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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패 연 Jun 26. 2023

삶은 개 구리지만

도약하고 싶다. 아니 도약할래, 뛰처나갈래.

거울에 비친 내가 낯설었다.


'주름이 언제 이렇게 많았지?'

'새치가 여기도 났자나.

이젠 뽑기도 힘들겠다...'


짙어진 다크서클 사이로 총기 잃은 눈동자를 거울을 통해 마주하는 나의 심경은 착잡했다.



이제 진짜 늙었구나.



나는 내가 아직 20대 같은데...


30년이 넘는 시간을, 그렇게 수많은 날들을 지나왔다는걸 믿을 수 없었다.

하기야 나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이 몇 없었다.



쌓인 기억이 없었기에 숫자만 늘어난 내 나이가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관절 마디마디에서 피어나는 통증은, 정신 차리라고 이제 나이듦을 방관하지 말라고 나를 잔뜩 흔들었다.




공격을 받으면 사람은 몸을 움츠린다.


아픈 곳을 지키기 위해서,

더 다치지 않기 위해서 공격받는 몸의 표면적을 줄이고 약한 신체부위를 최대한 방어하기 위해서다.



잔뜩 움츠러든 내가 초라하게 느껴진 적이 많았지만 살고 싶었다.

다시 일어서고 싶었다.



권태와 나태 속에서

자신의 몸이 익어가는 줄도 모른 채

흐리멍텅하게 퍼질러 잠이나 자다가,

다리와 몸통이 익어가는 개구리였지만

뜨거운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곧바로 뛰쳐나온다. 하지만, 개구리를 넣고 물을 천천히 데우면 개구리는 뜨겁다라는 인지를 하지 못하고 천천히 삶아져 죽게 된다고 한다.


점프하고 싶었다.

여기서 나가고 싶었다.


부품처럼 쓰이고 있는 직장으로부터,

몸을 혹사하는 교대근무로부터,

꿈을 잃고 속절없이 늙어가는 나로부터, 아픈 내 몸으로부터.




그렇지만 어디로 뛰어나간단 말인가.


아마도 마지막이 될 나의 점프는 어느 곳을 향해야 한단 말인가.


취업률만 생각하고 골랐던 전공,

회사에 들어오기 위해 준비했던 건 공채시험과 NCS 뿐이였다.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이제와서 시험을 다시 준비한들 또 다른 곳에서 개구리처럼 익어갈 것이 분명했다.




'나 뭘 잘하지?'


거울 속 나는 눈만 꿈뻑꿈뻑거렸다.




질문을 바꿔보았다.


'너 뭘 할 때 설레니?'




"....... 이야기를...  만들 때"


부끄러웠지만 그제서야 고개가 조금 끄덕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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