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QWER이 좋은 이유: 'QWER & TY 제작진' 편
꿈을 이루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다룬 미국 기업가 'Ben Arment'의 <Dream Year>라는 책에서는 꿈을 실현시키는 공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규모가 충분한 '시장'이 있어야 하고, 그 속에서 두각을 나타낼 '능력'이 있어야 한다. 대중을 상대로 할 때는 나를 따르는 팔로워, 즉 '영향력'도 있어야 한다. 거기에 기존의 공식을 깨부수거나 경쟁자들과 완전히 '차별화된 접근법'까지 있으면 꿈을 이룰 확률이 비약적으로 증가한다.
하지만 이런 꿈의 기획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의 총 11장 중 4장까지 밖에 다루지 않는다. 꿈을 작게나마 실현시키고, 어려움에 맞서면서 발전시키고, 규모를 계속해서 키워나가는 과정이 훨씬 어렵고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꿈 실현 공식에서는 '실천'이 제일 중요한 것이다.
QWER이 성공한 기획인 이유 중 하나는 '완전히 새로운 공식'이라는 점이다. 이 신선함이 주요 타겟층, 나아가 일반 대중한테까지 먹혀서 데뷔한 지 1년도 안 된 그룹이 '마운틴듀'나 '아디다스'와 협업을 하는 대세의 반열에 오르게 만들었다.
하지만 '새롭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리스크다. 보통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기존에 했던 것을 기반으로 기획하고 발전시키는 경우가 많다. 팀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있으면 컨셉은 어떻게 발전시킬지, 마케팅은 어떤 부분을 따올지, 행정적인 건 누구와 협의하면 될지를 쉽게 이야기하고 조율할 수 있다. 그래서 회사 업무는 정해진 틀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이 없다.
예를 들어 새로운 여자 아이돌 그룹을 기획한다고 해보자. '컨셉은 A 그룹과 B 그룹을 섞은 느낌이 될 것이고, 멤버 구성은 C 그룹, 비주얼은 D 그룹을 따 올 것이고, 안무와 뮤비는 E 그룹처럼 할 거예요'라고 설명한다면 대략 어떤 그림인지 나오고 어떤 전문가를 섭외할지 윤곽이 그려진다. 투자자도 팀원도 설득하기가 어렵지 않다. 업무를 할 때 레퍼런스를 공유한다는 건 그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누군가 'J팝과 일본 애니스러운 노래를 하고, 게임이나 서브컬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수백만의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들을 모은 4인조 아이돌 걸밴드'라는 기획을 들고 왔다고 상상해 보자. 업계 사람이 아니어도 당장 머릿속에 아래 음성이 들리지 않는가?
누구를 레퍼런스로 해야 할지, 음악 스타일이나 뮤비는 어떻게 뽑아야 할지, 마케팅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안 올 것이다. 아예 새로운 컨셉이기 때문에, 회사 내 팀원들을 설득해야 하고, 투자자를 설득해야 하고, 나아가서는 시장을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합류할 멤버들을 설득해야 한다.
지금 QWER의 성공은 이 모든 설득의 과정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계란과 빙튜브를 비롯한 3Y 코퍼레이션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뭉쳤으며, 프리즘필터와 협업해 이들이 그리던 음악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한 명 한 명이 필살기인 4명의 멤버를 설득해서 세상에 없던 아이돌 걸밴드를 만들어냈다. 또 이들의 개인적인 팬 관리 능력과 오랜 기간 뉴미디어 채널을 운영하며 기른 예능적 역량으로, 믿고 보는 재밌는 자체 컨텐츠와 협업 컨텐츠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면서 마케팅도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다.
QWER은 투자자, 제작자 입장에서는 존재 자체가 리스크였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컨셉 자체가 태생적으로 새로웠기 때문이다.
'처음'이라는 건 시장개척이라는 엄청난 이점을 누릴 가능성이 있지만, 동시에 시장 자체가 없을 수도 있는 위험한 도박이다. 오히려 확실한 건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라는 리스크뿐이다.
