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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축구 Jul 24. 2017

1편: 메시의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의 메시

축구의 4대 요소와 총체적 접근의 중요성



"중앙으로 패스 연결. 리오넬 메시. 돌아섭니다. 메시, 뛰기 시작합니다. (자, 달립니다. 달립니다. 메시에요. 메시에요!) 메시, 아크 정면, 메시, 메시, 메시! (골이에요! 리오넬 메시!) 스코어 1-0입니다! 리오넬 메시!"

- 16/17 프리메라리가 26R 바르셀로나 vs 셀타비고 경기 



메시의 개인 기량이 단연 돋보였던 득점 장면이다. 센터 서클에서부터 대략 30m 가량을 질주하고, 3명의 수비수를 농락하며 득점을 성공시켰다. 이 장면을 '전술'의 결과로 볼 수 있을까?


나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이 글의 끝에 밝히도록 하겠다.

축구 경기를 구성하는 '4대 요소'로 기술, 체력, 정신력 그리고 전술을 꼽을 수 있다. (*각주1) 이 네 가지 요소가 축구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시간은 90분 중 단 1초도 없다.


'기술'이란 일반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드리블이나 볼 컨트롤 뿐만 아니라 슛, 패스 그리고 태클과 같은 모든 행위가 포함된다. '체력'은 지구력, 스피드, 피지컬과 같은 모든 육체적인 요소를, '정신력'은 자신감, 중압감과 같은 모든 정신적인 요소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전술'은 무엇일까?


'전술'은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나머지 요소들처럼 툭툭 구분해 뱉어내기가 쉽지 않다. 실제 축구 경기를 봐도 4-4-2나 스리 백 같은 포메이션 용어들을 자주 언급할지언정, 그래서 정확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순수하게 전술의 영역인지를 명확히 설명하긴 어렵다. 앞선 세 가지 요소가 주로 개인 능력의 범주라면, 전술은 그렇게 다양한 개인 능력을 가진 선수들의 조합. 즉, 팀 단위로 논의될 때가 많기 때문에 좀 더 상위 개념처럼 어렵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영국의 축구 전문기자 조너선 윌슨은 그의 저서 <축구전술의 역사>에서 전술을 '포메이션과 스타일의 조합'이라 정의했고, 나는 '약속된 모든 플레이'라는 개념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둘 다 각자의 시각일 뿐 정답은 아니다. 포메이션이 곧 전술은 아니지 않는가.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의외의 포인트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축구의 4대 요소를 각각 분리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전술만을 떼어내 정의하는 게 모호한 것이다. 사실 이 네 가지 요소는 분리되지 않는다. 이것들이 90분 내내 복합 작용하는 것이 바로 축구다. 선수의 동작 하나, 움직임 하나에 이 요소들은 복잡 미묘하게 뒤엉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하나의 요인만 떼어 놓고 생각하는 것은 '축구 그 자체'의 관점에서 보면 무의미하다. 축구에 대한 '총체적 접근(Holistic Approach)', 그것이 축구를 분석하는 첫 단계다. 그 후에 가능하다면 개별적인 요소들을 따로 분리해서 살펴보는 것이 순서이고.

메시의 득점 장면에도 4대 요소가 모두 개입했다


앞서 메시의 득점 장면이 전술의 결과라고 말한 이유 역시 같은 맥락에서다. 정확히는 이 장면에서도 축구의 '4대 요소' 모두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으며, 그 안에서 좀 더 전술적 요인으로 분류할 수 있는 포인트들을 찾아 분석할 수 있을 뿐이다.


좀 더 깊이 들어가보면, 메시의 득점 장면은 순수하게 메시의 드리블 속도와 기술 등 그의 개인 능력으로만 이뤄진 게 아니다. 메시가 볼을 받는 위치에서부터 슛을 날린 포지션까지 몰고 들어갈 수 있게끔 도와준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약속된 움직임, 그리고 그것이 셀타 비고 수비수들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쳐 탄생한 득점 장면이다. 나아가 메시에게 과감히 드리블을 하도록 주문한 감독의 개인 전술 역시 득점 장면에 개입된 전술적 요소라 할 수 있다.


물론 메시가 뛰어난 기술, 체력, 정신력을 지니지 않았다면 이보다 더 탁월한 전술 주문도 소용 없을 수 있었다. 메시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개인 능력과 그 상황에서의 체력, 정신력 등 여러 변수들도 전술적 결과로 분석하고 있는 이 장면에 분명히 함께 작용한 요인들이다. 


축구의 한 장면을 분석할 때, 보통 어떤 기술적 / 체력적 / 정신적 / 전술적 요소가 개입했는지 하나씩 따져 분석하는 것을 기본이라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축구의 네 가지 요소가 항상 복합 작용함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반쪽짜리 분석이 될 여지가 많다.


레전드 중의 레전드 보비 롭슨 경이 "호나우두가 곧 전술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해서, 그의 축구에서 나머지 10명의 전술적 기여도가 제로라는 뜻은 아니다. 설사 골키퍼가 자신의 골 에어리어에서부터 상대 진영까지 드리블 돌파 후 골을 넣었다 하더라도, 피치 위에서 전술은 어떤식으로든 항상 개입하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전술을 포함한 네 가지 요소가 상황마다 중요도의 차이만 변화할 뿐, 지속적인 상호작용 속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 축구다. 따라서 축구에는 우연도, 행운도 없다. 축구는 곧 기술이자, 체력이자, 정신력이자, 전술이며 이것들의 하모니를 이끌어 내는 것이 감독의 임무이자 목표다.



"축구에 행운의 골은 없다. 경기장 안의 모든 골은 전술적 움직임에 따라 나오고, 행운 역시 이런 노력을 통해 나타나는 것이다"

– 주제 무리뉴 (*각주2)




[요약]

축구의 4대 요소는 기술, 체력, 정신력, 전술이다.

축구의 4대 요소는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 한 요소를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축구의 4대 요소는 경기 내의 모든 상황에 빠짐없이 작용한다.



글 - 우지원

사진 - 오늘의 축구 / 커버 - Jeroen Bennink (CC BY 2.0)

영상 - SPOTV

교정 - 오늘의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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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대축구의 전술, 알고 봐야 제대로 보인다!> 이형석 | 266p

2) <스페셜 원 무리뉴 새로운 리더의 시대> 후안 카를로스 쿠베이로, 레오노르 가야르도, 고인경 옮김 | 16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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