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직장인 Jan 27. 2024

이런 날도 있는 법이지

1월의 어느 토요일, 우울함 속에 살고 있는 나에게


오늘은 그냥 무언가를 쓰고 싶다. 하지만 무엇을 써야 할지, 이 글이 나의 너무 자전적인 일상을 담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된다. 딱히 떠오르는 글의 소재가 있지는 않지만 써 내려가다 보면 무언가 통하는 하나가 있지 않을까? 그런데 오히려 더 머리가 복잡할 뿐이다. 


 글을 쓰면 생각이 정리되거나 복잡했던 머릿속 실타래가 풀린다고 생각했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유는 뭘까? 나는 지금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왜 나는 이런 상태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 노트북을 열고 쓰고 싶는 말을, 떠오른 것들을 타자로 치고 싶지만 답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번아웃일까? 날씨 탓일까? 나의 상태를 나 스스로 진단해보고 싶은데 정말 답이 없다. 사람을 만날까? 지인들에게 전화를 해서 수다라도 떨어볼까? 오전 10시에 계획되어 있던 스터디에 참석해서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웃고 고민하면서 많은 생각들을 공유했는데 MBTI가 I형인 나의 정신적, 신체적인 체력이 다 소진된 것일까? 이것도 아닌 것 같다.


 그냥 이런 날이 있는 거겠지? 사람이 매일 밝을 수도 매일 어두울 수도 없으니 오늘은 이런 날인가 보다 하고 마음을 편하게 먹으면 되겠지? 그러는 편이 나에게 더 이롭겠지? 나를 안다는 것은 참 쉽지 않다. 어제저녁 오랜만에 본 중학교 1학년 조카와 야식을 먹으면서 '나를 제대로 안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라는 것을 이야기해 줬는데 이런 나의 상태도 왜 그러는지 잘 모르고 있는 40대 삼촌의 모습이 조금 부끄럽다.


 짧은 영상 콘텐츠를 보면 복잡한 머리가 좀 쉬지 않을까 생각을 잠시 멈출 수 있을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핸드폰을 들고 SNS 앱을 연다. 수백수천 가지의 콘텐츠들이 난무하는 세상.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지만 아무 의미 없는 콘텐츠들을 보고 있는 나 자신도 갓(GOD) 생을 살고 있는 인플루언서들의 삶을 보고 부러워하는 마음이 드는 내 마음도 참 의미 없다. 그냥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 같아 오히려 더 우울해진다.


 자러 가야겠다. 자고 일어나면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내일은 출근을 해야 되니 자고 일어나서 일 속에 빠져서 허우적 되다 보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내일은 다를 것이라 생각하자.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 생각하자. 내일은 분명 오늘보다 더 활기차할 것이라 생각하자. 


 요즈음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서 명상을 한다. 명상 유튜브를 틀어놓고 소리와 음성에 집중하다 보면 힌가지 느끼는 것이 있다. 내 안에 있는 나에게 다른 누구보다 더 강렬하게 나를 긍정하고 나를 위로해 주고 나를 격려해 주고 나를 사랑해야 된다는 사실을. 분명 오늘은 어제보다 덜 나를 긍정하고 사랑해 줘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자. 내일은 분명 다를 것이다. 혹시라도 내일이 오늘과 같다면 내일의 나에게 이렇게 얘기하자. "이런 날도 있는 거야. 그러니 너무 우울해하지 마. 넌 충분히 잘하고 있어."

작가의 이전글 다시 찾는 나의 작은 행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