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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직장인 Aug 16. 2022

글을 쓴다는 것...

- 오랜만에 글을 쓰는 한 사람의 자기 성찰 -

 2022년 1월 7일, 나에게는 굉장히 의미가 있는 날이다. 2년 간의 기다림의 종지부를 찍은 그날은 나의 첫 책 《선택과 결정은 타이밍이다》가 세상에 처음 나온 날이다. 책이 출간된 날은 평일이었다. '나의 책이 어떻게 서점에 비치되어 있을까? 과연 서점에서 나의 책을 보는 사람은 있을까?' 등 이런저런 기대감과 걱정으로 일에 집중도 못했다. 점심을 빨리 먹고 회사 근처에 있는 작은 동네 서점을 갔는데 나의 책은 없었다. 

"《선택과 결정은 타이밍이다》의 저자인데요. 혹시 제 책은 어디에 있나요?"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쑥스러워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풀이 죽은 채로 나왔다. '아직 작은 서점까지는 책이 유통되지 않았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위안을 삼고 퇴근 시간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 6시. 팀장님 눈치도 안 보고 5시 55분부터 퇴근 준비를 하고 회사 시계가 6시 정각을 가리키자 팀장님께 약속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아주 빠르게 뒤도 안 돌아보고 회사 문을 나왔다. 회사에서 20분 정도 가면 있는 대형 서점에는 분명 나의 책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안고 아내와 서점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어떤 의성어, 의태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나의 감정과 상태. 30대 후반의 직장인이 퇴근 후에 자신의 단점을 극복했던 경험을 직접 쓴 자기 계발서.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독자 또는 그런 상황에 있는 지인이 있는 독자들을 생각하며 2년이란 시간 동안 잠을 줄이고 휴일을 반납하고 매일매일 한 줄 한 줄 써왔던 나의 책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를 맞이하고 있을까? 상상만 해도 설레고 기분 좋은 일이다. 아마 이런 경험은 책을 출간하지 않으면 그 어느 누구도 경험할 수 없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 아닐까 생각한다.

 옛날 KBS에서 방영했던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출연자들이 보고 싶었던 사람을 기다리는 그 마음, 그 설렘과 나의 상황이 거의 똑같았다. 손에는 땀이 나고 발걸음은 빨라지다가도 머뭇거리게 되고 멀리 보이는 것 같은데 막상 쉽게 다가가지는 못하는 나의 모습이 아내는 신기해 보였는지 나의 손을 꼭 잡고 나의 책이 있는 곳까지 나를 거의 끌고 가다시피 할 정도로 데리고 갔다. 


 드디어 만난 나의 첫 책. 2년 동안 책을 쓰기 위해 노력했던 순간, 어려웠던 순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정말 주마등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쑥스럽지만 너무 감격한 나머지 눈시울이 붉어졌다. 다행히도 마스크를 써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주변 사람들은 못 봤을 것 같지만 나의 아내는 빠르게 내가 눈물 흘리는 모습을 캐치했다. "고생했어, 여보! 축하해!" 라며 등을 쓰다듬어주는 아내에게 무척 고맙고 감사했다. 

 그렇게 책이 출간되고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서 공중파 TV와 라디오에 소개도 됐고 북러닝 콘텐츠로 제작이 되었고 S그룹 사내 방송에 출현하는 등 책이 나오지 않았으면 경험할 수 없었던 것들을 책이 출간되는 순간 모두 경험하게 되었다. 그때 다짐했다.

글을 꾸준히 써서 죽을 때까지 30권의 책을 출간하겠다!


 의욕이 하늘을 찌를 때였다. 첫 책을 출간한 신인 작가가 베스트셀러 순위에도 올라가 보고 전혀 모르던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에게 책의 내용에 대한 문의, 책을 잘 봤고 도움이 많이 됐다는 많은 후기에 심취해있었다. 이름만 알아도 아는 몇 개의 기업에서는 강의 의뢰도 있었고 평상시 연락도 잘하지 못 했던 또는 안 했던 지인들로부터 책을 냈냐며 먼저 연락을 받는 일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꾸준히 글을 쓰면서 지속적으로 책을 출간하는 작가로서의 삶을 꿈꾸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작가로서의 삶도 살아보고 싶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글을 쓰겠다는 의지는 충분히 넘치고 넘칠 정도로 있었다. 브런치 작가도 신청하고 '나를 알아가는 100가지 질문'이라는 주제로 연재를 하려고 열심히 한 주에 하나씩 꾸준히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개인적인 변수가 생기기 시작했다.



