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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우 May 13. 2024

친밀함은 시간의 변수가 아니다

2024년 4월 3번째주

[아래는 제가 발행하는 뉴스레터인 Balanced의 내용입니다. 매주 월요일날 오전에 발송한 이후 3주 늦게 브런치에 올립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다음주소로 오시면 됩니다 https://balanced.stibee.com/]


언젠가는 한번 이야기하려 했던 주제를 오늘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요 며칠간 매우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 경험이 제가 그동안 가지고 왔던 지극히 평범했던 고정관념을 파괴하고 말아다는 것이죠. 


아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요즘 늦은 나이에 대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이 사실을 말하면 어떤분들은 학생으로 간거에요? 라고 물어보시는 분도 계십니다. 제가 여기저기 강의도 많이 다니고 학생과는 거리가 먼 이미지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시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리고 저에게는 매우 재미있게도 저는 요즘 학생으로 대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수십년만에 학생이 되었다는것이 사실 중요한것은 아니구요. 그 안에서 겪은 변화가 더 중요한것입니다. 이 학교는 외부에서 많이 힘들다고 알려진곳인데, 공부로 힘들다기 보다는 '술을 많이 마신다"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아서 이 사실은 조금 와전된 경향이 있습니다. 대신 술자리가 매우 자주 있기는 합니다. 그렇다고 막 깔대기로 술을 먹이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이곳에는 몇가지 내려오는 전통이 있는데, 일단 학교를 나이순으로 합니다. 스타트업계에 오래있어온 저로서는 나이로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자체가 매우 어색했습니다. 제 초반 커리어에서는 군대문화인 곳이라 당연히 나이순으로 대화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곳을 벗어난 이후로 지금까지 한번도 이런곳을 겪어보지 못해서, 처음에는 꽤 당황을 했습니다. 다행히도 제가 중간보다 약간 위에 속해 있더군요. 이렇게 저보다 형들이 많은 곳은 처음와본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신입생환영회가 있는데 그때 춤을 추라는 것이었습니다. 듣자마자 머리속에 물음표가 생기더군요. 관둬야하나?? 근데 정말로 관두는분이 계셧습니다. 원래 전통적으로 그이야기를 들으면 반에서 몇명은 관둔다고 하는데 정말 관두셨습니다. 통계는 정말 정확하더군요. 그리고 삼주간 춤을 추러 나갔습니다. 저는 몸치에 박치에....여튼 눈뜨고 볼수 없는 수준이고 게다가 의지도 바닥이니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춤을 춘뒤에 술자리도 있고 다음날 힘들고....관둬야 하나 말아야하나 속으로 매우 많이 생각했습니다. 무려 3주간 그런일을 했는데 사실 저의 출석률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미안하게도 말이죠. 그래도 저보다 나이가 15세나 많은분들도 열심히 추는것을 보고 죄책감에 갈때는 열심히 했습니다. 안가는날도 마음은 무거웠죠. 


그리고 대망의 OT날. 우리는 모두 열심히 춤을 췄고 하나가 되었습니다. 저는 극도의 아웃사이더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조직적인 활동을 매우 싫어했습니다. 회사에서하는 단체활동도 싫어했죠. 아니 회사를 운영하면서 그래도 되나? 그래서 제가 운영하는 회사는 그런 단체 활동이 하나도 없습니다. 저부터가 매우 싫어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삼주동안 그런일을 하고나니 너무 친해진겁니다. 3주면 무려 21번 가까이 만난거죠. 반만 나갔어도 10번을 만난겁니다. 처음보는 사람들이랑 이렇게 친해질수 있나 싶을정도로 친해진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매일 의문에 빠졋습니다. 


대체 사람이 친해진다는게 뭐지....?


친구란 오랜사귄 벗이라고 배웠습니다. 제 친구들은 적어도 이십년 삼십년가까이 만난 사람들입니다. 물론 요즘은 일년에 한번 볼까말까 합니다. 바빠서 말이죠. 근데 대학원의 이 친구들은 최근에 21번씩 봤습니다. 그것도 술자리에서 보고 춤추고 서로 겪려하면서 말이죠. 내 친구들은 최근 10년동안 10번정도 봤는데 이 친구들은 21번 보게된거죠. 아하...


친구란 오랜사귄벗이라고 배웠습니다만, 사실 그냥 오래만 사귀어서는 친구가 아닌것 같습니다. 오래 사귀었다는 말에는 그만큼의 만남의 횟수가 잇고, 추억도 보정되어 잇는거겠죠. 고등학교 떄 친구들을 많이 만나서 금방 친해지기도 했던것 같습니다. 매일보고 싸우고 욕하고 그리고 다시 친해지고 이런 과정이 친구를 만드는것 같으니까요. 저는 당연히 오랫동안 알아온 사람만 친하고 고등학교때 이후로는 그런친구를 만드는게 쉽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연차가 그렇게 중요한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게다가 어려운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사람들인 만큼 성실성이 엄청납니다. 제가 살면서 저보다 부지런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많이 본적이 없는데, 여기서는 순식간에 게으름뱅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더 미안하고 뭔가 해줘야한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자 그래서 말이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제가 가지고 있는 친구라는 말의 정의가 리셋되어 버렸습니다. 그냥 오래사귄벗이 아닌거죠. 친구는 시간의 함수가 아니고 횟수의 함수였습니다. 그리고 서로간에 엄청난 성실성과 신의가 있으면 가속도가 붙게 됩니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나이의 경계를 허무는 호칭의 파괴도 있을 수 있겠네요. 나중에 혹시 기회가 되신다면 신비한 경험을 한번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어디인지는 개인적으로 만나게 되는 분들이 있으면 꼭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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