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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케이 Apr 02. 2024

배고픈 1학년 8반 8번

"엄마, 나는 요즘 성장하고 있어!!!"

우리집 유일한 어린이가 입학한 지 한 달이 되었다. 

나도 학부모로서 한 달이 되었다. 


한 달 차, 학부모로서의 요즘 나의 은 아이 아침/저녁 식사 제공, 책가방 및 준비물 챙기기, 2-3회 간식 제공이 주요한 역할이다.


종종 학원 픽드랍을 하긴 하지만, 점차 아이 혼자 오고 가는 시도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아이 곁에서 한 달 동안 아이의 표정을 살피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매우 즐겁게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덕분에 마음 한 켠에 가지고 있던 학교 적응에 관한 걱정을 일부 내려 놓았다. 


유치원 때보다 훨씬 커진 학교 건물에서 도서관 및 과학실을 드나들며 자기 키 보다 훨씬 큰 언니 오빠들도 만나고, 귀여운 네이밍의 새싹, 겸손, 믿음반을 수료하고 심플하게 숫자로 나눠진 반에 속해 자기 만의 번호를 부여받은 것도 매우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다. 


참고로, 우리 아이는 8살이고, 1학년 8반 8번이며, 108동에 산다. 번호를 부여받은 날 아이가 가장 먼저 알아채고는 동네방네 말하고 다녔다. "있잖아요, 저 1학년 8반이고 8번이고, 8살이고 108동에 살아요!"라며, 어찌나 신이 났던지. 


씩씩하게 등하교하며 즐겁게 학교 생활에 적응하고 있는 딸에게 일어난 변화 중 놀랍고도 신기하고도 웃긴 것은, 맨날 배가 고프단다. 


지난주 학부모 총회에 갔을 때 담임 선생님께서 “아이들이 2교시만 되면 배고프다고 밥 언제 먹냐고 물어봐요~~~ 밥도 엄청 많이 먹어요~~~ 귀여워 죽겠어요”하셨는데 정말이었다.


아침 식사도 10분 만에 빈 그릇을 척척 내놓고 점심도 잘먹고 저녁밥도 이전보다 양껏 잘 먹는다. 정말 웃기고 귀여운 건 점심 먹고 바로 하교해도 배고프다고 간식을 찾는다. 간식도 주는 대로 잘 먹고 옆단지 학원으로 50분짜리 수업을 다녀오고 또 간식을 찾는다. 덕분에 나는 하루에 2-3번 간식을 대령한다.


이번주 화요일에는 하교한 아이가 “엄마 나 오늘 보건실 갔다와쩌”하길래 깜짝 놀라 이유를 물었더니 배가 아픈 것 같아서 친구와 다녀왔다고 한다.


그래서 보건실에서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물으니, "보건 선생님이 배가 '아'픈 게 아니라 배가 '고'픈 거라고 조금 있다가 급식 시간이니 조금만 참으라고 하셨엉"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봐도 컨디션이 너무 좋아 보였기에 아픈 게 아니라 ‘고’ 팠던 게 맞는 것 같다. 정말이지 1학년의 배고픔은 보건실을 갈 만큼 참을 수 없는 '고픔'이구나. 그래도 아프지 않아서, 이렇게 웃어 넘길 수 있어서 다행이다. 


우리집 1학년 어린이 삼시세끼 다 드시고 간식 3번씩 잡수셔도 배가 고픈 게 너무너무 귀엽고 재밌다. 

오늘은 수학 문제집을 풀고 오더니, “엄마 나 요즘 잘하고 있어! 나 성장하고 있어!!”라며 손을 위로 쭉쭉 뻗으며 점프를 한다. 


그래 맞아, 요즘 너는 성장하고 있어.

엄마는 너의 배고프다는 말이, 네가 새롭게 시작한 학교 생활을 매우 잘 소화하고 있다는 말로 들려. 그래서 엄마는  요즘 좋은 식재료를 고르고 밥상을 준비하는 시간이 너무 즐거워, 이토록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말야. 

네가 먹는 맛있는 음식은 너의 피가 되고 살이 되어 너를 더욱 크게, 튼튼하게, 옹골차게 할테지. 맛있게 먹고 있는 네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엄마는 넘치도록 배부른 마음이 든단다. 


배고픈 우리집 1학년, 너의 성장을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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