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술라이 Jan 08. 2024

게임하는 아이들

소소한 일상, 작은 행복의 기록 12 - 스마트폰이 없는 아이들 1

1년 반 전, 둘째는 나에게 게임 시간이 너무 적다, 고 불평했다. 지난날, 간혹 미소 지으며 가볍게 얘기하긴 했지만, 크게 드러내지 않았던 마음이었다. 그러나 그 마음은 한여름 밤, 불빛이 반짝거리는 아름다운 거리에서, 달고 시원한 눈꽃빙수를 먹으며, 조금씩 조금씩 새어 나왔다. 그 눅눅하고 두꺼운 밤공기 속에서 게임에 관한 문제로 둘째의 축 처진 어깨와 슬픈 눈을 보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날은 '스마트폰 리터러시' 교육이 있었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었는데, 줌으로 하는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엄마 교육생들'은 사랑과 걱정으로 가슴에 품었던 질문들을 쏟아내며,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했다. 스마트 폰은 언제 사줘야 할까요? 하루 적절한 사용량은 어떻게 되나요? 아이가 친구네 집에 놀러 갔을 때, 사용 시간을 일시적으로 늘려줘도 될까요? 다른 아이들은 다 게임을 하는데, 우리 아이만 게임을 못 하게 하면 친구들로부터 소외될 것 같아요. 우리 아이는 게임만 하려고 해요. 어쩌죠?



강사님은 스마트폰이 주는 해로움이 크고, 그 유해함은 어릴수록 배가 되기 때문에 구입 시기를 최대한 늦추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친구네 집에 놀러 갔든 생일이든, 특별한 명분을 내세워 이벤트성으로 게임 시간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니 일관성 있게 룰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것이 사랑하는 아이들을 게임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이라며.



평소라면, "하고 있던 게임까지만 하고 휴대폰을 끄겠다"는 둘째에게 '알겠다'고 응당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었다. 둘째가 스마트폰에 두 눈을 고정한 채로 말한다 하더라도 부드럽게 '그러라'고 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생동감 넘치는 '스마트폰 리터러시 강연'은 생생하게 머릿속에 남아, '카리스마 있는 교육자'로 나를 변모시켰다. 여느 때와 다르게 딱 잘라 똑 부러지게 "안 돼"라고 말하자 둘째는 조용히 게임을 끄고 폰을 돌려주었다. 반에서 게임을 가장 적게 하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말을 하며.



운동 삼아 카페까지 걸어갔던 탓에 집에 돌아올 때에도 걸어와야 했다. 눈꽃빙수를 먹으며 잠시 식었던 몸은 순식간에 뜨거워졌다. 둘째는 진득하게 들러붙은 습한 공기만큼이나 두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터덜터덜 힘없이 걸었다. 나는 평소와 달리 뚝 떨어져 걷는 둘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엄마가 게임에 대해 안 좋게만 생각한 것 같아."

어릴 적, 부정적으로만 인식된 게임에 대한 왜곡된 생각이 엄마가 되어서도 변함없었던 사실을 둘째에게 고백했다. 균형감을 잃은 게임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 게임에 대해 공부하기로 했다. 둘째도 무조건 더 하겠다가 아니라 게임의 장단점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우리는 각자 게임에 대해 조사하고, 2주 뒤에 다시 이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작가의 이전글 거울의 아이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