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달성하기 위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가?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일을 잘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디자이너로서 하드 스킬이 뛰어난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에 앞서 올바른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올바른 문제를 찾는 일은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올바른 솔루션을 만드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하며 솔루션을 찾기 위해 헤매는 시간을 현저하게 줄이고, 더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는 방향을 잡아준다는 점에서 팀과 개인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프로덕트 디자이너와 UX 혹은 UI 디자이너와 다른 점도 여기에 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사용성과 심미성을 고려하는 것은 물론이며, 프로덕트가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문제를 정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하고, 목표까지 가기 위해 무엇이 부족한지 파악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대부분 프로덕트 매니저가 작성한 문서에 적힌 문제를 적당히 읽고 바로 디자인으로 뛰어들곤 한다.
사용자 피드백 채널로 들어온 고객의 불편을 해결하는 것을 예시로 들어보자. 사용자가 어떤 목적이 있었는지, 제품에서 무엇을 기대했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제품에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는지 알아야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친절하게 알려주는 사용자는 없다. “A가 안 돼요.” 혹은 “A가 되게 해 주세요.”라고 이야기할 뿐. A라는 기능을 제공하면 끝나는 간단한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A라는 기능이 특정 고객만 필요로 하는 예외적인 경우일 수도 있고, 제품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달라서 제공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며, 기술 제약으로 제공할 수 없는 기능일 수도 있다. 그럼 A라는 기능을 제공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아쉽지만 그 또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닐 때가 많다. 우리가 말하는 특정 고객이 우리 비즈니스에 굉장히 중요한 고객일 수도 있으며, 우리의 문제를 고객에게 전가하고, 이해해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그런데 피드백을 남긴 사용자는 진짜 A라는 기능이 필요한 걸까? 사실 A는 사용자가 아는 범위에서 본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안한 솔루션일 뿐, 반드시 A를 기대하는 것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용자가 우리 제품에 무엇을 기대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한 후 진짜 문제를 정의해야 한다. “우리 제품에 A라는 기능이 없다.” 혹은 “A를 만들자”는 올바른 문제 정의가 아니다.
올바른 문제를 정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 정의로 검색하면 좋은 방법론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문제 정의할 때 사용하는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해본다.
이 문제를 왜 해결해야 하는가?
문제의 맥락을 이해하고 디자인을 시작하기 위해서, 이게 과연 본질적인 문제인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질문을 던진다. 사용자, 프로덕트 매니저, 프로덕트 엔지니어, 마케터, 제품/비즈니스 이해관계자 등과 이야기하면서 이 문제가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얼마나 심각한지, 어느 정도로 시급한지, 꼭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지, 다른 해결책은 없는지를 확인해보고, 우리가 정의한 문제가 이러한 맥락을 잘 담고 있는지 확인해본다.
추상화 사다리(Abstraction Laddering)
최초에 정의한 문제를 한 단계 높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추상화할 때 사용한다. 최초에 정의한 문장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보다 추상화된 문제를 재정의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적절한 수준의 문제로 정의할 수 있다. 문제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면서 재정의하는 방법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당신은 맞는 문제를 풀고 있습니까?"라는 글에서 이야기하는 리프레이밍과도 맥락이 닿아있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가?
우리 회사 혹은 조직의 목적 달성과 상관이 없는 문제는 극단적으로는 말하면, 해결할 필요가 없는 문제에 가깝다. 자원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으로 내가 속한 조직의 OKR이 매출 목표 달성이라면, 매출을 높이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 혹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무언가를 위한 사용자의 문제를 찾는 것이 적절한 문제 정의가 될 수 있다.
사족.
디자이너마다 디자인을 해나가는 과정이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어디로 왜 가야 하는지,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빠르고 효과적이게 해 나가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본다.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정리하는 일도 굉장히 중요하며, 감각과 달리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은 부단한 노력과 연습을 통해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추천하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