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 QWER을 빛낸 N명의 귀인들 #2
2024년 10월 18일(금), 어제는 QWER 데뷔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QWER과 팬덤인 바위게 모두에게 기념비적인 날로, 당일 저녁 8시에 진행된 라이브 방송에는 약 2만 명에 가까운 바위게들이 그 순간을 함께하며 QWER의 생일을 축하했다. 그리고 18일(금) 앞뒤로, QWER의 1년 간의 발자국을 돌아보며 가슴 벅찬 바위게들의 감동적인 축하글도 넘쳐나고 있다. 나도 여기에 숟가락을 얹고자 이 글을 쓰게 됐다.
QWER의 1주년을 돌아보는 의미에서, 지난 글에 이어 QWER을 빛낸 '귀인'들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지난번에는 QWER을 옆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귀인들, 3Y코퍼레이션과 프리즘필터에 대해서 썼다. 이번 글에서는 QWER의 발걸음을, 한 발 떨어진 위치에서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도와주는 귀인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QWER의 데뷔곡 <Discord>는 시간이 걸렸지만 역주행 끝에 멜론 TOP100 27위까지 올랐다. 그 후 긴 준비 끝에 발표된 <고민중독>은 TOP3에 오른 후 오랫동안 상위권을 유지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연예계에는 이렇게 큰 성공이 그대로 넘지 못할 벽이 되는 '원 히트 원더' 사례가 적지 않다. QWER과 관계자들도 이에 대해 부담을 느꼈다고 다큐멘터리에서 밝혔다.
이런 부담 속에서 완성된 <Algorithm's Blossom>은 전소연이 프로듀싱한 <내 이름 맑음>을 타이틀 곡으로 삼았다. 그렇게 공개된 '내 이름 맑음'은 일주일 만에 멜론 2위에 오르며, '원 히트 원더'에 대한 걱정을 불식시키고 QWER의 커리어 하이를 경신했다. 뿐만 아니라 음방 출연 없이도 3관왕에 오르며, QWER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감사한 곡이다.
임시 선장이 된 전소연은 단순히 곡만 준 게 아니라, QWER의 벅찰 정도로 멋진 항해를 이끌어주고 있다. 타이틀 곡의 성공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인데, 프로듀싱 비하인드를 통해 공개된 전소연의 정성과 기여도는 놀라울 정도였다.
녹음실 디렉팅 비하인드 영상은 30분이 넘는 QWER의 자체 컨텐츠임에도 불구하고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오르며 10월 19일(토) 기준 124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내 이름 맑음>에는 네 명의 멤버 모두가 보컬로 참여한다. 기존에도 멤버들이 각자 파트를 부여받고 참여하는 곡들이 있었지만, 이 곡에서는 모두의 목소리가 이전과 조금씩 달랐다.
프로듀서 전소연은 <내 이름 맑음>에서 멤버별로 기존에 알려진 목소리와는 또 다른 매력을 끌어냈다. 쵸단은 몽환적인 느낌 대신 직구처럼 힘 있는 보컬을 선보였고, 마젠타도 특유의 저음 대신 귀엽고 쨍쨍한 톤으로 새로운 매력을 보여줬다. 히나의 '악마의 재능'은 단순히 스쿨존 창법에 국한된 게 아니라, 입력한 대로 출력해 내는 보컬 센스 자체라는 점이 이번 비하인드를 통해 밝혀졌다. 곡 전체를 이끌어 가는 시연도 기존의 땡땡한 톤 대신 이지리스닝에 최적화된 말하듯 부드러운 보컬로 새로운 색을 더했다.
전소연의 기여는 뮤직비디오 제작에서도 빛났다. <청춘록>과 <돌리우드>는 바위게의 충성도를 테스트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작품들이다. (다른 의미로) 엄청난 연기력을 보여주었던 멤버들이,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단편 영화처럼 제작된 이번 뮤비에서는 자연스럽고 정제된 연기를 보여줬다. 그리고 이 현장에도 전소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책임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들의 인연은 QWER의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커버를 계기로 시작되었다. 그 후 전소연은 <고민중독> 때 함께 챌린지를 찍었고, 나아가 여러 방송에 나와 QWER을 언급해주기도 했다. '고민중독' 활동 초반까지만 해도 QWER은 '서브컬처 한정' 아이돌 걸밴드라는 프레임이 씌워진 상태였기 때문에, K팝 주류에 있는 전소연의 언급과 응원은 일종의 정품 인증 마크 같은 역할을 해줬다. 이후 이들의 실질적인 협업이 성사되었고, <가짜 아이돌> 뮤직 비디오 카메오 출연 이후 <내 이름 맑음> 프로듀싱까지 이어진 것이다.
