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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rychloemas Jul 21. 2022

2022년 3/4/5월 회고 : 결혼, 이사, 이직

삶의 모든 풍경이 달라졌다

역시 꾸준하게 글을 쓰는 것은 너무 어렵다. 분명 올해 1, 2월 회고를 하고 난 후에 꼭 3, 4월도 5, 6월도 회고해야지 해놓고, 결국 상반기를 통째로 회고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쓰는 것이 과연 회고인지 일기인지 잘 모르겠으나, 이렇게라도 기록을 남길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적, 체력적 여유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루하루는 조금 더디게 흘러가는데, 일주일은 너무 빨리 지나간다. 그렇게 일주일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한 달을 만들어 내더니, 어느새 2022년 상반기가 모두 지나가 버렸다. 3월부터 6월까지는 매달 중요한 이슈들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2022년 상반기는 어느 하루도 지루할 틈이 없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새롭게 시작한 것들이 정말 많아서, 새로운 인생을 사는 기분이 드는 시간들이었다. 그만큼 고통스럽지만, 한편으로 새롭게 바뀐 내 삶의 풍경들이 꽤 만족스럽기도 하다.




3월 - 우리 만의 결혼식 없는 결혼식(feat. 갈등 파티)

2022년 3월 19일. 드디어 내가 결혼이라는 것을 했다. 결혼을 앞두고 정말 많이 고민했고 논의했는데도 참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포기하고 싶은 적도 정말 많았다(후). 겉으로 보기엔, 우리는 결혼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간단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다면 그것은 정말 200% 오산이다. 결혼식을 하지 않아서 생기는 갈등은 정말 수도 없이 많았고, 아주 사소한 다툼으로 시작해 이별하는 커플들처럼, 아주 사소한 오해로 시작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갈등을 겪으며, '아, 이래서 파혼하는 커플이 생기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물론 우리는 모든 갈등을 결국 잘(?) 풀어냈기에 결혼까지 해낼 수 있었다! 결혼은 정말 하는 것이 아니고 해내는 것이었다. 결혼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라고 하지 않는가. 말 그대로 결혼은 사건이다. 그래서 갈등은 피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만 이야기하고 끝내면 결혼이 너무 힘들고, 괴롭고, 불행한 일인 것 같아서 결혼 후 느낀 결혼의 장점에 대해서도 몇 자 적어본다. (혹시나 나중에 결혼해서 힘든 일 생겼을 때, 내가 다시 읽어보며 위안을 얻기 위해서라도ㅎㅎㅎ) 결혼해서 제일 좋은 점은 확실한 내 편이 생겼다는 점. 뭐 이건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를 수 있지만, '찐 가족'이 되어서 숨기는 것 없이(우리는 원래도 숨기는 게 별로 없지만) 편하게 있는 그대로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점이 참 좋다. 최근에 사촌 동생을 만났는데, 결혼이라는 게 완전히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는데, 너무 불편할 것 같은데, 어떠냐는 질문을 받았다. 불편함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우리 엄마 아빠도 가끔은 너무 불편한데, 어떻게 이십 몇 년씩 따로 살아온 사람이 불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저 최대한 서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언제든 '그러려니' 할 수 있는 관계가 되면 결혼을 해도 좋다는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 꼭 필요한 한 가지를 꼽자면, '대화'가 답이다. 갈등이 생기는 것은 늘 오해에서부터 시작한다. 오해는 왜 생기는가? 소통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언제든 오해가 생길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무엇이든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많은 대화로 서로를 끊임없이 알아가고 존중한다면, 진짜 내 편이 생길 수 있다. 6년 가까이 만나고 결혼하는 거라서, 특히나 우리는 일도 같이 해서, 시간으로 따지면 다른 커플보다 최소 1.5배에서 2배 정도, 붙어있었던 시간이 길었다. 예를 들면, 다른 커플이 1-2주에 한 번 만날 때, 우리는 최소 1년은 24시간 매일 붙어 있었다. 이렇게 붙어 지냈어도 막상 결혼하니 또 새로운 점들을 알게 된다. 그래서 불편하기도 하지만, 재미있기도 하다. 결혼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우리는 결혼을 통해 서로에 대해서 더 깊게 알아가고 배우는 중이다. 정말 코로나 때문에 최악의 조건들과 함께 결혼을 해내느라, 마음대로 된 것도 별로 없고, 너무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추억이고, 지나가서 다행이다. 그래도 누가 나한테 다시 결혼해도 결혼식 안 할 거냐고 물어보면, 글쎄다. 결혼 직후 나의 답변은 '그냥 결혼식 할래.'였지만, 지금은 또 모르겠다. 그냥 결혼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내 맘대로 새롭게 만들어보고 싶다는 허황된 생각도 조금 든다. (ENFP의 네버엔딩 '만약에' 시리즈 중 19234875번째 상상) 끝나서 드는 생각이겠지. (뭐든, 쉬운 길은 다수를 따르면 됩니다^^) 