우리나라 가요계는 K팝 대기업이나 미디어(드라마, 예능) 음악이 아니면 주목받기 힘든 시장이 된 지 오래다. 그래서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이 역주행으로 1위를 했을 때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을 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효율이나 ROI(Return on Investment | 투자 대비 수익률)를 유일한 판단 기준 삼았으면 QWER은 첫 삽도 뗄 수 없었을 것이다. 레퍼런스가 없어 수익률이나 결과에 대한 예측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최소 비용으로 시작했으면 정말 단기 프로젝트로 끝났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름을 들어볼 기회도 없이, 유튜브 시리즈로 기대를 끌어모은 것에 비해 아쉬운 음악과 실력으로 그대로 묻혔을 가능성이 크다. 리스크 테이킹이 없었다면 멤버들도 지금의 구성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QWER은 애초에 합숙을 전제로 멤버를 모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4인 연습생 합숙소는 큰 방에 이층침대가 2개 놓인, 혹은 방 하나를 둘씩 나눠 쓰는 좁은 공간이다. 하지만 3Y 코퍼레이션에서 준비한 합숙 공간은 투룸, 쓰리룸의 집 한 채 씩을 멤버들에게 빌려주는 것이었다. 거기다 건물 4, 5층도 멤버들이 쓸 수 있는 공용 공간이자 합주실이라 사실상 프로젝트를 위해 건물 한 채를 통째로 전세 낸 것이다. 여기에 멤버들이 매일 연습할 수 있도록 쓰는 레슨비와 곡 제작비, 안무비 등을 고려하면 최소 10억에서 수십억의 초기 비용이 들어갔을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리스크를 진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특히 가진 게 많을수록 잃을 것도 많기 때문에 리스크를 지기 더욱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자신이 가진 것을 걸고, 확신을 가지고 도전하는 이들이 있다. 우리는 이런 용기를 동경하고, 그런 사람들을 응원하게 된다.
QWER 멤버들도 이 모험에서 손님이 아니다. 잘 갖춰진 시스템에 속에서 컨디션까지 고려하며 체계적인 안무, 보컬, 연기 연습을 받는 연습생이 아니다. 결성 세 달 만에 데뷔, 데뷔 한 달 만에 롤드컵 전야제 무대라는 초인적인 미션을 성공시키기 위해 모든 걸 걸고 뛰어든 도전자들이다. 이미 수십, 수백만의 팔로워, 유명 그룹 아이돌 멤버라는 '가진 것'들을 전부 걸고 '아이돌 걸밴드'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가는 사람들이다.
개인 활동을 하던 상태에서 그룹 활동을 시작하는 것은 큰 리스크를 동반한다. '병행'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그룹 활동을 하게 되면 개인 활동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다시 개인 활동으로 돌아왔을 때는 기존에 쌓아왔던 영향력이 복구하기 어려울 만큼 줄어들어 있을 수도 있다. 또한, 그룹 활동을 하게 되면 '다른 멤버'라는 개인 활동에서는 없었던 새로운 위험 요소도 생긴다.
멤버들은 이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합숙을 시작했고, 매일 같이 연습과 합주에 매진해 왔다. 미니 1집 선공개를 기점으로 8번의 위문 공연, 7번의 외부 공연, 그리고 13번의 대학 축제 공연, 그리고 그 사이사이 비공개 컨텐츠 촬영 혹은 팬미팅이라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며 달려왔다. 각자가 기존에 꾸지도 않았던, 기존에 세상에 있지도 않았던 새로운 꿈을 향해 똘똘 뭉쳐서 하루하루 도전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가고 있다.
제작진의 뛰어난 기획과 실천력 덕분에 QWER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멤버들의 도전과 노력 덕분에 지금의 QWER이 될 수 있었다.
단순히 초짜로 시작해서 '성장형'인 게 아니다. 잘 갖춰진 시스템 속에 있었다면, '성장'이 아니라 '학습'이 과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QWER도 Team 3Y도 함께 만들어가는 꿈이기에, 밴드로서도 소속사로서도 같이 성장해 나갈 수밖에 없다.
성장 과정에서 멤버들은 각자의 목표를 설정하고 스스로 연습량을 정한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매일 새벽까지 연습하며, 손에 염증이 생길 때까지 연주하고, 손이 찢어질 때까지 반복을 한다. 그렇게 매일매일 정신적으로도 실력적으로도 성장해 나간다.
이미 자력으로 성공해 본 이들이, 자신이 이룬 성공을 걸고 새로운 목표에 앞뒤 안 가리고 도전하고 있다. 안전과 안정을 추구하는 게 너무 당연한 사회에서 이렇게까지 리스크를 감수하는 성장형 밴드라니. 너무 멋지고, 응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많이 공감한 유튜브 '생활변화관측소' 채널의 QWER 분석 편에서 아래와 같이 결론지었다. 정말 이 한 마디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