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간의 빵과 커피 끊기
40대가 되기 전에 건강 미리미리 챙겨야 한다.
30대 때 40대가 된 언니 오빠들이 날 보면 이런 이야기를 참 많이 해주었다. 하지만 아직은 괜찮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5년 전 수술을 한 이후로는 내 몸을 돌보며 지내지 못했던 것 같다. 원래도 어릴 때부터 배가 자주 아팠다. 병원에 가도 이상이 없었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제일 취약한 배로 온다는 소견만 들었다. 그래서 그런가 위장염은 주기적으로 나에게 찾아왔고, 이제 느낌이 오면 바로 병원에 가서 약을 지어먹고, 휴식을 취했다.
2년 전 건강검진에서 처음으로 위염 소견을 받았다. 그때쯤부터 몇 달에 한 번, 밥 먹다 매스꺼움이 올라왔었다. 그런데 심하지는 않았고, 어릴 적부터 위장염을 자주 앓았던 탓에 그냥 흔한 증상 중 하나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작년 여름, 가족들과 외식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배가 꼬여오는 듯 아팠고 화장실로 향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이 어지럽고, 매스꺼움이 올라와 움직일 수 없었다. 결국 직원의 도움을 받아 응급실로 갔다. 약을 처방받고 돌아왔지만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이번엔 장염이 덮쳤다. 죽만 먹어도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고, 하루 종일 매스꺼움이 나를 붙잡았다. 회사에도 일주일 넘게 출근하지 못한 채, 침대에만 누워있었다. 피검사와 엑스레이까지 했지만, 돌아오는 말은 늘 같았다. ‘이상 없습니다.’
그 후 작년 10월 건강검진에서 나는 ‘미란성 위염’과 ‘식도염’을 진단받았다. 아플 때 병원 가서 약을 타먹으라는 소견과 함께. 미란성 위염이 뭔지도 검색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가진 위염 중 하나겠지 한 생각에 말이다. 그러나 몇 달 사이, 밥만 먹으면 매스꺼움이 올라오고 위가 비틀거리는 듯한 아픔이 잦아졌다. 밖에서 밥 먹는 일이 두려워졌고, 약속을 잡는 게 겁이 나 최대한 밖에서 밥을 먹지 않았다. 최근에는 집밥조차 먹자마자 배를 웅켜쥐고 뒹구는 날이 많아졌다. 그제야 ‘이건 이상하다’싶어 병원을 찾았다. 다행히 초음파 검사를 했지만 이상 무. 위염이 심해진 것 같다는 소견.
너무나 괴로워서 위장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는 오픈 톡방을 찾아 들어갔다. 공통적으로 말하는 결론은 단순했다.
1) 밀가루와 커피를 끊을 것
2) 밥 먹고 10분 이상 걸을 것
3) 과식하지 말 것
사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였다. 몰라서 못한 게 아니라, 알면서도 지키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빵순이인 나는 하루에 한 번은 꼭 빵을 먹었고, 커피는 하루 2잔씩 마셨다. 공복에 마시면 안 좋다는 걸 알면서도 아침 공복의 한 모금은 그야말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몸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밀가루와 커피를 끊는 것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끊었다. 하루아침에, 괴로워서, 정상적으로 살고 싶어서.
10일 정도 지나고 나니 위가 진정되었다. 물론 하루아침에 완벽히 나아진 건 아니다. 때때로 매스꺼움이 올라오기도 한다. 하지만 금방 진정이 된다. 얼굴에 나던 뾰루지들도 어느 순간 없어졌다. 나는 작은 실천을 했을 뿐인데, 몸으로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건강은 거창한 비법에서 오는 게 아니었다. 몸이 이미 수없이 알려주고 있었던 ‘작은 습관’을 진짜로 지키는 것 그것뿐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큰 깨달음이 있었다.
건강을 지키는 건 음식의 선택이 아니라, 결국 나 자신을 대하는 태도의 선택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