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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정근 Mar 05. 2020

무너진 일상이 새로운 일상이 되는 세상

코로나19는 끝날 수 있을까

코로나 바이러스로 모두의 일상이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이 변이 된 바이러스들이 더 자주, 더 널리 창궐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그 이유로는,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로 인간이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쉬워졌고, 또 밀집된 대량의 공장식 축산으로 인해서 축산 동물들 사이에 새로운 바이러스가 쉽게 번지며 변이 또한 쉬워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수십 년간 인류가 이어왔던 평화로운 일상에 마침표가 찍힐 때가 가까워진 것이 아닌가 싶다. 국민은 일을 나가 돈을 벌고 저축하고 결혼해서 2세를 키우고, 국가는 경제 성장을 통해 일자리와 사회적 안전망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 끊임없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수레바퀴에 맞추어져 돌아갔던 일상.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대부분의 1 세계 국가들이 누려 왔던 평범한 자본주의적 일상은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전통 경제학에서는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공기, 물, 햇빛 등의 자원들을 언제나 아낌없이 무한정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경제학의 토대에는 자연은 화수분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제 이 전제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류 모두가 목도하고 있다. 플라스틱 생수 한 병을 800원을 내고 사면서, 그 플라스틱이 500년 동안 썩지 않고 자연에 남아서 일으킬 효과에 대해서 우리는 값을 지불하고 있는가? 자동차를 새로운 모델로 바꾸고 기름을 넣고 달리면서 그 자동차의 뒤꽁무니에서 나오는 매연이 일으키는 외부 효과에 대해서 우리는 정확하게 계산하고 있는가? 물론 경제학에서는, 그에 따라 맹목적인 소비를 하는 우리는 그 값들을 모두 제외하고 있다. 그리고 제외된 것들은 어김없이 돌아오고 있다. 우리는 이제야 버려진 값들이 어떻게 회수되는지 계산해볼 엄두를 내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발생한 심각한 경기침체를 회복하기 위해 정부가 전례 없는 슈퍼 추경을 한다고 하고, 미국에서는 재빨리 금리를 내려 유동성을 확보한다고 한다. 현재까지 몇 천명이 죽은 바이러스 하나 때문에 전 세계 경제가 세차게 출렁인다.

출발부터 잘못된 명제로부터 쌓아나간 지금의 신자유주의적 경제 체제는 앞으로 펼쳐질 급격한 환경 악화에 버티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 자본주의는 이것을 계산하지 못해왔으니까. 일상은 변할 것이고, 무너진 일상이 새로운 일상이 될 것이다. 전문가들 예상대로 새로운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은 코로나19가 마지막이 아니고, 자연재해는 갈수록 더 빈번하고 강력해지며, 멸종 상태에 놓여있는 종들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지구의 평균 기온은 곧 통제가 가능한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상승 중이다. 앞서 다가온 미세먼지가 우리의 일상을 작게나마 바꿨고, 이제 겪고 있는 코로나가 좀더 그렇고, 앞으로 닥칠 것들은 점점 더 크고 무섭고 빠르며 거대해진다. 오래간 필연이었던 일상은 매일 우연의 법칙만이 통용되는 소용돌이의 초입에 서 있다.


그러니까 살아가는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 이건 지속 가능하지 않다. 돈을 많이 벌어서 멋지게 소비하고 과시하고 편하게 사는 삶은 예상보다 금세 가능하지 않아 진다. 되려 인류의 마지막 장으로 가는 길을 재촉할 뿐이다. 삶의 의미를 어디서 찾고자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에서부터 궤도를 전면적으로 수정하지 않는 이상 도래할 비극을 막을 길은 없어 보인다. 그런데 과연? 우리 스스로 구멍을 뚫어 달아 놓은 신자유주의의 코뚜레를 자발적으로 제거할 수 있을까? 그것이야말로 실현 불가능한 허무맹랑한 이야기 같다. 반대로 이 질문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게 노력할수록 우리의 미래가 조금 더 반짝일 수도 있겠지. 미래를 어찌 가정하건, 코로나19는 끝나는 일이 아니라 시작되는 일이다. 신호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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