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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잔잔 Nov 05. 2020

찬바람 불 때는 홈메이드 밀크티

설탕을 넣지 않아 더 건강해요!

0.

나의 얼렁뚱땅 홈메이트 밀크티 레시피

준비물 : 홍차 티백 아무거나, 우유, 꿀 한 스푼(한 잔 기준)

◆간단 방법

1. 우유를 전자레인지에 따뜻하게 데운다.

2. 홍차 티백을 넣고 우린다.

3. 꿀 한 스푼을 넣고 잘 섞어 마신다.

◆덜 간단 방법(대용량)

1. 냄비에 우유를 붓고 약하게 끓인다.

2. 홍차 티백을 넉넉하게 넣고 실온에서 우린다. (1잔당 1개)

3. 우유가 식으면 냉장고에서 하루나 이틀 이상 숙성시킨다.

4. 티백을 걷어낸 우유를 우유 거품기에 돌린다.

5. 꿀을 한 스푼 넣고 잘 섞어 마신다.


1.

요새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아마 어제인가 오늘, 뉴스에서 기온이 영하까지 떨어졌다고 본 것도 같다. 실로 '완연한 가을'이라는 표현을 쓴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가을보다는 겨울에 가까운 아침과 저녁이 찾아왔다. 화장실에 난방이 안 되는 나로서는 샤워하기 두려운 계절이 온 것이다.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온도를 찾는 동안 닭살이 돋아버리고, 머리를 감기 위해 잠깐 샤워기를 잠그는 시간이 영 겹처럼 느껴진다. 


2.

이렇게 찬바람 불어올 때를 위해 작년부터 사둔 것이 있다. 바로 우유 거품기!

나는 우유 거품이 잔뜩 올라간 라떼를 참 좋아하는데 매번 나가서 사 먹는 게 귀찮다. 잠옷 차림에 머리는 산발인 상태로 편안하게 라떼를 마시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우유 거품을 내주는 (+데워주는) 기계를 삼만 원 중반의 가격에 구매했는데 꽤나 거품이 풍성하고 조작도 편리해서 대만족 하며 작년부터 잘 쓰고 있다. (혹시 제품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광고 아님)


3.

오늘 저녁에는 따뜻한 바지락 된장국에 푸짐하게 저녁을 먹고 느긋하게 쉬는데 갑자기 냉장고에 만들어 둔 밀크티가 생각났다. 이 여유로운 밤의 시간을 따뜻한 차로 마무리하면 좋겠다 싶었다. 갑자기 집 안이 분주해졌다. 찬장 속 거품기를 꺼내고 커다란 꿀단지도 테이블로 가져왔다. 친구가 호주에서 사 온 홍차 티세트를 우유에 넣어 냉장고에 삼일 정도 보관했는데 막상 꺼내보니 파는 것처럼 색이 변하지는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밀크티 맛을 재현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맛을 보는데 나름 홍차의 향이 배어있었다. 묵혀놨던 우유 거품기에 한 잔 분량을 따르고 버튼을 누르니 익숙한 쉭-쉭 소리를 내며 힘차게 거품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4.

두 번을 돌리니 김이 솔솔 날 정도로 따뜻하고 거품이 옹골찬 라떼가 완성되었다. 그대로 컵에 따르면 거품보다 그 안의 우유가 먼저 나오는데 이때 잠깐 스톱! 벌꿀 한 스푼을 넣어 섞은 다음 그 위에 부드러운 우유 거품을 토핑처럼 올려준다. (그대로 따라내어 꿀과 섞어 먹어도 아무 문제 없지만 나는 섞이지 않고 단단한 우유 거품을 먹고 싶어 이렇게 한다.) 한 입 먹으니 바로 이거야, 감동스러울 정도로 맛있고 달짝지근한 밀크티의 맛이 난다. 가벼운 크림과 함께 홍차 향이 배어있는 우유가 몸을 뭉글뭉글 녹이고 따뜻하게 데워준다.


5.

겨울의 묘미는 역시 난방으로 따뜻한 방 안에서 뜨거운 차 한잔이다. 오늘도 씩씩하게 저녁을 홈메이드 요리와 밀크티로 마무리하니 배가 편안하다. 바로 이 날을 위해 여름 내내 찬장 안에서 우유 거품기가 고이 잠들어 있었나 보다. 다음은 또 뭘 만들어볼까? 단호박 라떼? 초코 라떼? 겨울을 준비하는 한 마리 작은 곰처럼 지금 나는 라떼 한 잔에 신이 나서 붕붕 들떠 있다. 역시 백수의 맛, 혼자의 맛, 집순이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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