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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피터 Aug 18. 2021

실패

받아들이기

글쓰기에 실패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알고 있었다. 글 자체보다도 부족한 시간으로 인해 생각 또한 부족해지고 그것이 글을 방황하게 만들어 실패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일단 어떤 식으로든 글을 쓰기 위해서는 생각이 어느 정도는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 내가 하는 생각들은 쉽게 쉽게 정리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글을 쓰는 것이 어렵다.


최근  안으로 들어온 키워드나 주제들이 너무 크고 복잡하다. 그런 상황에 에너지와 시간 역시 부족하니 생각에 깊이가 없어지고 뭔가 피상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다가 어느 순간 글이 막혀버렸다. 당황스러운 기분에 억지로라도 마무리를 하려고 노력을 해보았지만 그럴수록 글은 엉망이 되어 망가졌다. 일단 어떤 생각이든 충분하게 시간을 가지고 공을 들이지 않는 것들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참신함 때문에 신기하고 재밌어 보여도  아이디어에 일정 수준 이상의 깊이를 더할  없다면 그런 것들은 글감이   없는 것이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글쓰기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일상이 많이 바뀌고 있다. 내가 쓰는 시간과 에너지의 많은 부분을 글쓰기와 생각하기에 배정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 그 상황을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이 상황에 그냥 적응해 나가야 한다. 욕심을 조금 더 내려놓자.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 것은 분명히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주변 상황이 변했다면 그것에 적응하여 건강한 생활의 리듬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혼란스럽고 감정이 흔들리는 것도 너무 불안해하지 말자.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람은 살기 위해서 일을 해야 한다. 지금은 코로나 시국이라 내가 원하는 일을 선택하여 자유롭게 도전하는 것이 힘들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낯선 일들을 하게 되는 것이고 그렇다면 그 일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모든 생활의 패턴들이 어지럽고 혼란스럽기만 할 것이다. 마음의 혼란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충실하고 꾸준한 글쓰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이 괜히 화가 난다. 그렇지만 그건 잘못된 일이 아니다. 글쓰기 자체를 그만둔 것이 아니라 아직 수준이 올라오지 않은 나의 글쓰기가 짧은 시간에 하나의 글을 완성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뿐이다.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나의 글쓰기 솜씨가 부족하다는 것을 순순히 인정하면 된다. 그러면 화는 가라앉을 것이다. 앞으로도 매일 꾸준하게 아주 적은 분량의 글이라도 계속 쓸 것이다. 하지만 글은 완성시키지 못하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100편 글을 쓰는 동안에는 하루에 한편씩 꼬박꼬박 글을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그렇게 100이라는 숫자를 달성하면 내가 글쓰기에 진심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하나의 징표로 그것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주변 상황이 변화했고 그것이 글쓰기에 장애가 되어버렸으니 나는 이 환경에 맞는 새로운 글쓰기를 찾아내야 한다.


시간을 항상 밀도 있게 사용하자. 그렇지만 결과물에는 너무 욕심내지 말자. 나 자신의 현재 상황을 똑바로 보기 위해서 글쓰기를 하는 것이니 글쓰기 자체가 삶의 최상위 목표나 가치가 될 수는 없다. 아직 나에게 글쓰기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정신적 자유로움’, 난 언제나 그것을 추구했다. 정신이 어디에 매여있는 듯한 그 답답함을 나는 참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정신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는 항상 똑바로 생각하고 감각해야 한다. 그런 것을 제대로 수련하기 위해서는 조금 고달픈 삶의 방식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일 수 있다. 항상 내가 추구하는 ‘최상위의 가치’가 무엇인지 곰곰이 잘 생각해 보자. 글쓰기는 수단적 가치이다. 궁극적으로는 나의 내면이 성장하여 정신의 자유로움을 감각하고 싶은 욕망이 제일 크다.


그러기 위해서 성실해야 한다. 또 그러기 위해서 너무 수단 자체에 매여있으면 안 된다. 길을 잃어버리는 것을 항상 경계하면서도 실패하고 헤매는 것 자체를 너무 불안해하면 안 된다. 넘어지고 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수이다. 나의 내면에 변치 않는 단단한 무엇은 없다. 그냥 계속 무너지고 부서져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일어서서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큰 기대도 하지 말고 작은 기복에 너무 크게 실망하지도 말자. 그냥 내가 꾸준히 무언가를 할 것이라는 그것 자체에만 집중해 보자. 그렇게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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