4월 - 우리 집이 생겼다(welcome back to 경기도민)

4월 4일. 우리는 이사를 했다. 경기도 고양시로. 4-5년간 정들었던 장승배기를 떠나 너무 아쉽고 슬펐지만, 언젠간 다시 돌아가리라 다짐하며 새로운 집에 정 붙이는 한 달이었다. 본투비 경기도민이라 경기도에 사는 것이 어색하진 않았다. 다만, 이전에는 경기도 남쪽에서 살았는데, 이제는 경기도 북쪽에서 살게 됐다는 것이 달랐다. 생각보다 경기도 북부와 남부는 분위기나 환경이 많이 다르긴 하다. 여하튼 이사하고 한 달은 정말 끊임없이 무언가를 사고, 끊임없이 택배를 뜯고, 끊임없이 분리수거를 하고, 끊임없이 설치를 하고, 끊임없이 채웠다. 울트라 슈퍼 J 남편을 만나서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었고, 심지어 운도 따라줘서 특별히 큰 이슈도 없었다. 가전, 가구도 거의 이사한 1-2일 안에 다 배송되었고, 하자보수도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으나, 대부분 잘 해결되었다. 5월까지는 남편이 지방에서 근무해서 주말에만 올라오라오다 보니 거의 '나 혼자 산다' 수준으로 새집을 내 맘대로 채우고 가꿨던 것 같다. 놀러 온 친구들도 아직은 내 색깔이 더 많이 묻어나는 집 같다고 했었다. 고양시에 살게 될 거라고 전혀 생각 못했었지만, 워낙 여행하듯이 사는 삶에 익숙한 나라서, 어색함도 잠시 동네에 금방 익숙해졌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아지트 삼고 싶은 카페와 식당들도 찾고, 산책로도 여럿 발견해두고, 상황에 맞게 쇼핑할 쇼핑몰이나 가게도 다 알아 두었다. 잠시 휴식 중이었어서(a.k.a 백수), 늦잠도 실컷 자고, 드라마도 실컷 보고, 집밥도 실컷 해 먹고, 꽃도 실컷 보고, 자전거도 신나게 탔다. 그렇게 평일 낮을 열심히 즐겼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그렇게 놀았는데도) 더 즐기지 못해서 아쉽다. 역시, 노는 게 제일 좋아! 이사한 집은 예전에 비해서는 훨씬 넓어졌지만, 그래도 딱 둘이 살기에 좋은,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집이다. 오히려 더 넓어지면 청소하기 귀찮을 것 같고, 또 너무 좁으면 불편할 것 같은데, 적당히 있을 것 다 있고 무엇보다 베란다가 넓어서 좋다. 신축인데도 베란다를 넓게 만들어줘서 놀러 온 사람들 모두가 베란다 공간을 좋아했다. 특히 베란다 밖으로 보이는 파릇파릇한 풍경 때문에 더 좋다. 집 뒤로 골프장이 있어서 나무와 풀이 많아 자연친화적이라 멍 때리기에도 좋다. 그런데 충격적으로 예상 밖이었던 것은 온도. 이 동네는 5월까지도 너무 춥다. 4월 말까지 두툼한 겉옷이 필수였고, 5월에도 일교차가 심해서 얇은 겉옷을 계속 챙겨 다녀야 했다. 기본적으로 서울과 2도 정도는 차이가 난다고 하니, 온도에 민감한 나로서는 더 크게 느껴졌다. 더위를 많이 타는 나에게도 춥게 느껴져서 한동안은 내 몸에 이상이 생겼나 의심이 들 정도였다. 특히 우리 동네는 바람이 많이 부는데 높은 건물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더더욱 춥게 느껴진다. 친구들도 처음엔 믿지 않더니, 놀러 온 후로 이제는 모두가 '그 동네 정말 춥더라.'며 인정했다. 아무튼 언제나 그렇듯이 나는 금세 잘 적응했다. 내 집이 생겨서 좋은 점들은 거실에서 TV를 보고, 식탁에서 밥을 먹고, 방 안에 빨래를 말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막상 겪어보니 삶의 만족도에 꽤 영향을 끼치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집 안에서의 만족도는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주변 환경은 아무래도 서울에서 살 때에 비해 아쉬운 것들이 여럿 있지만, 그래도 나름 있을 것들은 다 있고 오히려 자연환경이 가까워서 좋기도 하다. 언젠가 서울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목표가 있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기에 그 때까지는 고양시야 잘 부탁한다옹. 


