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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축구 Jul 01. 2016

K리그 식후경! 클래식 & 챌린지

서울, 성남, 수원, 안산, 안양, 전주, 충주 경기장 인근 맛집


먹을 것 못 먹고 보는 축구?!


영화관에서도 팝콘과 음료를 즐기지 않는 나는 보통 경기장에서 스포츠를 관전할 때도 별다른 간식거리를 챙기지 않는다. 야구장, 농구장에서도 그렇지만, 축구장에서는 유독 더 그렇다. 일단 킥오프 되면 적어도 90분 동안은 두 눈을 공에 붙여두고 있어야 하는데, 자잘한 먹을거리 따위로 인해 신경을 분산시킬 수는 없다. 나는 관전 스포츠로서 야구와 축구가 갖는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음식'에 있다고 생각한다.


야구는 길고 짧은 포즈(Pause, 멈춤)가 매우 잦으며 공수교대라는 것이 존재하기에 어느 정도 여유롭게 먹을 것을 즐기며 관전할 수 있다. 뭐랄까, 관중에게 지나친 집중력을 요구하지는 않는 스포츠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어떤 빅이닝도 한 번에 45분 이상 지속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야구팬들은 편안히 먹을 것을 즐기면서 경기를 볼 수 있지만, 나는 그 사실이 조금도 부럽지 않다. '먹을 것 못 먹고' 보는 축구가 먹을 것 충분히 챙겨먹으며 보는 야구보다 훨씬 더 흥미롭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 국가대표팀을 지휘했던 포르투갈 출신의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이 그런 인터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야구를 좋아하지만, 한국 팬들이 축구장에서 야구를 보듯 경기를 관전하는 것은 당황스럽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동안 관중이 뭘 먹으면서 경기를 즐긴다는 게 말이 되나? 눈 깜빡할 시간도 아깝다"


정확한 워딩이나 인터뷰의 출처를 기억할 수는 없으나, 발언의 의미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완벽히 공감할 수 있는 인터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중석에서 눈알 빠지도록 집중력있게 경기를 보거나 선수들 마냥 펄쩍펄쩍 뛰면서 시간을 보내고 나면 경기 후 허기가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비록 경기를 보면서 간식에 한눈을 팔 순 없지만, 좀 더 좋은 컨디션에서 100% 축구를 즐기려면 경기장에 들어서기 전이나 후, 적절히 영양 섭취를 해줘야 한다.


그래서 나는 K리그 팬들, 혹은 K리그 입문자들을 위해 K리그 클래식(1부 리그)과 챌린지(2부 리그) 주요 구장 인근의 맛집 7곳을 소개하려 한다. 물론 전적으로 내 혀의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이들 중 다수는 수많은 블로거들의 선택을 받은 곳이기도 하니, 그대로 믿고 따라가도 판정이 번복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서울 상암의 '빠다베이스'

마포 상암에 언론, 방송 등 미디어 회사들이 많기 때문일까? FC서울의 홈구장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멀지 않은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DMC) 주변에는 훌륭한 음식점들이 참 많다. 가볼 만한 곳이 정말 많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가정식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는 '빠다베이스'를 추천한다. 최저 8천원의 착한 가격에 푸짐한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으며, 맥주 안주로 훌륭한 메뉴들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합리적인 가격과 맛을 강점으로 하는 스테이크하우스인지라 고급스러운 느낌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그런대로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맛 좋은 스테이크를 부담없이 즐길 수 있어 좋다.



성남 야탑의 '수타우동 겐'

성남FC의 홈구장인 탄천종합운동장은 경기장 내외부의 먹을거리가 풍족한 편이 아니지만, 근교의 야탑역 상권에 엄청나게 많은 식당이 있으니 경기 전후의 허기를 해결하기엔 조금도 문제될 것이 없다.


그 많은 가게들 중 나는 재일교포 오너 셰프가 운영하는 '수타우동 겐'을 추천하고 싶다. 요즘 같은 여름은 냉우동, 초봄과 늦가을엔 따끈한 우동 한 그릇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 보통 축구장에서 체감하는 더위와 추위는 길거리의 그것보다 훨씬 더 강도가 심하므로 경기가 끝난 뒤 우동 만큼 완벽한 음식은 없다.


1만원 안팎의 우동 가격이 저렴하다고 볼 순 없지만, 그 맛과 정성을 감안하면 매우 합당한 가격으로 느껴진다. 매일 수제로 면을 뽑아내는 이곳은 하루 300그릇 이상 우동을 만들지 않으니, 너무 늦은 시간에 방문하지 않도록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수원 팔달의 '아멜리에'

수원FC의 캐슬파크와 수원삼성블루윙즈의 빅버드의 중간쯤 되는 위치에는 수원을 대표하는 유적지 화성이 있다. 화성이 길게 늘어선 거리에는 좋은 음식점과 카페가 많은데, 특히 화령전과 화성행궁 사이에 있는 유러피안 가정식 레스토랑 '아멜리에'가 훌륭하다.


