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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칸나의 그림책방 Oct 10. 2018

쉿, 나는 섬이야

환상적인 바닷속 세계에서 느끼는 사랑과 우정

이미지출처 http://www.picturebook-museum.com


책장에서 이 책을 발견한 순간, 화려하고 몽환적인 그림에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어요. 아름다운 그림과 단순한 스토리로 독자들을 바닷속 세계로 풍덩 빠뜨리는 그림책. 오늘 소개할 책은 2018년 7월에 주니어 김영사에서 출판된, 마크 얀센의 '쉿! 나는 섬이야 (Island)'입니다.


이 책은 총 32페이지, 12장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보통의 그림책보다 큰 화면에 그려지는 그림들은 단 한 장도, 그리고 단 한 조각도 빠뜨릴 수 없이 매혹적입니다. 큰 화면에 푹 빠진 독자들은 마치 바닷속을 헤엄치듯이 하나하나의 그림 조각들을 탐험하게 되고, 뭉개지고 흩뿌려진 물감들 사이로 환상적인 바닷속 세계를 경험하게 됩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강력한 비바람은 작은 소녀 소피와 그녀의 아빠, 그리고 그녀의 강아지가 탄 배를 산산조각 내고 말지요. 첫 장부터 펼쳐지는 강렬한 화면은 다양한 색채로, 다양한 드로잉으로 단숨에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바람이 멈추고, 드디어 고요가 자리 잡은 바다.  폭풍이 지나간 그곳에서 소피와 아빠는 이 책의 제목과도 같은, '작은 섬 (island)'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빠와 소피는 고요한 섬에서 구조를 기다립니다.



이미지출처 http://www.picturebook-museum.com
이미지출처 http://www.picturebook-museum.com
이미지출처 http://www.picturebook-museum.com



사실 그 섬은 거북이의 등이었어요. 거대한 거북이는 자신의 등 위에 올라온 소피와 아빠를 조용히 품어주지요. 소피의 아빠는 그사이 거북이의 등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그곳에서 점차 자리를 잡아갑니다.  


바다가 꽁꽁 언 겨울이 왔을 때에도, 그리고 눈이 녹아 새들이 날아다니는 봄이 찾아왔을 때에도. 거북이는 그대로 멈춰 소피의 가족을 보호해 줍니다. 그들이 잠들었을 때, 거북이는 조용히 자리를 지키며 그들이 잠들 수 있게 해주었고, 커다란 물고기가 달려드는 무시무시한 순간에도 꼼짝하지 않고 자리를 지킵니다.     


그리고 드디어. 바닷속 친구들로부터 구조대가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거북이. 

거북이는 몇 달 만에 처음으로 몸을 움직였어요. 소피와 아빠를 구조대로 옮겨주기 위해서요.


커다란 배가 도착하고, 소피와 아빠는 구조됩니다. 

아빠와 강아지가 구조선에 몸을 싣고 있을 때, 갑자기 바닷속으로 풍덩 빠지는 소피.

작은 소녀 소피는 거대한 거북이에 입을 맞추며 속삭입니다.  


"고마웠어 나의 섬"




작가  '마크 얀센'

출판사의 정보에 따르면 네덜란드 출신의 일러스트 작가 마크 얀센Mark Janssen은 1997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나라의 출판사들과 일하며 450개가 넘는 책을 작업했다고 하는데요. 2016년부터는 그림뿐만 아니라 글도 직접 썼다고 합니다. 국내에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인지, 인터뷰 내용은 찾아보기 힘드네요. 


이 책은 어린아이의 따뜻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단순한 스토리와 화려한 그림으로 환상적으로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거북이 등이 마치 섬처럼 보인다는 간단한 연상을, 바다에 표류된 어린 소녀 이야기로 확장시킨 기발한 아이디어. 이는 구조적으로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며 독자들을 긴장시킵니다. 


역동적인 바다. 그리고 그 바닷속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은 마치 전설 속 생물들처럼 거대하고 환상적으로 그려집니다. 그리고 바다 위 거북이의 등에 사는 소피와 가족들은 작고 여린 동화 속 인물들처럼 묘사되고 있지요. 바닷속과 바다 위의 상반된 그림체는 서로를 극대화시키며 보는 재미를 더해주고, 이야기를 더욱 동화스럽게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물에 풍덩 빠져 거북이에게 입을 맞추며, 고마웠다고 인사하는 작은 소녀 소피. 

거북이와 소피의 이러한 예상치 못한 만남은 긴 설명이 없이도 큰 여운을 남깁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소피와 가족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거대한 거북이. 거북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인간을 품어주는 자연. 혹은 자연처럼 초월적인 어떤 존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저 단순한 아이의 상상일까요? 


환상적인 바닷속 세계, 그리고 따뜻한 동심이 담긴 책.

'쉿, 나는 섬이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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