전소연은 단순히 <내 이름 맑음>이라는 곡을 주기만 한 게 아니라, A부터 Z까지 신경 써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줬다. 이 곡을 선물 받은 QWER은 쉼 없이 활동하며 날개를 단 듯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러니 (여자) 아이들의 전소연은 현시점에서 바위게들에게 가장 감사한 '귀인'일 수밖에 없다.
지난 10월 9일, 히나와 시연이 출연한 유튜브 채널 <꼰대희> 에피소드가 공개됐다. 여기서 꼰대희는 "내일 되면 1등 할 거야"라며 <내 이름 맑음> 활동에 대한 응원을 건넸고, 이 말은 마치 예언처럼 적중했다. 방송 직후 QWER이 <쇼챔피언>에서 데뷔 후 첫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에 꼰대희는 인스타그램에 "큐떱이들 쇼챔 1위 추카한데이~~"라는 애정 어린 문구를 덧붙인 가슴 따뜻한 게시물을 올렸다.
이렇게 방송에서 좋은 기운을 줬다는 이유만으로 꼰대희를 '귀인'으로 꼽은 것은 아니다. QWER과 꼰대희의 관계는 단순한 예능 출연 이상의 특별한 인연이다. 잠깐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전소연에 대해서도 <내 이름 맑음> 성공 이전부터 감사한 마음이 있었다. 브런치 첫 게시물에도 썼지만, 어렴풋이 존재만 알던 QWER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탑 아이돌이자 프로듀서인 전소연과 찍은 챌린지 덕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입덕 과정에서 처음으로 인상 깊게 본 QWER의 외부 컨텐츠가 꼰대희 채널의 '밥묵자' 에피소드였다.
멤버들이 완전체로 출연한 이 방송은 10월 19일(토) 기준 385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QWER의 비음악 외부 컨텐츠 중 압도적인 조회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봐서 인지도 향상에도 기여했으며, QWER 문화 형성(?)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컨텐츠였다. 우선 많은 예능에서 선보이는 밴드 QWER만의 개인기인 '입브금'도 이 방송이 처음이었다. 또, 시연이 자체 컨텐츠에서 밀었던 "아저씨 누군데요!"가 여기서 흥하면서 후에 자컨 시리즈 "아저씨 누군데요"의 초석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시연의 상징 동물이 된 '타조' 개인기 역시 처음 나왔으며, 히나의 '양념치킨' 별명도 이 에피소드를 통해 널리 퍼졌다.
하지만 QWER과 꼰대희의 인연은 이 에피소드가 처음은 아니었다. 이전에 마젠타도 출연한 적이 있고, 쵸단은 QWER 준비 단계에서 출연했었다. 특히 쵸단의 에피소드 말미에서는 악플로 인한 고민을 털어놓는 쵸단에게 "땅에 떨어진 화살을 굳이 들어서 내 가슴에 꼽지 마라"는 꼰대희의 위로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쵸단이 눈물을 흘리며 감동한 이 장면은 두 사람, 나아가 QWER과 꼰대희의 특별한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이후로도 '말쑥한 꼰대희' 시리즈에 막내즈(히나, 시연)가 출연하며 인연을 이어갔다. 멤버들의 출연이 없어도 꼰대희는 <고민중독>, <내 이름 맑음> 리액션 영상을 올리며 틈틈이 진심 어린 응원을 보냈다. 최근 막내즈의 '밥묵자' 에피소드에서는 꼰대희가 멤버들을 마치 딸처럼 흐뭇하게 바라보는 모습에 팬으로서 감사와 따뜻한 감동까지 느끼게 됐다.
<꼰대희> 채널에 가장 많이 출연한 팀이 QWER이다. 김대희(꼰대희의 본캐)는 20년 넘게 자신의 분야에서 족적을 남긴 인물로, 그가 자신의 영향력을 활용해서 보내주는 응원은 QWER에게도 팬들에게도 큰 힘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순수하게 멤버들을 아끼고 응원해 준다는 게 전해져서, 마냥 감사한 기분이 든다. 앞으로도 QWER과 바위게의 큰아버지, '꼰버지'와의 인연이 오랫동안 이어지길 기대하며 다시 한번 '꼰버지'께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외에도 QWER은 귀인들이 많다. 갑자기 들이닥친 QWER 완전체의 라이브를 이끈 인연을 시작으로 시연과의 인터뷰를 3편에 걸쳐 풀어준 조매력은 꾸준하게 자신의 방송과 댓글 등을 통해 멤버들을 응원해주고 있다. 레전드 록밴드 노브레인의 기타리스트 보보는 QWER <가짜 아이돌> 컴백 캠페인에 참여했으며, 보컬 이성우도 댓글로 멤버들에게 응원을 보내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허용별은 지코의 <아티스트>에 나와 <고민중독> 발라드 버전을 불러 발매 두 달 차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주기도 했다. 멤버들의 가족들과 3Y코퍼레이션, 프리즘필터를 포함해서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QWER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QWER의 1주년을 축하하며, QWER에게 이렇게 많은 도움이 따르는 이유에 주목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QWER의 이야기와 닮아 소개한 적이 있는 <프로세스 이코노미>라는 책에 아래와 같은 대목이 나온다.
