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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rychloemas Dec 05. 2021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조직이란

소통의 핵심은 조직 내 정보의 양과 수준을 맞추는 것

사회생활의 경험이 쌓일수록 '좋은 조직은 어떤 조직인가'에 대해서 고민이 많아졌다. 다양한 조직을 거쳐 왔지만, 어느 조직이든 완벽한 곳은 없었기 때문에. 하지만 주위에는 항상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어딜 가나 다 똑같이 힘들어.'라는 말은 별로 위로가 되지 않았다. 동병상련으로 만족하기보다는 좋은 조직을 찾아내고 만들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싶었다. 어떤 조직이든 완벽하지 않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조금이라도 더 좋은 조직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은 다들 똑같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내가 속한 조직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제안하고 실행해보면서 좋은 조직의 조건을 하나라도 더 갖추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특히 최근 일해온 조직들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개선하는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곤 했다.


최근 5년 이내에 일한 회사들은 20인 미만의 대체로 작은 규모의 조직이었다. 작은 회사는 없는 게 많다. 점심시간의 기준, 근태 확인 등 아주 기본적이라고 생각했던 규칙 조차 없는 곳들도 있었다.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을 세어보는 게 더 쉬운 회사들도 있었다. 주로 갖춰진 게 별로 없는 회사들을 다니다 보니, 무언가 불편함이 생겼을 때 '작은 회사는 원래 이런 건가?'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지식인들의 도움을 얻고, 브런치와 블로그에서 글을 찾아보고,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구하면서, 작은 조직의 문제들을 알게 되었다. 정확히는 작은 조직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성장하는 조직들이 처하기 쉬운 문제들이었다.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산더미인데, 사실 자잘한 문제들은 따지고 보면 근본적인 문제 하나만 해결하면 연쇄작용으로 다 해결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조직은 많은 문제를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다.


회사 내부에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한 기준이 없다면 소통의 오류로 인해 문제는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기준을 잘 세운다면 수많은 문제들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때 소통 방식에 대한 기준이란 무엇인가? [누가/언제/어떤 수단으로/어떤 정보를/누구에게/어떤 톤&매너로 소통한다]를 정하는 것이다. 소통에는 육하원칙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소통의 육하원칙은 결국 업무 프로세스에도 영향을 주게 되어있다. 물론 소통방식의 기준을 세울 때는 다양한 조건들을 살펴봐야 한다. 회사의 구조, 비즈니스 모델, 인원수, 업무 환경(한 공간에서 모든 직원이 다 함께 근무하는지 혹은 각자 떨어진 사업장에서 근무하는지) 등의 조건을 따져보면 우리 회사에 적합한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즉, 조직마다 기준은 달라져야 한다. 각자가 처한 환경이 다르기에 그에 맞춰서 기준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간혹 어떤 조직들은 '커뮤니케이션 개선'을 위해 무턱대고 좋아 보이는 것을 적용하기도 한다. 특히 요즘 많은 회사에서 내세우는 소통 방식 중 하나가 '-님' 호칭을 사용하는 것이다.


'님'호칭 문화의 실효성에 대한 글


단순히 ''으로 호칭을 바꾼다고 해서 갑자기 수평적인 문화가 형성되고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물론 호칭이 무의식적으로 행동을 규정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사실이나, 호칭이 달라졌다고 커뮤니케이션이 바로 개선된다면  세상 모든 조직의 소통 문제는 이미 사라졌을 것이다. 직급을 부르던 회사에서 갑자기 ''호칭 문화로 바꾸자고 하면 어떻게 될까? 오히려 소통이 어려워질  있다. 직급을 호칭으로 부르는 것에도 장단점이 있고, '' 호칭 문화에도 장단점이 있다. 호칭은  자체로 문화라기보다는 조직에서 지향하는 가치를 보여주는 단서 정도이지 않을까?


실효성 낮은 직급 호칭 파괴에 대한 통계자료(사람인)


그동안의 경험상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호칭보다 중요했던 것은 '정보의 양과 수준'이었다. 보통 의사결정자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이유는 직급도 있지만, 가장 중요하고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큰 조직의 말단 사원들에게는 스스로 맡은 일을 해낼 수 있는 정도의 정보만 주어진다. 스스로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 일은 거의 없다. 연차가 올라갈수록 정보의 양이 늘어나고 의사 결정할 일이 많아진다. 반대로 작은 조직에서는 처음부터 연차나 직급에 비해 중요한 정보들을 빠르게 공유받을 수도 있다. 작은 규모의 조직에는 한 명이서 팀장이자 팀원의 역할을 하는 구성원들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도 해야 하고 책임도 져야 한다. 큰 조직에 비해 작은 조직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은 바로 이런 '정보의 양과 수준'의 차이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또한, 작은 조직은 말 그대로 규모가 작아서 구성원의 수가 적다. 따라서, 전 직원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공유하는 일에 큰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보통은 회의 한 번 정도로 팀원 모두와 소통이 가능한 편이다. 하지만,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고, 한 가지의 방식으로는 정확한 의도를 전달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큰 조직일수록 전 직원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를 더 자주, 많이 공유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쌓이면 조직문화가 되고, 이에 따라 조직의 분위기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직급 없는 수평적인 조직이라고 주장하지만, 1:1로 대화하는 것이 전부 거나 중요한 공지사항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면 폐쇄적인 조직이라고 느낄 수 있다. 또 같은 의미의 말도 '어떻게' 전달하느냐의 차이가 있는데, 단순히 구두로만 전달한다거나 혹은 반대로 문서로만 정보가 전달된다면 당연히 일정 수준의 정보 왜곡과 누락이 생길 수밖에 없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데, 생각보다 많은 조직에서 위와 같은 커뮤니케이션의 오류가 자주 발생하는 것을 목격했었다.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조직이란 위와 같은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 즉 구성원 간에 필요한 정보들이 잘 흐르고 있는, 정보의 격차가 크지 않는 조직이다.





'정보의 양과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들을 시도해볼 수 있을까? 많은 조직들에서는 타운홀 미팅, 워크숍, 공지사항 등을 통해 다수의 인원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또 반대로 1:1 미팅, 주간 미팅, 팀 미팅 등을 통해서 조직의 끝까지 정보가 흐르고 전달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한 또 다른 시도는 슬랙, 잔디, 노션, 플로우 등 협업 툴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기 위한 정답은 없고, 지속적인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협업 툴을 도입하며 100% 소통의 문제점들이 해결되기를 바랄 수는 없다. 협업 툴은 소통을 개선하고 보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결국 사람이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잘'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하다. 새로운 툴을 도입하는 것은 아무래도 사람들의 습관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특히 우리 조직에 필요한 기능, 내부 구성원들의 툴 적응력 등을 고려하여 도입하는 것이 좋다. 또, 어떤 새로운 시도든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바람직한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 있도록 '실행'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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