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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술라이 Jan 01. 2024

세상에 당연한 일은 없다

소소한 일상, 작은 행복의 기록 10 - 아이들의 뒷모습

모든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면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생각한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왼쪽 눈이 떨어질 것처럼 아팠다. 눈을 아래로 뜰 때는 통증이 없어 책을 보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다. 저녁을 먹을 때까지 아프다는 사실을 잊었다. 어쩌면 아프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무시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일은 때로 아프다는 것까지 잊게, 혹은 잊고 싶게 만드니까.



난관은 좋아하는 일이든 그렇지 않은 일이든 상관없이 찾아오기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가끔 힘이 들 때가 있다. 원하는 공모전에서 탈락한다든가 머릿속이 허옇게 표백된 듯 흰 모니터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자신감이 발아래로 뚝 떨어질 때가 그렇다. 대부분 자기 성찰이 필요한 마음의 문제로 좋아하기에 극복할 수 있는 것들이다.



좋아하는 일을 찾았고, 그 일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아이들의 경이로움'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5~8시간 동안 앉아 있다 오는 것 그 자체가 놀랍고 감사하고, '당연하지 않은 일'로 여겨진다. 학교 수업들 중 대부분의 시간이 아이들 개개인이 싫어하는 수업들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교 교수인 하워드 가드너가 주창한 다중지능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논리수학 지능, 언어 지능, 공간 지능, 신체운동 지능, 인간친화 지능, 음악 지능, 자기 성찰 지능, 자연친화 지능을 타고난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의 주장에 따르면 근원적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수업 시간은 소수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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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지 않은 일을 오랫 동안 하며, 나는 자주 냉담해졌다. 내가 그래왔듯이 하기 싫은 일도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물론, 때로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움직인 것들이 유용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 좋아하지 않은 일을 오래 하며, 억눌리고 무기력해진 마음은 끊임없이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게 냉담함을 배설해 냈다. 아이들이 시간 맞춰 학교에 가는 것은 당연한 일, 수업 시간 내내 학교에 있다가 오는 것도 당연한 일, 숙제를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세상에 당연한 일은 하나도 없는데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어김없이 힘든 순간이 찾아와 슬픔과 괴로움을 느끼는데, 좋아하지 않는 대부분의 수업 시간 동안 앉아 있다 오는 아이들은 매일 어떤 마음일까? 그런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저 경이롭고, 측은하고, 사랑스럽고,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 어쩌면 우리의 삶이, 입시와 성과 위주로 점철된 삶이 위험한 것은 일상의 소박한 즐거움과 생동감을 빼앗아 가고 냉담함과 각박함을 그 자리에 내어 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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