5월 - 드디어 장롱면허 탈출! 그리고 다시 회사로... (기쁨과 아쉬움 공존)

2014년 여름에 면허를 따고, 2022년 드디어 8년 만에 운전을 할 수 있게 됐다. 쉬는 동안 연수받고 운전해야지라고 생각만 하다가, 결정적으로 연수를 시작한 계기는 회사. 다시 회사로 들어갈 일정이 정해진 후로 마음이 급해져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곧바로 연수를 등록했다. 새로운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 일주일 동안 바짝 연수를 받았다. (미룰 때까지 미루다가 물러설 곳 없을 때 실천하는 엔프피ㅎㅎㅎ 사실 입사 날짜는 입사일 한 달 전에 정해졌다고 한다...하핫) 몇 년 전, 제주도에서 겁 없이 운전해보겠다고 나대다가(말 그대로 나댔음), 운전석에 올라탄 지 5분 만에 1 운전 1 사고를 기록하고 트라우마가 생겨 한동안은 운전할 생각을 접었었다. 내가 운전하는 것 자체가 살인무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운전할 바에야 돈 많이 벌서 택시 타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그런데 운전을 잘하는 친구나 지인들을 볼 때마다 부러워서 운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커지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는 다시 운전이 하고 싶어 졌고, 특히 경기도로 이사하면서 운전의 필요성까지 느껴져 딱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연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여자 선생님으로 요청했는데, 다행히 생각보다 빠르게 배정돼서 하루 이틀 만에 바로 시작할 수 있었다. 나이가 꽤 많으신 이모뻘 되는 분이었는데, 커리큘럼이라는 게 명확하게 있는 게 아니라 조금 정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잘 배운 것 같다. 화내지 않고(제일 중요) 차근차근 알려주셔서 운전에 대한 겁을 많이 극복한 것 같다. 짧은 시간 안에 북한산성 입구도 다녀오고, 양주에 임채무 아저씨 놀이공원 두리랜드도 다녀오고, 갑자기 기름이 떨어져서 주유도 직접 해보고 등등 생각보다 많은 경험을 했다. 여전히 제일 어려운 것은 정확히 차선이 그려져 있지 않은 시골길 같은 도로나, 골목길. 아무래도 제주도에서 사고 난 곳이 골목길이다 보니 골목길에만 들어서면 여전히 무섭다. 아직까지 혼자서는 운전해본 적이 없는데, 올해 안에는 혼자서 고양시내 정도를 편하게 다니는 것이 목표다! 처음부터 너무 욕심내지 않아야 당황하지 않고 잘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마음은 이미 차 타고 전국일주 했는데, 그런 날은 몇 년 뒤에야 가능할 것 같다. 그래도 운전을 시작했다는 것과 자주는 어렵지만 그래도 꾸준히 연습하려는 시도로 나 자신 칭찬해.


다음은 운전을 시작하게 만든 새로운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마치 운명처럼(이런 타이밍 좋아하는 편) 내가 쉬는 동안에 종종 연락하던 학교 선배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와서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여러 가지 고민되는 부분은 있었지만, 내 결정은 일단 합류하기로. 회사는 사실상 5월 넷째 주부터 다니기 시작해서 회사에 대해 회고할만한 부분은 크게 없다. 다만, 최근 들어 가장 오랜 기간 쉬고 복귀해서 적응하는 게 생각보다 힘이 들었다. 게다가 내내 서울에서 출퇴근하다가 경기도에서부터 출퇴근하려니 이동시간이 1.5배 정도는 길어졌다는 것이 큰 이슈였다. 이동시간이 길어진 만큼 하루가 짧아졌다.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고, 생활에 필요한 아주 기본적인 것들만 가능해졌다. 예를 들면, 급한 빨래나 청소, 그리고 밥 챙겨 먹기 정도. 밥이라도 잘 챙겨 먹으면 다행인데, 잠깐이라도 볼일을 보는 순간 갑자기 식사가 아닌 야식이 되어버린다. 늦은 시간 먹는 것을 자제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저녁마저 굶는다면 하루에 한 끼만 먹어야 해서 먹는 기쁨이라도 있어야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저녁을 아주 성대하게(?) 챙겨 먹고 있다. 회사를 다니기 시작해서 루틴이 생겨 낭비하는 시간이 줄었다는 것은 좋은데, 벌써 내일이 없는 것처럼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쉬던 그때가 너무도 그립다. 




3, 4, 5월은 마치 새 학기를 시작하는 신입생처럼 모든 것이 새롭기만 한 시간들이었다. 새로운 가족들이 생겼고, 새 집, 새로운 생활환경, 그리고 새로운 직장까지. 내 삶을 둘러싼 모든 것들의 풍경이 달라졌다. 의도한 것은 아닌데 어쩌다 보니 너무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달라져 버렸다. 그래서 때론 멀미가 나는 느낌이기도 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적응되고, 어느새 익숙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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