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배운다
엄마는 손재주가 없어.
아침마다 너의 머리를 가지런히 묶어주려고 빗을 들 때마다 안절부절못하곤 해.
그래서 제일 간단히 삐삐머리로만 묶어주었는데 어느 날 너는 '엘사 머리'를 해달라고 했지.
얼른 머리 묶고 유치원 버스를 타러 나가야 하는데, 엘사 머리는 도대체 어떻게 묶는 건지.
유치원 선생님들은 화려한 엘사 머리도 척척 묶어주시던데,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
당황스러운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되려 너에게 짜증을 부렸지.
"엄마 이런 거 잘 못해. 그냥 오늘도 삐삐 머리하고 가."
이런 아침을 몇 번 반복하고 나서,
오늘 아침에는 엉성하더라도, 네 머리를 예쁘게 땋아주고 싶었어.
"오늘은 엄마가 머리 예쁘게 땋아줄게. 그런데 엄마가 손재주가 없어서 잘 못하더라도 이해해줘."
너는 또박또박 대답했어.
"엄마.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 그렇지만 연습하면 누구나 다 잘할 수 있는 거야. 엄마도 연습하면 잘할 수 있어."
엘사 머리를 연습까지 하면서 잘해야 하나 싶었지만, 너의 예쁜 말에 적잖이 위로가 되었어.
서른이 넘은 엄마는 때때로 할 줄 아는 게 없는 것 같아서 의기소침해질 때가 꽤 많아.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처음 겪는 일 앞에 작아지고, 두려워하기 마련인데
어른이라는 이유로 무엇이든 척척 해내야 할 것만 같아서 그럴 때마다 스스로 자책하고 좌절하곤 하지.
Practice makes Perfect!
학생이었을 때 배웠던 문장. 살다 보면 여기저기서 많이 듣곤 했던 말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 하지만 연습하면 잘할 수 있어."
이 말을 다른 사람이 아닌, 다섯 살 우리 집 꼬마에게 들을 줄 이야.
알고 있지만 잊고 있었던 말을 너에게 들으니, 다시 한번 더 곱씹어 본다.
새로 시작하는 '처음' 앞에서 두려워할 때마다,
무엇인가 서툴러서 스스로를 자책할 때마다
오늘 아침에 네가 내게 전해준 그 말을 다시 한번 더 마음에 새기고 주먹을 불끈 쥐어볼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
연습하면 돼.
나도 잘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