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작가교육원에 올라타다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것은
2019년 가을부터였습니다.
그해 여름, 기차에서 우연히
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짧은 대화였지만, 옆좌석에 앉은
그 사람이 귀엽고 따뜻하다고 느꼈습니다.
용기를 내었고 우리는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은 알고 보니 대단한 드라마 마니아더군요. 퇴근 후 무료해하는 제게, 드라마를 하나 추천해주었습니다.
박해영 작가의 ‘나의 아저씨’였습니다.
처음은 매웠습니다.
지안의 어두운 환경과 풍겨오는 우울감을
퇴근 후 지친 몸과 마음으로 마주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궁금했습니다.
지안과 박동훈 부장의 관계가 궁금해졌고
박동훈 부장 삼형제의 농담이 기다려졌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싫었을 겁니다.
새벽 늦게까지 드라마를 보고 때꾼해진 눈으로 부장님께 결재 받는 모습은 그리 생산적으로 보이지 않으니까요.
그렇지만 퇴근 후, 드라마를 계속해서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드라마 추천해줘.
또 추천해줄 드라마 없어?
그 사람을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드라마를 몰아보았던 탓에 자주 피로감을 느꼈고 눈 밑에는 ‘지안’처럼 다크서클도 꽤 생겼습니다.
단순한 중독일까요?
저는 그렇게 받아들이지는 않았습니다.
마음속에 온기가 생겼고, 그 따뜻함을 그저 흘려만 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굳이 색깔로 표현한다면 짙은 남색즈음 될까요?
밤잠 설칠 때 머릿속을 괴롭히는, 과거의 후회와 닮았습니다.
그때 새벽하늘을 보면 짙은 남색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중요한 선택의 순간들에서 항상 후회하는 걱정을 했던 것 같아요.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취업이 걱정되고 안정성을 택해야 할 것 같아서
제 마음을 속였습니다...
따뜻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제 ‘남색’에 일출의 황금빛을 칠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왜 드라마를 좋아하게 되었고
이제는 쓰고 싶은지
1330자 안에 담아 제출했다.
드라마작가교육원 기초반에 들어가게 되었다.
찬바람도 어느새 익숙해진 11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