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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피터 Aug 19. 2021

심플

간소화

어제부터 쓰는 글들이 다 망가지고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짧은 시간 안에 많이 바뀌면서 아직 정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이 기준점이 계속 글을 망친다는 느낌이다. 야구에서 타자들이 폼을 수정할 때 아주 작은 변화만 가져와도 타율이 크게 출렁이는 것처럼 최근에 나는 글을 쓰면서 자꾸 헛손질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 글을 쓰고 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글들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이런 이상한 느낌으로 글을   있을까?  안에서 일어난 변화에 의해서 뭔가 생각하는 밸런스가 무너진  같다. 오늘 하루만 하여도 여러 생각들을 많이 하였지만 이상하게  생각들이 정리가 되지 않는다. 뭔가 내가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변화가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현재로써는 정확하게  수가 없다. 그래서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모르겠다.


모르기 때문에 기본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안 써지는 글을 억지로 쓰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글쓰기 자체가 싫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일단은 이 상태를 수용하려고 한다. 매일 글을 써도 앞으로는 안 써지는 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규칙적으로 하루 중 일정 시간만 배분할 것이며 그 안에 글이 써지지 않으면 그날의 글쓰기는 그만둘 것이다. 그 외에도 일상에서 시간을 소비하는 패턴들을 다시 점검하고 생활 자체에 리듬과 밸런스를 회복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운동, 글쓰기, 책 읽기, 요리, 청소, 빨래 거기에 일까지 모두 필요해서 하는 것들이지만 역시 체계를 갖추어 정확하게 시간을 배분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생활의 리듬이 꼬이고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최근에는 글이 계속 망가지는 바람에 글쓰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아붓고 있고 그래서 글의 결과물이 안 좋은 것 이상으로 생활이 뭔가 뒤죽박죽으로 꼬여 있다. 여름이라 달리기 한 번만 해도 엄청나게 늘어나는 빨랫감 그리고 체력과 체중을 늘리기 위해서 꼭꼭 만들어서 챙겨 먹는 식사도 시간을 생각보다 많이 잡아먹고 있다.


그러니 책 읽기와 글쓰기 모두 욕심대로 무한정 시간을 배분할 수 없다. 다 일단은 좀 접어두자. 전체적으로 에너지도 집중력도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머리와 감정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몸을 부지런하게 움직이면서 할 수 있는 일들에 더 집중해야 할 것 같다. 뭔가 정리되지 않는 것들은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체계가 만들어질 때까지 좀 기다려주자. 내부 변화란 결국 신경세포 그리고 뉴런들이 새롭게 자라나고 성장하는 과정이다. 그런 물리적인 변화의 과정은 당연히 시간을 필요로 한다. 조급해하지 말고 건강한 생활리듬을 만들어가면서 잠을 충분히 자는 것이 지금은 제일 중요한 일일수 있다.


하는 일의 가짓수를 줄여라. 글이 안 써져서 하는 모든 행동, 특히 너무 자주 달리고 걷는 것은 일단 중지. 달리는 것은 이틀 또는 삼일에 한 번으로 횟수를 줄인다. 읽는 것도 모두 일단은 중지 빌린 책들은 모두 반납하고 한동안 무엇을 새롭게 읽거나 하지 않기. 글쓰기에 쓸 수 있는 시간도 하루 한 시간 반을 넘기지 않기. 일과 생활, 간단한 운동 그리고 오로지 좋은 잠을 자는 것에만 집중하도록 하자. 생활에 변화가 생긴 것 이상으로 내부에서 무엇인가 분명히 바뀌고 있다. 그래서 생각, 글쓰기, 감각들이 모두 조금씩 어긋나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는 모든 복잡한 것들을 지워내야 한다. 판단도 할 필요가 없다.


심플. 그리고 규칙적인 생활패턴 이 두 가지를 만들어가는데 올인하자. 지금 글이 계속 망가지고 결론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은 그냥 자연스러운 어떤 상태에 내가 놓인 것이다. 그게 뭔지는 나도 모른다. 모르는 것은 그냥 느끼자. 이런 상태임에도 감정적으로는 무척 안정적이며 덤덤한 상태에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안 좋을 때면 이 모든 혼란이 짜증스럽고 답답해서 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점점 더 상태가 나빠졌을 것 같은데, 지금은 그냥 괜찮겠지 하는 조금은 무책임한 듯한 감정상태에 놓여 있다.


뭔가 취한 듯 글이 갈지자로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다. 내가 오늘 하루 종일 깊게 생각한 내용은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그 생각들이 정리가 되지 않아서 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큰 짜증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내부의 ‘불안’이 크게 자극을 받지 않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일단은 그것 하나로 만족하자. 모든 것이 엉망진창으로 어지러운 것 같지만 그냥 괜찮다고 해두자. 글은 그냥 마치고 조금 더 주변정리를 한 다음 그냥 빨리 자자. 지금 같은 상태에서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은 술을 많이 마시고 횡설수설하는 것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 뭔가 정리가 되지 않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잠을 자면서 뒤처리를 나의 무의식에 맡기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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