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래 Jul 05. 2020

핵심을 찌르는 애어른

일상에서 겪은 이상한 이야기_34

2018년 8월 18일에 쓴 글을 재구성했습니다.


집에 오는 길. 한 모자가 옆에 걸어가고 있었음. 

초등학교 저학년 즈음되어 보이는 아이는 킥보드를 타고 있었고,

엄마는 애를 쳐다보면서 가고 있었음.

길이 그다지 평탄하지 않아서 킥보드를 타기는

그리 썩 좋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아니 사람이 가는 길을 이래 울퉁불퉁하게 만들어놨어. 갈 수가 없네~"


아주 걸쭉한 말투로 아이가 한마디 했음.

목소리도 살짝 허스키한 터라 묘하게 웃겼음.

나도 모르게 피식하는걸 엄마가 본듯함.


"그런 소리하는 거 아냐"


"아니 킥보드를 탈 수가 없잖아."


"내가 속상해서 그러지."


왠지 할머니나 할아버지와 같이 살아서 영향을 받은 말투 같다는 느낌이 확 왔음.

그 와중에 엄마는 왠지 모르게 내 눈치를 본다는 느낌이 좀 들었음.

사실 그냥 좀 빨리 걸으면 지나칠 수 있긴 한데

이 아이가 너무 재미있어서 약간 속도를 줄인 것도 있었음.


엄마는 이런 길에서 킥보드를 왜 타냐며

걸어가라고 한마디 했는데


"옆에 차가 다니는 길은 저래 잘 돼있는데

사람 다니는 길이 이러면 안 되지.

길이 평평해야 발도 안 빠지는데."


너무 맞는 말을 저런 목소리로 그것도 킥보드 타기 나쁘다는 이유로 하는 게

신기하기도 한데 무엇보다 너무 웃겨서 더 들었다가는 터질 것 같아서

그냥 빨리 지나옴.

내 눈치를 보던 엄마는 앞서가는 내 어깨가 움직이는 것을 봤을 것 같음.


그나저나 아이들은 묘하게 핵심을 잘 찌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보도블록이 문제가 아니라 길 자체가 평평해야 하는데

나도 생각 없이 걷다가 헛디딘 적이 몇 번 있음.


특히 요즘은 폰 보면서 걷는 사람이 많아서 이럴 확률이 훨씬 높을 것 같은데.
아이들이나 노약자한테는 이런 부분이 은근히 크게 다가올 것 같음.

보도블록을 갈아엎을 때는 평평하게 해 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혼코노에서 모르는 사람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