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소에서 만나요.
지난 7월, 작년 말부터 야근 없는 평일 저녁 대부분과 주말, 휴일 시간 대부분을 쏟으면서 준비하면 "직접 만들어보며 배우는 프로덕트 디자인 기초" 강의를 콜로소에 오픈했다. 왜 만들었을까?
예전에도 대학교, 회사, 세미나 등에서 진행한 특강, 인터뷰를 보고 강의 제안이 오곤 했다. 그때는 나 스스로 강의를 혼자 끌고 나갈 수 있을 지식과 경험이 한참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재직 중인 회사도 대외 활동에 열려 있지는 않았다 보니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거절했었다.
작년 11월, 플렉스를 그만두면서 몇 가지 목표를 세웠다. 그중 하나는 내 이름을 건 온라인 강의를 만드는 것. 지금까지 경험하고, 배운 것만 잘 정리해도 취준생, 신입 디자이너 혹은 기획자에게 프로덕트 디자인이 무엇인지, 또 실무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정도는 충분히 알려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수입원을 만들고 싶은 이유도 물론 있었고. 때마침 콜로소에서 연락이 왔고,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다.
SaaS (소프트웨어) 프로덕트 시장의 디자이너 수요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공급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는 국내에 카카오톡, 배달의 민족 같은 서비스 회사 혹은 쿠팡, 무신사 같은 커머스 회사에 비해 SaaS 회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에서 비롯한다. 비슷한 무언가라도 해봤으면 괜찮았을 수도 있는데, 애당초 그럴 기회 자체가 없었다는 의미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대부분은 엑셀, 워드, 파워포인트에서 파생된다. 그 덕에 정보 구조, 디자인, UX 패턴도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어서 마음먹고 제대로 살펴보면 아주 어렵지는 않다. 그러나 디자이너가 파워포인트는 몰라도 워드, 엑셀을 쓸 일이 얼마나 있었겠는가. 상기한 것처럼 회사에서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할 일도 거의 없었을 것이고.
SaaS 프로덕트를 만드는 회사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아무리 봐도 시장에 디자이너 공급은 많은데 우리가 원하는 디자이너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으니 말이다. 구직자 입장에서도 환장할 노릇이다. UI, UX 디자인은 물론이고, 기획, 설계는 물론이고 개발도 어느 정도 이해하는 사람을 원하는데, 이걸 혼자 다 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결국 회사는 유사한 경험이 있거나,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사람에게 베팅을 한다.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된다. 사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회사도 모른다. 그동안 정리한 모든 기획 문서를 부어주고 화이팅을 외칠 뿐. 디자이너는 고민한다.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 해결 어쩌고 하던데... 데이터 드리븐 해야 한다던데... UX 라이팅이 중요하다던데... 근데 이게 우리 프로덕트에 필요한 게 맞을까?
사실 딱 한 번만 제대로 만들어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데...
해보면 그렇게까지 어려운 것도 아닌데... 누구도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한 번 만들어 보기로 했다.
"직접 만들어보며 배우는 프로덕트 디자인 기초"에서는 수강생이 실무 프로세스를 경험해 볼 수 있도록 가상의 학생 정보 시스템 Learnify의 기획 문서를 리뷰하고, 프로덕트의 전반적인 구조를 설계하고, 오픈 소스 디자인 시스템을 선택하고 UX 패턴을 만들어서 실제 프로덕트에 적용하는 0부터 1까지의 과정을 충실히 담았다.
프로덕트 디자인의 의미와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역할과 업무 범위는 경우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보니 강의에서 모든 내용을 다루지는 않았다. 그래도 프로덕트 디자인의 기초적인 내용은 최대한 담으려고 노력했고, 특히 복잡한 데이터 구조를 가진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은 조금 더 깊이 있게 다뤘다. 누구든 이 강의만 따라 해도 그럴싸한 SaaS 프로덕트 하나는 만들 수 있도록.
강의 하나로 모든 것을 알려주기에는 많이 부족했기에 다음 강의도 천천히 준비 중이다. 지금은 프로덕트가 1부터 N으로 성장하는 과정의 프로덕트 디자인 혹은 다른 도메인의 프로덕트 따라 만들어보기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실제 기획에 들어가면 조금 달라질 수도 있다. 어떤 강의가 되었든 프로덕트 디자이너들이 내 경험을 발판으로 더 빠르게 성장해서 더 좋은 소프트웨어/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도록 기여할 수 있기를.
→ 강의 살펴보기 : https://coloso.co.kr/products/uxui-leejinj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