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얼굴들, 비워진 자리들
지난주, 작은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친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명절 때면 늘 작은할아버지가 할머니댁에 와계셨다. 물론 무뚝뚝하신 작은할아버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1년에 두 번은 꼭 뵈었었다. 그러다 친할머니가 2년 전 돌아가시고 나서부터는 전혀 뵐 일이 없었다. 간간히 연세가 있으셔서 아프셔서 요양병원에 계시다는 이야기만 전달받았던 터였다. 그렇게 전달받은 작은할아버지의 부고 소식은 사실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나는 이제 마흔을 넘겼다. 친할아버지가 초등학교 때 일찍 돌아가셨지만 나머지 3분의 어른들은 돌아가신 지 이제 2-3년 정도 되셨다. 그래서 자연스레 어린 시절부터 함께 했던 어른들의 부재가 낯설다.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렀는지. 윗윗 세대라 불리던 분들은 모두 하늘나라로 가셨다.
물론 그 사이 새로운 생명들도 태어났다. 결혼한 친척들이 새로운 생명을 낳았고, 새로운 생명이 자라는 모습들은 언제나 기쁘고 신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의 웃음소리, 할아버지가 늘 앉아 계시던 자리, 느릿한 걸음 들은 이제 다시 볼 수 없다. 한 세대가 떠났다는 건, 내 기억의 일부가 더 이상 현실에 남아있지 않다는 의미였다.
결국 이 모든 생각은 한 가지로 모인다. 오늘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잘하자. 그리고 내 앞에 놓인 일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하루하루를 더 귀하게 여기자. 언젠가는 떠나갈 사람들과 순간들이라면, 오늘 하루만큼은 마음 다해 붙잡아야 한다.
한 세대가 떠나갔다.
세월은 흐른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한 세대는 가고, 또 한 세대가 온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의 기억 속 세대가 될 것이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오늘 하루를 성실히, 소중히 살아내야겠다.