 즐길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다른 건 필요 없다. 그저 이 책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면 된다. 『좋은 여행』이 들려주는 여행의 소소한 즐거움에 공감했다면, 앞으로 당신이 떠날 여행은 틀림 없이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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