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와밥풀 Jan 03. 2022

동시빵가게

173. 동시빵가게 독자 여러분께 - '죽음과 탄생은 맞물려 있다'

신년 새해를 맞이하여 작은 형님 묘소에 다녀왔다. 수목장의 풍경은 볼 때마다 기묘한 느낌을 준다. 고인의 영혼을 품고 있는 죽음을 상징하는 나무들이 현실에 얼굴을 내밀고 자라고 있다. 삶과 죽음, 죽음과 탄생이 서로 맞물려 있다.     


집으로 돌아와 누가 부탁하여 주역점을 쳐 주었다. 도움을 뜻하는 수지비(比)괘가 나왔다. 땅 위에 물이 있는 것이 비괘이다. 왜 주역은 여기에 돕는다는 의미를 부여한 것일까? 대산주역강의를 찾아보니 이런 말이 있다.

 “왜냐하면 물과 흙이란 토극수(土克水)로 상극관계에 있으면서도 물은 흙이 아니면 담을 수 없고 흙은 물이 아니면 먼지처럼 훌훌 날아다닐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흙 없이 물만 있으면 제방을 할 수 없으니 물이 범람해서 안정치 못하고, 흙은 물이 아니면 건조해서 생물을 키워낼 수 없어 흙 노릇을 못하는 것이죠.”(대산주역강의1. 335쪽)

서로 극하는 존재가 그 이면에서는 서로 도울 수밖에 없는 관계로 살아가는 것이다. 날마다 죽어야 새로 태어날 수 있고, 새로 태어나려면 죽어야 한다. 죽음은 삶을 극하는 것 같지만, 서로 돕고 있는 것이다.

      

동시빵가게가 몇 년 동안 가게 문을 닫지 않고 빠짐없이 달려왔다. 동시빵가게가 독자들에게 구워 보내드린 빵의 양도 수백 편에 이른다. 새해에는 곧 새로운 운영진이 동시 빵가게를 맡아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동시빵은 먹히는 순간 죽음이면서, 독자의 마음속에서는 다시 태어나는 재탄생의 운명을 상징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앞으로도 동시빵가게를 통해 독자와 시인이 물과 흙처럼, 죽음과 탄생처럼, 서로를 자극하면서 삶에 건강한 에너지를 불어넣는 관계 맺기가 계속되기를 바란다. 

동시빵가게의 바지사장 직을 맡고 있는 나로서는 우선 독자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린다. 기존 운영진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 또 새로 꾸려질 운영진에게도 미리 감사드린다. 동시빵가게는 올해도 문을 활짝 열고 동시빵을 열심히 구울 것이다. 독자 여러분들의 응원을 기대한다.   



https://dongsippanggage.modoo.at/?link=2re7z1f4

이재복 : 동시 읽는 걸 좋아하는 동시빵가게 바지사장입니다. 시인들과 어린이 독자와 동시빵가게 만들면서 같이 재미있게 놀고 싶습니다. 디지털 시대 어린이와 소통하려는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줄 『새로운 어린이가 온다』를 비롯한 연구서와 평론집들, 그림책 『숲까말은 기죽지 않는다』 『엄마, 잘 갔다 와』 들을 펴냈습니다.   iyagibob@hanmail.net 

작가의 이전글 동시빵가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