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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rychloemas Feb 08. 2024

고객 여정에 집착하게 된 이유

고객 만족은 제대로 된 고객 이해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떤 일을 하든 내가 속해 있는 회사 혹은 팀에서 ‘고객 여정’을 그려보고 있다. 비즈니스의 큰 틀과 방향성을 이해하고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의 성공을 위해 지표로 삼아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을 ‘매출’을 먼저 떠올린다. 나 역시 그랬었다. 그런데, ‘매출’이 과연 비즈니스의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고객 여정’에 집착하게 된 것은 2017년 서울 충무로에 위치한 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게 된 이후이다. 게스트하우스에서 고객 여정을 처음 생각하게 된 것은 ‘고객 만족’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숙소에서 고객 만족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는 바로 평점과 후기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단순히 어떻게 하면 평점을 올리고, 좋은 후기를 많이 쌓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고민했다. 그래서 처음 했던 시도는 체크아웃하는 모든 고객들에게 좋은 평점과 후기를 부탁하는 것이었다. 그에 대한 결과로 이전보다 평점이 조금 올랐고, 후기의 개수가 늘어났다. 하지만 이것이 ‘고객 만족’을 달성한 것인가?라고 자문 해본다면 답은 NO였다.


‘고객 만족’은 사실 결과 값이라고 할 수 있다. 무언가를 실행했기 때문에 ‘고객 만족’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즉, 후기와 평점 역시 결과물이다. 좋은 평점과 많은 후기를 얻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후기를 독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고객 만족에 영향을 주는 모든 것을 점검해 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나도 빠짐없이 확인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마주하게 되는 모든 순간을 하나의 프로세스로 정리했다. 숙소로 따지자면, 고객이 처음 우리 숙소를 예약하려고 온/오프라인으로 탐색하는 순간부터 숙박 후 체크아웃하고 집으로 갈 때까지의 모든 여정을 시각화해서 정리했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고객 만족’에 영향을 주는 주요 포인트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상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포인트였지만, 정확한 문제 파악과 해결을 위해 우선순위를 정해 하나씩 개선 작업을 진행해 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진행한 작업은 우리 숙소의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의 정보들을 다듬는 것이었다. 최대한 고객들이 우리 숙소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결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일이었다. ‘내가 고객이라면’이라는 가정으로 숙소를 찾을 때 궁금해할 만한 모든 정보들을 최신으로 업데이트해두었다. 여기에는 두 가지의 목적이 있었다. 첫 번째는 ‘우리 숙소는 항상 관리되고 있어.’라는 인상을 주는 것, 두 번째는 ‘그래서 우리 숙소는 신뢰할 수 있고, 방문했을 때 기대와 다르지 않을 거야.’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원칙을 세우고 모든 고객과의 접점에 적용했다. 우선, 고객들의 문의에는 최대한 신속하게 (아무리 늦어도 영업시간 기준 3-4시간 이내) 답변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고객의 문의에 응대가 늦어지는 경우, 고객이 이탈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결제를 완료한 후에도 문의에 대한 답변이 늦어지면 결제를 취소하게 되는 경우도 꽤 자주 발생했다. 고객의 이탈을 막고, 숙소에 대한 고객 경험에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최대한 신속하고 정확하게 답변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예상 질문을 뽑고, 해당 질문에 대한 모범 답변을 준비하는 것은 물론 특이 케이스가 발생 시 어떻게 처리했는지 모든 직원들과 함께 공유하며 언제든 신속하고 정확한 답변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런 식으로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는 있었지만, 결국 숙소에 오는 고객 혹은 잠재고객이 숙소를 경험하는 모든 여정에서 만나는 접점을 살펴보며 매 순간마다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실행했다. 수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우리가 기대하는 ‘선순환’이 그려지는 청사진에 가까운 고객 여정이 만들어졌고, 고객 만족을 달성하기 위해 항상 이 고객여정을 기준으로 개선과 보완을 반복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평점과 후기에서는 우리가 해온 실행들에 대한 결괏값이 나타났다. 계속해서 후기가 늘었고, 8점 대에서 시작한 평점을 9점대로 상승시켰으며, 이어서 예약율(객실가동률)과 매출이 상승했다.


고객 여정에 대해 고민한 지 약 3개월 후부터 변화가 시작됐으며, 6개월째에는 바람직한 고객 여정을 그려낼 수 있었다. 처음부터 ‘매출을 올리려면 뭐부터 해야 하지?’라는 고민을 했다면, 과연 이런 결과를 만들 수 있었을까? 혹은 단순히 평점을 올리고 후기 개수를 늘리기 위해서 고민했다면, 지속 가능했을까? 비즈니스의 성공은 고객 여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고객 여정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목적 없는 실행만 반복될 뿐이고 쉽게 지칠 수밖에 없다.


가장 쉽고 빠르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고객의 여정을 깊고 길게 살펴보는 것이 꼭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그게 바로 나와 같이 고객 경험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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