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는 안정적일 줄 알았다.
희망퇴직 실시
스무 살 무렵, 나는 마흔이라는 나이가 오면 안정적일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와 함께 분주한 일상을 살아가며, 직장에서는 능력이 있는 커리어우먼으로 자리 잡아 있을 거라고 믿었다.
20대 때는 첫 취업의 불안감에 있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나이였으니, 그 불안은 당연한 것이었다. 수많은 회사의 서류광탈과, 합격 소식을 기다리던 그 시절의 나는 늘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려야만 했다. 그 선택이 내 인생을 좌우할 것만 같아서 늘 마음이 조급했다.
30대는 또 달랐다. 조금씩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아가며 사회에 적응하고, 조금씩 연봉이 오르는 재미를 붙였고, 커리어가 중요했다. 늘 ‘성장하는 나’에 대한 불안이 있었다. 지금 하는 일이 내 커리어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까? 성과를 내야 하고, 인정받아야 하는 것에 대한 압박이 있었다.
그렇게 나는 40대에 들어섰다. 나의 생각과는 정말 다른 40대다. 이제는 성장의 불안을 지나 ‘유통기한’이라는 단어가 나를 짓누른다. 나와 같이 일하는 50대 이상의 동료들이 희망퇴직의 대상이 되었고, 그 이야기는 곧 나의 차례도 언젠가 다가온다는 말과 같았다. 아직 50대가 되려면 10년이란 시간이 남았지만, 나의 시계도 앞으로 가고 있기에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되돌아보니 스무 살 무렵 내가 그렸던 안정된 마흔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내 이름의 집도 없고, 아직 결혼도 하지 못했다. 커리어에 대한 욕심은 여전하지만,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 그것을 지켜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게다가 하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여전히 많다. 현실은 불안정한데, 욕심은 사라지지 않으니 더 답답하다.
생각해 보면 20대의 불안, 30대의 불안, 그리고 지금 40대의 불안까지, 모양은 다르지만 불안은 늘 내 곁에 있었다. 그리니 아마 앞으로 맞이할 50대, 60대에도 또 다른 모양의 불안이 찾아오겠지.
그렇다면 중요한 건 불안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불안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견디는 힘을 기르는 게 중요한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20대에는 ‘시간이 내 편이다’라는 믿음이 있었고, 30대 때는 ‘나는 성장하고 있다’는 위안으로 버텼다. 그렇다면 40대의 나는 무엇으로 버틸까? 아마도 ’ 준비‘일 것이다. 불안을 안고 주저앉는 대신, 작은 분비를 해나가는 것들. 경제적 자립을 위한 시도, 글을 쓰는 것, 강의도 나가보고, 체력도 만들고, 무엇이든 해보는 용기와 준비 말이다.
마흔이 되면 안정적일 것이라 믿었던 건 이제 사라졌다. 상황들만 보면 불안하다. 하지만 불안이 나를 삼키지 않도록, 그 불안을 앞으로 나아가는 힘으로 바꿔야겠다. 마흔을 시작하며, 앞으로 10년 잘 버텨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