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대학언론은 무엇일까요? 대학언론은 대학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언론입니다. 그 누구도 이 정의에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대학은 사회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곳입니다. '사회의 축소판' 실제 사회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현상들이 일어난다고 하여 그리 불릴 겁니다. 하지만, 이는 곧 굉장히 작은 조직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언론이라는 조직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알리는 곳이고, 대학은 이러한 언론이 성장하기(살아남기) 힘든 한계를 제공합니다. 특히, 요즘같이 학내 사회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는 현실에서 돈 다 주며 운영하는 학보 앞에 독립언론이 폐간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본 글에서는 대학(독립)언론이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구성원
대학이라는 곳은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로 그저 사회로 나가기 위해 학벌을 사는 곳으로 전락한 지 오래입니다. 대의보다는 자신의 학점이 우선인 곳에서 우리의 가치를 공감하는 구성원이 모이기란 쉽지 않습니다. 스펙을 위해 다가오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허나, 이런 사람이라도 유지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열정페이로 일할만큼 다들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끼니를 거르지 않으면 다행인 대학생들이 누가 자기 돈 써가면서 취재하겠습니까? 지금까지 알리는 광고를 통해 수입을 얻었지만, 이 마저 발행비로 나가고 잔고는 빠르게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신입기자 가입비와 활동비로 운영비를 충당하기 급급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우리가 일정한 수입을 후원이던 어떤 방식을 통해 확보하지 못하면 절대 고쳐나갈 수 없습니다. 그저, 우리의 가치를 공감하는 열정폐이를 지불할 사람을 잘 찾아 유지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본 알리는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이 있으면 쓸 수 있었습니다. 게이트키핑은 없었습니다. 상하관계는 그저 기사를 fix하는 것에만 있었고, 조직에서 상하관계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장점이기도 하였지만, 리더십이 부재한 상태에서는 언제나 해체될 수 있는 약점이 되었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추가로 설명하겠습니다.)*
취재역량
대다수의 신입기자는 대학교 1학년 새내기입니다.(아닌 경우도 있지만, 다들 이런 분야는 처음인 사람들이죠.)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에 알리에 들어온 이들은, 전문적이지 않은 몇 시간의 강의를 듣고 일선 현장으로 나갑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니 신속한 대응은 고사하고 취재원과 정보원 사이의 관계 유지도 쉽지 않습니다. 정보원이 없는 우리는 그저 총학이나 학교에서 올린 포스팅만 보고 뒤늦게 취재하고 '[속보]'라는 이름을 필두로 '###'을 달고 페이스북에 올립니다. 탐사저널리즘을 통한 '[단독]'이라는 머리말을 본 것이 언젠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기자에게 취재와 작문능력은 '기본'입니다. 기본조차 되어있지 않은 우리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대학알리는 찾아야 합니다.) PS. 탐사...저널리즘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해야 합니다.
활동반경
앞서 대학언론은 대학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라 말했습니다. 대학에서 우리가 취재하는 것은 대표자의 목소리입니다.(애당초 대표자를 뽑는 선거가 매번 무산되는 것을 보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대표자만으로 독자들의 알리에 대한 관심을 유지해나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매번 반복되는 진부한 이야기는 학생회만 재밌지 독자들은 '또 누가 횡령했나? 알아서 하겠지'라고 느낍니다. 우리는 활동반경을 늘려갈 필요가 있습니다. 좁게는 당장 교문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넓게는 정계의 결정이 우리 청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하고 알려주는 기사가 나와야 합니다. 가장 최근 기사를 예시로 들자면, '강사법'이 좋은 사례가 될 것입니다.
콘텐츠 제작
우리는 모두 대학생입니다. 업으로 동영상을 편집하고 카드 뉴스를 만들어온 기성 언론사와는 다릅니다. 전문적인 장비도 없고, 가진 거라곤 PPT와 포토샵이 전부입니다.(이조차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독자는 우리가 독립언론이라고 해서 퀄리티 낮은 콘텐츠를 소비하려 하지 않을 겁니다. 다른 학내 언론사나 기성 언론사와 견줄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합니다. 저는 그 시작에 표준화(정형화)라고 생각합니다. 기성 언론 카드 뉴스를 보면 다른 내용이지만, 디자인은 유사합니다. 저는 수많은 네트워크가 있는 대학알리의 특성을 이용해 카드 뉴스 형식을 함께 개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사안의 경중에 따라 디자인을 달리하여 여러 개의 포맷을 개발한다면, 처음이야 힘들겠지만, 나중엔 공장처럼 찍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독자적으로 디자인하는 능력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지면제작
지면제작 꼭 필요한 걸까? 항상 남잖아...? 이 질문에 대한 저의 답은 '그래도 필요하다'입니다. 발행부수를 유지해야 하는가에 대해 다르게 생각할 수 있지만, 우선 지면은 필요합니다. 지면은 알리와 독자 사이 물리적 관계를 형성합니다. facebook, instagram이나 youtube도 훌륭한 매개체가 될 수 있지만, 손가락 한번 튕기면 사라집니다. 지면은 살지지 않습니다. 우선, 독자가 읽으면 화면 속 글자보다는 오래 손에 남이 있습니다. 홍보효과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수많은 채용공고와 광고로 채워진 게시판에 포스터 하나 붙이는 것보다 가판대 세워놓고 지면이 더 효과적입니다.
* 알리에서 구성원의 관계
이 부분은 제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알리에서 구성원의 관계는 보통의 조직과 달랐습니다. 편집장이 임의로 게이트키핑을 하지 않았고, 기자가 쓰고 싶은 기사를 썼습니다. 이 것이 우리의 장점이자 단점이었습니다. 상하관계가 뚜렷하면 개개인 기자가 답답함을 느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열차와 다를 게 없었습니다. 상하관계가 없는 상태에서 조직의 방향성을 향해 찬/반이 반반을 이루었을 때, 조직이 와해되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개개인의 자율성을 유지하며 적당한 상하관계를 유지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