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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재 May 14. 2018

4년 만에 다시 찾은
런던에서 다섯

뻔해지기 쉬운, 그러나 뻔하지 않은 두 번째 런던

1.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 안. 오랜만에 마음이 설렌다. 날씨 좋은 스톡홀름을 뒤로하고 떠나는 게 아쉽지만 꽤 오랫동안 참아온 여행이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다. 언제나 그렇듯 큰 계획은 없다. 책 한 권 더 읽고, 글 한 줄 더 쓰고, 영감 하나 더 가져오는 게 목표라면 목표. 4년 전 런던과 얼마나 달라졌을까. 나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2. 여행의 즐거움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과정에 있는지도 모른다. 장소는 생각만큼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만나고, 어떤 일이 일어나고, 누구를 만나는지가 여정에 의미를 덧칠한다. 새로움, 즐거움, 어려움, 두려움 그 모든 경험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순간,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그 순간 모두가 알던 곳이 나만의 추억이 담긴 특별한 곳으로 변한다. 


3. 도시에 온 시골 촌놈 느낌. 스톡홀름이 작은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하루 정도 정신없이 다니다 보니 적응되긴 했다만, 서울에서는 어떻게 살았나 싶다. 스웨덴 친구 회사에 찾아가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감과 자극이 가득한 도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나도 언젠가 런던에서도 살아보고 싶어 졌다.


4. 이번 여행은 유난히 다리가 무겁다. 주저앉으면 그대로 2시간이다. 여행 오면 하루에 못해도 2만 걸음씩 걷던 사람이었는데. 흐린 날씨도 한몫하는 중. 모노클 카페에서 플랫 화이트 한 잔 시켜놓고 한참을 넋 놓고 있다가 느릿느릿 토요일을 시작했다.


5. 여행의 매력은 일상에서 거리두기에 있다. 눈 앞에 반짝거리는 것들에 현혹되다 보면 하루하루 다투기 바쁘던 현실에서 벗어나 내가 놓인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하나씩 내려놓자, 복잡한 머리가 진정되었다. 뻔해지기 쉬운 런던 여행이었는데, 생각보다 더 멀리까지 다녀왔다. 자주 보자, 런던.


작고 귀여운 모노클 카페에서 맞은 토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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