이곳은 단 두 개의 테이블만 놓인 단출한 식당이지만, 바로 그 점으로 인해 특별한 시공간을 선물 받은 듯한 멋진 식사를 할 수 있다. 마치 유럽 친구 집에 초대받아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는 느낌이랄까? 한 끼 식사로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일 수 있지만, 넓게 트인 창을 통해 고풍스러운 화성 화령전의 모습을 보며 즐기는 음식은 맛과 멋 그리고 그 이상의 특별함이 얹어진 느낌이라 커다란 만족감을 선사할 것이다. 



전주 전동의 '삼번집'

전주시민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전주를 방문한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전주 최고의 콩나물국밥이 한옥마을 혹은 남부시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전주를 찾을 때마다 보통 그 두 지역에 있는 식당에서 콩나물국밥을 먹는다. 팁이라면 보통 한옥마을에 있는 식당들보다 남부시장의 콩나물국밥집들이 상대적으로 덜 붐비기에 그쪽을 더 선호하는 정도.


그 중에서도 메뉴가 콩나물국밥과 오징어 단 2개뿐인 '삼번집'은 얼큰하면서도 정갈한 국밥을 맛볼 수 있다. 50년 전쯤 문을 연 이곳은 국밥에 곁들일 음료로 전주 고유의 술인 '모주(母酒)'를 제공한다. 모주는 완벽한 어시스트 패스로 콩나물국밥의 골을 돕는다. 생강, 계피, 대추, 배 등이 들어간 모주는 맛과 영양을 모두 충족시키는 훌륭한 술이니, 응원하는 팀이 패배한 후 마시더라도 그리 씁쓸하진 않을 것이다. 



안산 단원의 '노성일참치'

삶이 녹록치 않은 많은 청춘들에게 보통 참치는 식당이 아닌 통조림으로나 맛보는 음식이다. 그러나 안산 단원의 '노성일참치'는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질 좋은 참치회를 넉넉히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식당이다.


언제부턴가 포털사이트에서 음식점에 매겨진 평점을 공개하지 않는데, 지난해 내가 처음 이곳을 찾았을 즈음의 평점은 무려 9.9였다. 서너 명의 유저나 열댓 명의 블로거가 남긴 점수가 아니었고, 점수를 매긴 이들이 100명이 훨씬 넘었다.


흔히 저렴한 생선 횟집은 저품질 냉동참치를 내놓기 마련이고, 정말 맛있고 훌륭한 참치를 먹으려면 무조건 비싼 식당에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하지만 노성일참치는 그런 편견을 완전히 깨뜨리는 곳이다. 언젠가 안산 와~스타디움에서도 이곳의 참치처럼 많은 이들이 최고 평점을 주저하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축구를 만날 수 있길 바란다.



안양 비산의 '관악관'

FC안양의 홈구장인 안양종합운동장 근처에는 훌륭한 평양냉면 식당이 있다. 경기장에서 도보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관악관이 그곳인데, 3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가게로 5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개인적으로는 평양냉면 특유의 심심한 육수 맛을 선호하는 편이 아님에도 매우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진하지 않고 청량감 있는 육수도 좋았지만, 특히 잘 제분된 메밀 면의 맛과 식감이 일품이다. 한우 편육도 넉넉히넣어주고, 깔끔한 고명도 좋은 균형을 이룬다. 요즘 웬만큼 역사가 있다는 서울의 냉면 전문점들은 한 그릇에 만원씩 받기도 하는데, 안양 관악관은 7, 8천원 정도로 냉면 가격 적정선(?)을 잘 지키고 있다.



충주 칠금의 '대왕만두'

충주종합운동장 애피치 부근에는 딱히 끌리는 음식점이 없었다. 하지만 충주버스터미널 안에서 엄청난 만두 가게를 발견했다. 사실 큰 기대 없이 주어진 짧은 시간 내에 허기를 달래러 들어간 곳이었는데, 횡재에 가까운 놀라운 맛을 경험했다.


'대왕만두'라는 가게 이름 때문에 일단 맛을 떠나 큼지막한 만두로 배를 채울 수는 있겠다는 생각으로 테이블에 앉았는데, 상당한 전문성이 느껴지는 수제 중화 만두 전문점이었다. 그저 시장이 반찬이었을 뿐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맛이 훌륭했다. 최근 몇 년간 맛본 그 어떤 만두보다 더 맛있었다.


특히 사천식 군만두가 환상적이었다. 충주터미널을 거쳐 축구장으로 향하는 원정팬이라면 여기서 먼저 1인분 먹고, 경기장에서 하프타임 때 간식으로 먹을 1인분을 추가로 구입해가길 권한다.



글, 사진 - 김다니엘 ('하루쯤 축구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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