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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패 연 Jun 29. 2023

기회는 언제든 다가옵니다.

이제는 제발 내꺼하자, 그 기회

"드라마 제작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백여명이에요. 그리고 결국 돈을 벌기 위해 만들어지는 겁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타산, 그 잡음들을 다 이겨내야해요."


"조급함을 갖지 말아야합니다. 이 바닥 길게 봐야 합니다. 준비를 충분히 해야해요. 기본기가 중요합니다."



겁을 잔뜩 주는 워딩이었다.

화려해보이는 드라마 작가의 이면에는

큰 책임이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려는 듯 강사님의 목에는 핏대가 서 있었다.

12인치 작은 화면 속에서도 보일만큼.



"책임감"


이 얼마나 마법 같은 단어인가.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에게 이기심의 댓가를 지불하게 하고

상대를 다치게 하는 이에게 합당한 처벌을 부과하며

의무를 저버리고 도망가는 이를 멈춰서게 하는.


책임감은 자유라는 대지에서 미쳐날뛰는 어른의 자아도 길들인다.



그렇지만 몇몇 말들은 '책임감'이라는 고삐를 풀고 달아나버리는데

그 순간 자유는 방종이 되어버린다.

늠름했던 말은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어

길을 잃고 부상을 당하고, 초점을 잃어버리고 만다.


불행히도 내가 그랬다.







모니터 속 강사님의 이야기는 끝날 겨를을 보이지 않았다.


수업이 아닌, 자신의 가슴 속에 있던 회한을 꺼내어 열다섯의 수강생들에게 꺼내보여주는 것 같았다.

아니, 수강생의 존재를 잊고 자신을 향해 하는 꾸짖음 같았다.




술이 당겼다.



그런데 곧 술이 아니라, 뒷골이 당기기 시작했는데...

꾸짖음과 한탄 사이의 속사포가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나고, 2시간을 향해 치달았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교장선생님의 교장선생님도 이걸 버티지는 못할거야.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길게 하는 것도 굉장히 폭력적이다... 같은 

수업과 관련 없는 생각들만 머릿속에서 핑퐁쳤다.




강렬했던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기대했던 수업과 달라서였기도 했고

작가의 무게감을 작가지망생으로서 미리 알아버려서 숨을 쉬기도 전에 숨이 막혀버린 까닭이기도 했고




이제 시작이구나... 하는 설레임 뒤로 두려움 때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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