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혹시 제목만 보고 호기심이 생겨 이 글을 읽고 있는가? 그렇다면 필자는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온갖 정보를 손바닥 안에서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요즘, 누군가의 눈길을 끌기 위해선 단 몇 초만이 허용된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올리는 찰나의 시간에 호기심을 잡아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어떤 공간에 가서 오랜 시간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우선 인스타로 사람들이 올린 그곳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게 너무 자연스러운 순서가 되었다. 물론 거꾸로, 다른 사람이 올린 게시물을 보다가 가보고 싶은 장소를 발견하기도 한다.
소셜 미디어 서비스 중 특히 인스타그램(Instagram)은 최근 건축 설계 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도시와 꽤 떨어진 곳, 이런 데 사람이 오겠냐 싶은 곳에 카페를 차려도 눈소문이 나면 귀신같이 사람이 몰려든다. 인플루언서가 계정에 올린 멋진 공간을 방문하고, 같은 장면에서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산을 넘고 물을 건넌다. 건축가에게는 너무 반가운 일이다.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공간에 관심을 둔 적이 있었는지. ‘건축’ 하면 부동산과 경제를 먼저 떠올리는 게 자연스러운 나라에서 여가와 문화의 공간으로 건축을 향유하기 시작했다는 움직임을 목격하는 요즘, 그래도 건축 설계를 계속하길 잘했다는 생각마저도 든다.
얼마 전, 한 건축가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중 카페 설계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DM으로 설계 문의가 들어와 몇 명을 만났는데 하는 얘기가 전부 비슷하더라는 것이다. “포토존을 만들어주세요.” “이런 비슷한 감성적인 디테일들을 만들어주세요.” 예비 건축주님은 계속 사진을 휘적대며 부푼 꿈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다가 건축가가 설계비와 적정 공사비를 제시하면 풀이 죽어 나간다는 것이다. 결국 대화의 끝은 대개 이렇게 마무리된다. “저렴하게 하면서 몇 군데 포인트만 살릴 수는 없을까요?”, “설계비를 조금 깎아 주시면 안 될까요?”
사실 최근에 #인스타핫플 로 떠오른 공간들을 보면 다는 아니지만, 일정한 공식이 보인다. 건물의 구조가 단순하고 간판과 사이니지(Signage)[1]개발에 힘을 쏟으며, 사진을 찍을 위치가 분명하고 때로는 시간을 먹어 오래된 예전 건물의 거친 디테일을 디자인의 요소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게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다. 마감재가 단순하면 건물의 구조와 형태가 돋보이는 효과가 있고, 로고로도 쓸 수 있는 작은 사이니지와 커다란 공간의 컨셉이 하나로 이어지면 디자인에 일관성이 생긴다. 특히 오랜 시간을 거쳐 풍화가 만들어 낸 디테일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은 우리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넓혀준다.
하지만 평면적인 사각형 프레임 안의 예쁜 배경으로만 건축의 가치가 매몰될까 두렵다. 건축이 가진 공간의 감성은 너무나도 다양하다. 어떤 이에게는 건축이란 자신이 믿는 절대자와 만나는 공간이고, 다친 마음을 위로받는 곳이기도 하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온도로 남는 장소다. 뿐만 아니라 아프거나 함께 즐거웠던 기억이 오롯이 새겨진 역사 그 자체이기도 하다. 이번 주말, 혹시 여러분은 가족과 혹은 친구와 핫플레이스에 놀러 갈 계획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번만큼은 핸드폰 없이 온전히 공간을 한 번 느껴보자. 좁은 사각형을 떠나 공간이 건네는 말과, 공기의 온도와 재료의 촉감을 느껴보자. 그리고 공간과 내가 나누는 이야기를 가만히 지켜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