이처럼 열정적으로 "나의 몸은 재가 될지라도 뜻만은 실현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걷겠다고 말해주는 사람, 즉 프로세스를 도와줄 동료가 나타난다. 이런 과정에서 탄생한 공감은 오래도록 지속된다. (141 p)
귀인은 아무에게나 나타나지 않는다. "행운은 대담한 자를 돕는다."라는 표현처럼,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위험을 무릅쓰고 가는 걸음에 귀인이 나타난다. QWER 멤버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뒤로하고 꿈을 위해 뭉쳤다. '인터넷 방송인, 틱톡커, 일본 아이돌 출신 성장형 걸밴드'라는 새로운 시도로 수많은 의심과 편견에 맞서며 1년 간 자신을 열심히 증명해 왔다. 하루에도 십 수 시간씩 연습에 매진하고, 1년 간 70번이 넘는 공연을 소화하고, 예능에 나가서도 최선을 다 하며 감동적일 정도의 진심을 보여줬다. QWER의 귀인들은 이런 진정성을 봤기 때문에 이에 감화돼서 이들에게 손을 내밀었을 것이다.
뻔하지만, "행운은 준비된 자의 편이다"라는 말도 있다. QWER의 진정한 매력은, 어느 순간 퇴색된 ‘노력’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그룹이라는 점이다.
바위게들이 QWER을 좋아하는 이유는 예뻐서, 노래가 좋아서, 예능감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물론 다 맞는 말이지만, 이것들은 부차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바위게들이 QWER에 진정으로 빠지게 되는 건 멤버들의 진심 때문이다. '노력'이 요령 없는 '노오력'으로 폄하되는 시대에, 모든 걸 타고난 육각형 인재를 추구하는 시대에, QWER 멤버들은 제로에서 출발해 1년간 미친 듯이 노력해 왔고, 결과로써 자신들을 증명해 왔다.
드러머가 꿈이었던 쵸단은 ‘유일한 전공자’라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막중한 부담감과 싸우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노력해 왔다. 그리고 이제는 매번 무대 위에서 진심을 담아 연주하며 편견과 의심을 깨부수고 지구정복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노력의 악마’ 마젠타는 음악 자체가 처음이었음에도 멤버들의 꿈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시작해, 악마 같은 연습량으로 프로들에게도 베이시스트로 인정받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만의 곡을 세상에 선보이고 싶다는 아티스트로서의 꿈을 품게 됐다.
기타를 처음 잡아 생긴 실력 논란뿐 아니라, SNS 유명세 탓에 실물 논란에도 맞서야 했던 히나는 타고난 승부욕으로 미친 듯이 노력하며 자신을 다져갔다. 그렇게 고난도 리프를 여유롭게 소화하며 스스로를 증명하고, 이제는 멀티 엔터테이너로서도 세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무대 구석이 당연해진 스스로에게 분해하던 일본 아이돌 시연은, 팀의 궁극기로서 매 앨범마다 만 번이 넘는 녹음을 거치는 것은 물론 이번에는 타이틀곡의 메인 기타까지 소화해 냈다. 그리고 무대에서 가장 빛나는 프런트맨이 되어, 이제는 전국 투어를 꿈꾸는 가수로 성장했다.
이런 진심을 보게 되면 QWER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의 노력에 감화되어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QWER이라는 그룹은 그런 선한 영향력을 지녔다. 그래서 QWER을 응원할 때는 나 자신을 응원하고 있다는 기분도 든다.
어제 QWER의 1주년 라이브 방송이 있었다. 새벽부터 바위게들에게 감사 편지를 썼던 멤버들은 라이브 방송에서 여러 질문에 답변하고 소통하며 다시 한번 감사를 전했다. 이 방송 후 마젠타의 개인 방송도 이어졌고, 프로듀서 김계란도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프리즘필터 이기용 대표 등을 초청하며 Q&A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러한 소통들에서 공통적으로, 반복해서 나온 말은 “이제 시작이다”였다.
‘다사다난’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1년이었다. QWER로서는 온 세상과 맞선다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을 1년이었다. 하지만 ‘사랑과 상처, 그 모든 것을 끌어안고 피어난‘ QWER은 어떤 인생보다도 멋진 1년을 걸어왔다. 그리고 그 끝의 라이브 방송에서는 이 길을 함께 해준 귀인들과 바위게들에 대한 감사만을 표현했다.
주제넘게 이번 활동이 끝나면 조금 쉬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멤버들의 컨디션 관리는 가장 가까운 귀인인 소속사의 역할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멤버들부터가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이 한 몸 불사 지르겠다’고 외치고 있다. 이런 각오에 바위게로서의 역할은 지난 1년을 축하하며, 다가올 1년을 응원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