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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우 May 26. 2024

배신의 추억

2024년 4월 4번째주

[아래는 제가 발행하는 뉴스레터인 Balanced의 내용입니다. 매주 월요일날 오전에 발송한 이후 3주 늦게 브런치에 올립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다음주소로 오시면 됩니다 https://balanced.stibee.com/]

이번주에는 유명한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하이브와 어도어 대표와의 문제였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이슈는 무엇보다도 신선했고 주말까지 수많은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일단 제가 회사 관계자도 아니고 정확한 정보를 알수 없어서 무엇이 사실이다라는 말을 하지는 못할것 같습니다. 다만 회사의 고용인과 피고용인, 혹은 보스와 팀원의 관계로 본다면 저도 약간은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옐로에서 있었던 사건을 주위에 이야기할때 거의 한번씩은 이야기하는 사건이라 저와 개인적으로 만나서 옐로 이야기를 하셨던 분들은 아마 들으신 기억이 있을것 같습니다. 


저는 옐로모바일에 가기전 아모레퍼시픽에서 과장의 직급으로 있었습니다. 기껏해야 제 아랫사람이라고 할만한 인원은 2~3명 정도였던 겁니다. 제대로된 리더쉽을 배울기회는 당연히 없었고, 제가 배운 리더쉽은 제가 모신 팀장님과 임원들, 그리고 회장님을 바라보면서 간접적으로 느낀것이 거의 전부였던것 같습니다. 


갑자기 합류한 회사에서 직원은 300명씩 되고, 월급은 항상 모자랐습니다. 아마 살면서 그렇게 돈을 구하러 오래 다녀본적은 처음인것 같습니다. 매번 돈이 모자라 절절매고 월급날만 되면 모회사랑 싸우고 다투기 일상이었습니다. 그 상황이 되니 직원들을 체계적으로 만나면서 리더쉽을 기를 시간은 더욱 없었습니다. 저는 내부는 맡기고 모회사를 만나고, 외부사람들을 만나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당장 돈을 구해야했기 때문이죠. 


그러는 과정에서 저는 나름대로 이상을 실현하고 싶었던것 같습니다. 대기업에서 늘 봤던 정치싸움이 싫었고, 회장님이 직원들을 견제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신뢰가 가득한 팀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리더는 팀원을 믿어주고, 팀원은 이에 화답하며 서로를 아름답게 보완하는 구조를 만들어보고 싶었던것이죠. 그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팀빌딩에 대해서 공부도 해보고, 사람들이 욕하는 누군가를 보호하는 일도 했습니다. 비록 다른사람들이 욕하고 비난하지만, 저는 이사람의 장점을 알았기 때문에 끝까지 같이 가고 싶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저의 판단은 완전히 틀렸습니다. 그는 제 사람이 아니었고, 다른 조직과 이해관계인에게 정보를 열심히 팔아넘기면서 일이 해결되지 않게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전혀 몰랐고, 결정적인 순간에 회사를 떠나야되는 상황이 되면서 이 모든것의 전말을 알게된 것입니다. 


답답하고 고리타분하지만, 원칙주의자이고 안정된 성장을 추구하는것 같이 보였던 그 사람이 뒤로는 제 뒷통수를 치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정도로 저는 미숙했습니다. 조금만 구조를 알고 대비했더라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의심하고 다른직원들에게 물어봤더라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텐데, 저는 그 어느것도 해내지 못했습니다. 그 사람의 배신 이후에 큰 마음의 상처를 얻었고, 몇가지 지우지 못할 편견들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배신감과 분노에 잠도 못자기도 했었는데, 시간이 흘러보니 모든것은 저의 잘못이라는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고, 어찌보면 대놓고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는데, 저의 부주의와 경험 미숙으로 걸리지 못하고 넘어간것 뿐이었습니다. 누구탓을 할수도 없었습니다. 모든것은 저의 탓이겠죠. 


하지만, 그 이후로 얻은것도 많습니다. 저는 여기저기서 배신을 당하고 뒷통수를 맞은 덕분에 반 강제로 독립적으로 일어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마 지금처럼 독자적인 생각을 하고, 글을 쓰고, 돈을 벌 수 있는것도 그때 뒷통수를 맞은 경험덕분일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과론적 이야기지만, 제가 좀더 잘했더라면 그런일도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죠. 


만약 제가 잘해서 살아남았더라면, 그래서 그 회사를 계속 운영할 수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 4년 정도 뒤에 저는 코로나라는 거대한 폭풍을 맞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더이상 견디지 못했을 수도 있겠죠. 제가 옐로에서 맡은 분야는 여행이었는데, 여행업은 코로나가 회복되기 전까지 매출이 모두 0이되는 엄청난 시기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하는지, 운이 좋다고 생각해야하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저는 살아남았고, 다른 길을 가게 되었던것 같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배신이라고 이야기하는 하이브와 어도어를 보니, 그 당시의 생각이 많이 납니다. 저의 어리숙했던 과거의 생각들이 떠올라 잠시 힘들었습니다. 그때 나의 미숙함을 참아주었던 직원들과 동료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남아있습니다. 제가 좀더 성숙하고 숙달된 대표였다면 그런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았어도 될텐데 말이죠. 모두들 너무 고생하셨던것 같습니다.


가끔 연락오는 옛동료들을 만나면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하게됩니다. 이제는 서로 웃으며 말할수도 있을만큼 오래전 일이 되어버렸으니까요. 앞으로도 그런일을 겪게 될까요?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사람보는 눈은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아니라고 확답하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저는 아직도 그런꼴을 당하고도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봅니다. 결국 저를 웃게 만들고 성장하게 만드는것은 사람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제 글을 읽어주시고, 이야기를 같이 나누어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그때 저를 힘들게 만들었던 분에게는 차마 용서하겠다는 말은 못할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분은 자기가 잘못했다고 생각도 안할것 같으니까요. 그래도 됩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판단은 본인이 하는것이니까요. 하지만 앞으로의 삶은 달라지셧으면 합니다. 적어도 자신의 자녀에게 창피하면 안되잖아요. 언젠가 제가 더 나이가 들면 서로를 미래를 위해서 한번쯤 생각해보는 사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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