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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술라이 Dec 21. 2023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행복

소소한 일상, 작은 행복의 기록 2 - 너의 사랑스러운 표정을 기억할게!

한 달 반 전에 블로그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세 번 포스팅을 올리는 데, 시간이 전과 다르게 흐름을 느낀다. 매우 빠르게 훅 지나가는 기분. 임의로 정한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이 매일 눈 깜짝할 사이에 턱밑에 와 있는 것 같다. 월월수수금금월.


"엄마, 엄마!"

막내는 여느 때처럼 현관문을 열자마자 나를 불렀다. 작은 어깨에 맨 가방을 바닥으로 미끄러 떨어뜨리고, 두툼한 패딩 점퍼도 휙 벗으며 동시에 입으로 나를 찾았을 것이었다. 블로그를 쓰느라 밤을 새운 나는 바스락거리는 이불속에서 막내에게 대답했다.

"엄마 방에 있어."

막내는 패드를 들고 내 곁에 와 앉았다. 입을 모아 내밀고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브롤스타즈를 했다. 입을 앙 다물어 삐죽 내민 채 매섭게 화면을 응시하고 있는 막내. 초집중하고 있음을 얼굴로 이야기했다. 아이를 오래 들여다보고 분신처럼 움직이는 것. 그건 아주 평범한 일상이었다. 그런데 하고 싶은 일이 생긴 지금, 글로 남기고 싶을 만큼 소중한 순간이 되었다.


어제 짐노페디로 널리 알려진 에릭 사티에 관한 글을 읽었다. 그의 삶은 예술가답게(?) 특별했고 기괴했다. 달걀, 설탕, 소금, 코코넛, 삶은 닭고기, 송아지 고기, 흰 살 생선, 순무, 흰쌀 등 하얀 음식만 먹었고, 피아노 위에 피아노를 올려놓은 뒤, 위에 놓인 피아노를 수납용으로 썼다. 사티는 자신이 아끼는 악보를 분실하고 그것을 찾지 못한 채 죽었는데, 알고 보니 피아노 뒤에 걸려 있던 그의 양복 주머니 속에 그 악보가 들어 있었다. 그의 친구는 "아이고, 이 친구야. 이걸 못 찾았나." 하며 한탄했다고. 나는 어떨까? 나 또한 내 옆에 있는 행복을 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손만 뻗으면 그곳에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소중한 행복'이 있는데, 찾을 수 없다며 헤매고 있는 건 아닐까? 150년 전, 소중한 악보를 자신의 주머니에 넣어 두고 찾지 못했던 에릭 사티를 가만히 더듬어 보며, 올해가 가기 전, 작은 행복들을 꺼내 고이 어루만져야겠다, 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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