 책을 출간하고 몇 달이 지난 뒤 나는 직장인으로서의 성장을 위해 회사로 이직을 했다.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글을 쓸 시간이 없지는 않았지만 본업인 직장인으로서 새로운 회사의 문화와 업무에 적응하기 위해 잠시 글을 쓰는 것을 미루기 시작했다. 이것이 미룸의 시발점이 될 줄은 그때는 알지 못했다.  회사는 100%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였고 서울이 아닌 지방에 살아도 되는 곳이었다. 아내와 나는 결혼 이후에 계속 꿈꿔왔던 탈서울, 지방에서의 여유로움 삶을 실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면 우리 형편에서 이사를 갈 수 있는 곳을 매일 찾아보고 서로 이야기 나누며 살기 적정한 곳인지, 우리가 지금과는 다른 삶, 다른 잡(JOB)을 실현할 수 있는지를 곱씹어보고 또 곱씹어봤다. 그러면서 점점 글을 쓰는 것과는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에게 5월이 찾아왔다.

 나와 아내는 5월에 귀촌을 결심했고 지역도 선정을 했다. 양가 부모님에게는 통보 아닌 통보 형태로 말씀을 드리고 우려와 걱정 속에서 이사를 결정했다. 옛날 구옥을 리모델링을 해야 돼서 나와 아내는 집이 완성되기 두 달 전에 미리 내려와서 공사 현장도 둘러보고 리모델링에 필요한 이것저것들을 찾아보고 결정하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점점 글을 쓰겠다는 생각, 여유를 찾을 수 없었다. 회사 일 하면서 공사 현장도 봐야 하고 인테리어 용품도 사러 다녀야 했다.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예상하지도 못했던 문제들에 대한 대응과 결정을 내려야 했기에 글을 써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도 '다음에 하지, 집이 다 완성되면 하지'라는 생각으로 차일피일 미루기 시작했다.

 집이 완공된 후에 과연 나는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을까? 예상했을지 모르겠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한번 안 하기 시작한 것을 다시 꺼내서 해보겠다는 의지는 정말 쉽지 않았다. 글쓰기와 관련된 책, 영상을 볼 때는 '써야 되는데, 내일부터 다시 써야지'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귀촌에서의 여유로움과 편안함, 새로운 지역이라서 보고 싶고 먹고 싶은 것들이 많았기에 서울에 있던 것처럼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쓴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았다. 

 책을 많이 출간한 유명한 작가들이나 책쓰기를 가르치는 많은 분들, 책쓰기와 관련된 책을 출간하신 작가들 이외에도 나처럼 첫 책을 출간한 신인 작가들도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책쓰기 또는 글쓰기는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존경하는 작가인 강원국 작가님도 한 프로그램에 나와서 "길든 짧든 글은 엉덩이로 오래 동안 앉아서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말을 했다. 또한 세계적인 베스터 셀러 작가인 칼럼 매캔(Colum McCann)도 그의 책《젊은 작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작가란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기가 죽기보다 싫을 때도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는 사람이다"라고 말한 바가 있다. 이처럼 작가는 글을 쓰기 어려운 상황과 환경 속에서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이며 다른 어떤 직업군보다 지구력이 뛰어나서 매일 조금씩, 꾸준히 글을 쓰는 힘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오늘 나의 이 글은 나의 자기반성의 글이다. 그동안 글쓰기에 나태해져 있는 나, 그동안 꿈꿔왔던 귀촌 생활에 심취해있는 나에게 주는 마지막 경고이자 이 글을 읽는 구독자들에게 보내는 나의 다짐이다. 꾸준함을 잃지 않고 급하게 마음먹지 않고 작은 양이라도 조금씩 나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습관이 지금 나에게 필요한 자세이자 태도이고 마음가짐이다. 

 글을 쓴다는 것이 많은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압박감, 불안감이 있는 고된 작업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지금껏 내가 누려왔던 여유와 쉼을 포기하고 다시 쓴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내가 선택과 결정을 잘하지 못해서 극복하기 위해 했던 시간과 노력의 경험, 작심삼일도 10번을 하면 한 달이 된다는 나만의 철학과 신조가 있기 때문에 나는 분명 다시 꾸준히 글을 쓸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나는 글을 쓸 때 머리가 정리되고 맑아져서 참 좋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다시 쓸 충분한 계기가 나에게는 분명 존재한다.


글쓰는 직장인의 삶! 다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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