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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술라이 Jan 25. 2024

비전을 적어요

소소한 일상, 작은 행복의 기록 17 - 독서 모임

최대 정원은 10명. 작년 초에 독서 모임 회원들과 수용 가능한 멤버수를 정했어요. 불과 세 달 전까지 회원 수가 7명이었는데, 두 달 전에 8명이 되었죠. 7명에서 8명이 되자 뭔가 꽉 찬 느낌이 들었어요. 공간도 여유가 없어 보였고, 6명에서 7명이 될 때와는 달랐죠. 뭐랄까. 커피잔에 커피가 찰랑찰랑, 흘러넘칠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3주 전, 사서 선생님으로부터 모임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분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회원들에게 물었습니다. 한 분 더 모셔도 될까요? 반대 의견이 3표, 빠르게 올라왔어요. '어릴 적부터 책은 견딜 수 없는 순간들을 견디기 위한 도망처'였다는 그분의 가입 신청서 글은 저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마음이 출렁거렸죠. 저는 찬성에 한 표 던졌습니다. 다행히(반대하신 분들께는 미안하지만) 저를 포함해 찬성이 5표였고, 지난주부터 그분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새 멤버가 오기 2주 전, 기존 모임 멤버들과 함께 비전을 적었습니다. 제가 채색한 습식 수채화 종이예요. 서툰 솜씨지만, 습식 수채화 종이를 동그랗게 오리면 카드로 쓰기 좋다는 강사님의 말씀이 기억났거든요. 사람 손이 탄 것은 다 귀히 여겨주는 회원들은 어설픈 저의 '수제 카드'를 보고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제비 뽑기 용으로 가져간 자투리 종이까지 예쁘다며 달라고 했습니다.



비전을 적고 2주 뒤에 만난 멤버지만, '비전을 적는 행위'를 함께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주의 시간차가 있긴 하지만 우주의 시계는 지구의 시계와는 다르게 움직이니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문제가 없다고 우겨볼 만했습니다. 아니 무리였지만, 우겨서라도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 독서 모임에 가기 전, 가장 아끼는 습식 수채화 종이를 동그랗게 오렸습니다. 4장 중 아껴둔 마지막 한 장. 나중에 쓰일 일이 있을 것 같아서 남겨둔 한 장. 새 멤버에게 잘 쓰이길 바라며 노지에서 캔 달래와 기화펜을 챙겼습니다. 모임에 가서 새 멤버에게 '조막만 한 것들'을 건넸어요. 새 멤버는 그동안 꿈 없이 살았나? 하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비전을 적어 다음 주에 가져온다고 했어요. 집에서 편하게 적어 보시면 된다고 했는데도. 순간 커피가 찰랑, 흘러넘쳤습니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그분 덕분에 웃음이 살랑, 기쁨이 찰랑 흘러넘쳤습니다. 그러니까 두 달 전, 커피가 흘러넘칠 것 같았던 그 기분은 오늘을 예고하는 마음이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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