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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래 Jul 05. 2020

보약 같은 친구

일상에서 겪은 이상한 이야기_30

2018년 3월 9일에 쓴 글을 재구성했습니다.


어느 아주머니 한분이 버스 가운데 자리에서 핸드폰을 보고 계셨음.

그러다가 갑자기 뭔가 찾는 듯이 분주해지심.

가방도 뒤적거렸다 자리에서 일어나 주머니도 찾았다가

무슨 큰일이라도 난듯했음.

그렇게 한참을 찾아서 꺼낸 것은 이어폰.


귀에 이어폰을 꽂고 폰을 열고 뭔가를 만지작 거리심.

그러더니 버스에 갑자기 울려 퍼지는

“ 같이 가세~ 보약 같은 친구야~” 

당연히 순간 모든 버스의 시선은 아주머니를 향했고,

나는 노래의 타이밍이 너무 좋아서 순간 터질뻔했음.


2절이 이어서 나오는 것 같은데 여전히 아주머니는 이어폰을 귀에만 꽂고

폰에는 안 꽂았다는 사실을 모르시는듯했음.

아주머니는 조금 있다가 노래가 들리는데 들리는 소리가 뭔가

작다는 것을 인지하신 듯 볼륨을 높이기 시작하심.


덕분에 보약 같은 친구라는 노래의 가사를 꽤 알게 되었음.

자식보다 돈보다 친구가 좋다는 내용이었음.

볼륨을 올릴수록 아주머니보다 아주머니를 제외한 분들이

더 큰 소리로 노래를 듣게 되는 상황을 거친 뒤

아주머니는 이 노래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셨는지 폰을 만지작 거리기 시작함.


그러더니 갑자기 버스에 목탁소리와 독경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함.

의외로 목탁소리와 버스정류장 알림음은 제법 잘 어울린다는 것도 알게 될 무렵.


아주머니 뒤에 앉으신 형제님께서 조용히 아주머니의 어깨를 톡톡 치셨고

아주머니는 독경소리에 빠져서 마음의 안정을 찾으시던 중에

누가 건드리니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음.


아주머니가 너무 놀래서 돌아보니까

뒤에 계신 형제님도 당황해서 바로 말이 안 나오는 모양이었음.

보통 이런 일은 그냥 보고 있는 편이지만 나도 보던 책에 집중이 안되던 차라

아주머니 이어폰 폰에 안 꽂으셨어요 라고 말씀드림.


그 뒤에 아주머니가 당황, 부끄러움에 몸 둘 바 몰라하는 모습은

좀 전에 이어폰을 찾던 모습보다 더 분주해 보였음.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일어나서 주변에 사과하고

나한테는 합장하면서 죄송하다고 하심.

버스기사님도 뒤를 흘끗 보는 게 웃기신 모양이었음.


결국 책은 한자도 안 봤지만 재미있으니 된 듯.

그나저나 오늘 보약 같은 친구 이 노래 하루 종일 귀에 맴돌 것 같은데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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