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섭취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소화 과정 또한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소화 과정이 천천히 진행된다면 아무리 많은 에너지를 섭취한다고 한들 그것을 생존이라는 기본적인 생명의 유지비용 이상으로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인간이 고등한 지능을 가질 수 있게 된 가장 중요한 원인은 바로 불의 사용이다. 불에 조리한 화식(火食)을 먹게 됨으로써 인간은 섭취한 에너지를 소화하는 데에 더 적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었고, 잉여 에너지와 잉여 시간을 더욱 많이 확보하여 생존 이상의 목적으로 그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은 자신의 소화기능을 불이라는 자연의 에너지로 확장시킨 것이다. 즉 인간에게 있어 요리는 단순한 생존의 의미가 아니다. 인간의 본질이 요리에서 탄생한 것이다.
인간은 요리를 통해 에너지의 자유를 획득하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자연이 손실하는 에너지는 더욱 커졌다. 이러한 불균형은 자연적인 에너지 섭취와 소화 속도의 균형을 통해 안정되어있던 생태계의 균형을 깨기 시작했고, 인간은 지나는 자리마다 자신들의 먹이를 멸종시키는 자기 파괴적 역병이 되었다. (대형동물 멸종이 인간의 뇌를 키웠다? – Sciencetimes)본래 음식을 먹을 때 뇌에서 발생하는 행복감은 지속적인 에너지 섭취를 보상하고 유도하여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메커니즘이었지만, 잉여 에너지를 통해 생존의 족쇄에서 벗어난 인간은 뇌가 분비하는 보상만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음식을 섭취하기까지 하였다. 먹는 행위가 곧 유희가 된 것이다.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는 한계가 정해져 있다. 몸이 필요로 하는 유지비용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유희에는 한계가 정해져 있지 않다. 유희는 뇌가 제공하는 중독적 보상을 요구하는 행위이기에 더 많이, 더 자주 원하게 된다. 즉, 인간은 자연 에너지 손실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반복하고 확대하며 즐거움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본질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거대한 낭비를 초래하는 데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우리가 진정 극복해야 할 문제점이라는 점에서, 이것은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이다.
예컨대, 낭비적인 식문화를 대표하는 먹방은 식품업계의 지원 아래에 사람들의 폭식을 유도하고, 더욱 자극적이고 소모적으로 음식에 접근하고 있다. 인간이 음식을 통해 유희를 얻으면 얻을수록 우리는 자연의 에너지를 더욱 손실시키는 것이고, 이것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바꾸지 않는 한 우리는 음식을 먹음으로써 천천히 멸망하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인간은 "자본주의"이니 "자유"이니 스스로가 만들어낸 허구적인 우상을 숭배하며 그것이 마치 자연적으로 내려진 권리인양 모든 책임에서 도망쳐 버리고 있다. 우리는 인간의 본질이 낭비를 초래한다는 자연적인 사실에서 눈을 돌려서는 안 되며, 진정 우리의 삶을 자연적 균형의 안으로 되돌릴 노력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