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줄이 무어냐 이것이 두 줄이냐
임테기. 임신 테스트기의 준말.
일회용 주제에 개 당 5000원을 넘나드는 사악한 가격. 소변과 짧은 인내심만 있다면 임신 여부를 알 수 있는 편리한 도구.
오늘로서 내가 가지고 있던 임테기의 정의에 하나가 추가되었다.
두 줄, 임신.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았던 것처럼 로켓처럼 푱 솟아오를 만큼 기쁘지도 눈물이 핑 돌만큼 감동적이지도 않았다.
사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나 올해 계획한 공부가 있는데..? 유럽으로 여름휴가 다녀오려고 했는데!!!!!!!!!!!!! 더 더 더 더 더 놀고싶은데?!?!?!?!' 였었....다.
사고 친 것도 아니고 심지어 살짝 임신 계획도 있었으면서 이딴 생각을 하다니. 꾸물꾸물 죄책감이 밀려왔다. 임테기를 하는 줄도 모르는 신랑에게 어떤 표정으로 임신을 말해야 할까. 혹시 신랑도 지금 나와 같은 표정을 지으면 어쩌지?
계획보다 아주 빠른 임신이었다.
사실 연말 즈음 생각이 있었지만 아이가 그리 마음대로 생기는 줄 아냐는 주변의 충고와 난자가 나이를 먹어간다는 쫄림에 '에이 그래 뭐 애가 그렇게 쉽게 생기겠어'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피임을 때려치웠었다.
그리고 지금 눈 앞의 두 줄.
감사, 기대, 두려움, 그리고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불안이 뒤엉킨 감정에 짓눌려 손끝이 차가워졌다. 차가운 손에 두 줄이 선명한 임테기를 들고나가 신랑을 불렀다. "쭈냐 우리 아기가 생겼어."
아, 내 표정이 이랬구나. 눈앞에서 라이브로 10분 전 내 표정을 보게 되다니 ㅋㅋㅋ
그래도 3초 만에 정신 차리고 와서 날 안아주며 축하한다고 말해주는 네가 나보다 낫다 하하.
부모가 될 마음의 준비가 채 되지 않은 어미 모(母)와 아비 부(父)의 탄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